지난 토요일, 디자이너 교육 플랫폼 오픈패스(OPENPATH)의 초대로 콘퍼런스를 다녀왔다. [OPEN SQUARE 2025 - 디자이너와 AI 그리고 함께하는 변화]라는 이름으로 열린 행사였다. 그동안 수많은 온라인/오프라인 세미나를 들었지만 AI를 본격적으로 얘기한 세미나는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마침 오픈패스에서 이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고 해서 신나게 듣고 왔다.
세미나는 AI를 활용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디자이너, 그리고 AI 프로덕트를 만드는 디자이너 이 2가지 파트로 진행되었다. 파트별 연사님의 세션이 끝나면 패널토크로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1시부터 6시까지 긴 시간이었지만 정말 도움 되고 평소에 고민했던 내용도 나와서 앞으로 내가 디자이너로 일할 때 큰 도움이 될 이야기가 많았다.
이번 글은 오픈 스퀘어 2025의 내용에 대한 것보다는, AI 시대에서 일하는 디자이너가 이 콘퍼런스를 들으며 느낀 개인적인 소회를 담은 글이다. 각 세션별 연사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주관적인 생각을 적으며, 오픈 스퀘어를 보지 못한 디자이너들도 이 글을 보고 AI 시대에서 내가 디자이너로서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 강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보다는, 강의 내용에 대한 제 생각과 느낀 점 위주로 적으려 했습니다.
- 세션 중 4번째 세션은 회사 보안이슈로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사진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이미지가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세션 1. 급변하는 AI 시대 속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LINE 모션&인터랙션 디자이너 김황일)
세션 1에서는 AI의 변화를 가장 크게 느낄 것 같은 모션그래픽 디자이너가 업무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들을 수 있는 세션이었다. 미드저니, ComfyUI 등 다양한 툴을 활용해 보면서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완벽하게 구현할 때까지 끊임없이 배우고 실험해 온 여정에 대해 얘기했다.
여기서 인상 깊었던 점이 여러 개 있었는데, 첫 번째는 한국과 일본의 AI 인식 차이였다. 한국은 빠르게 AI를 써보고 업무에 적용하고 싶어 한다면, 일본은 AI를 사용할 경우 저작권이나 보안 등의 이슈가 없는지 철저하게 검증하고 신중하게 고려한 뒤 써보려 했다. 이는 나라별 문화적 차이 때문에도 있는 것 같아서, 한국 / 미국 / 중국 / 일본 외에 다른 나라들은 AI를 쓰는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궁금해졌다.

두 번째는 황일 님의 abc 스튜디오(연사님이 이끌고 있는 LINE 내의 목적조직) 디자이너들이 생성형 ai로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거쳐온 과정이었다. abc 스튜디오에서는 미드저니부터 GPT, 나노바나나까지 다양한 AI 툴을 익히고 활용하면서, 어떻게 해야 AI로 내 의도에 맞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지 배워 나갔다. 인상 깊었던 점은, [처음부터 AI가 완벽하게 잘해줄 것이다]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미드저니 특유의 AI 느낌 이미지 톤을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GPT의 도움을 받으며 프롬프트를 제안받고 수정하고.... 역시 AI를 도입하는 첫 단계에는 모두가 헤매는 것은 당연한가 보다.


라인의 특성상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디자이너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데, 이 간극도 AI를 활용해서 줄이려고 하는 듯했다. 일본에서 선호하는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손쉽게 AI로 구현하기도 하고, 일본 현지 디자이너들이 어려워하는 3D 그래픽 제작을 돕기 위한 툴을 개발하려는 등, 그래픽 제작이라는 디자이너의 핵심 업무에 AI를 적극 응용하는 사례에서도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세션 2. AI 시대 전문성을 가진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듀오톤 Creative Experience Designer 최지훈)
이번 세션은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각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느 지점에서 AI를 응용했는지 총 3가지의 사례(LG전자, 카카오 둘레길 프로젝트, 스마일게이트 퓨처랩 프로젝트)의 프로세스를 통해 얘기했다.
3가지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은 비슷했다. 프로젝트 진행 전 일정을 조율하고, 이 일정에 따라서 기획-디자인-개발-라이브 일정을 구체적으로 잡는다.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당연히 디자인 일정이 중요했는데, 이는 프로젝트마다 천차만별이었다. (3일밖에 없다고 했을 때에는 눈물이...) 이 중 디자인 일정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에 본격적으로 미드저니를 활용해서 키비주얼을 제작했다고 한다.


여기서 내가 주목한 지점은, 듀오톤에서는 AI에게 비주얼 제작 자체를 온전히 맡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키비주얼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이 비주얼의 스케치는 디자이너가 직접 진행하고, 이 스케치를 그래픽화 하는 것은 미드저니로 진행했다.
그리고 모션그래픽 제작, 다양한 그래픽 응용 및 수정을 위해서는 키비주얼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마치 포토샵의 레이어처럼 따로 둬야 하는데,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단일 레이어이기 때문에 어려웠다고 한다.(이 부분에서 격한 공감) 그래서 이 경우에는 디자이너가 피그마나 포토샵으로 2차 작업을 진행했다고 언급했다.
세션 중 최지훈 디자이너님이 마지막으로 전한 말이 크게 와닿았는데, "AI 작업이 업무의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주변에서는 마치 AI가 디자인의 A-Z까지 모든 것을 다 해줄 것처럼 얘기지만, 막상 써보면 내가 원하는 대로 100%를 해내지 못한다. 그렇기에 AI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으며, AI에게 주도권을 넘기지 않으려는 견제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세션 3. AI 도구와 함께하는 프로덕트 디자인의 현재와 미래
(HIVE Content Innovation Team Manager 조훈)

조훈 디자이너님은 자신의 팀을 소개하면서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세션을 진행했는데, 바로 옆에서 자신의 팀원 AI에게 일을 시키면서 세션을 진행했다. 발표 중에 일을 왜 시키지? 했는데 나중에 다 연결이 되더라...
조훈 디자이너님은 디자이너가 흔히 생각하는 [AI로 디자인하기] 보다는 [AI가 화제로 떠오르면서 디자이너는 어떻게 정의되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했다. 2024년 CONFIG에서 나온 PM역할 폐지 이야기, Shopify에서 UX/콘텐츠 디자이너의 직함을 폐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아티클을 토대로 현재의 디자이너에 대한 정의는 기존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기존에 프로덕트 디자이너, UI/UX 디자이너들에게는 정량적 데이터가 중요했는데, 앞으로는 디자인의 개개인별 취향과 안목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즉, 디자이너는 과학자보다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정확한 숫자와 결괏값을 요구하는 기술적인 면은 앞으로 AI로 대체할 수 있지만, 인간의 취향이나 미학은 AI가 모두 반영할 수 없다. (아마 AI는 보편적인 기준대로 결과를 내기 때문일 듯) 앞서 세션 1,2에서 디자이너들이 [비주얼의 콘셉트] [우리 서비스에 맞는 비주얼의 근본]을 제시한 것처럼 디자이너는 비주얼의 방향성을 결정해야 하고, 이 방향성을 기반으로 비주얼을 만드는(기술적인) 일은 AI가 할 것이다.
아까 AI에게 일을 시키면서 세션을 진행했다고 했는데, AI에게 가상의 앱을 만들고자 하는데 시장 동향과 경쟁사 분석 + 대략적인 프로덕트 초안 제작을 맡겼다. 이는 2가지의 AI 툴을 이용했고, 이렇게 만든 초안은 그대로 내보내지 않고 디테일한 부분은 디자이너가 수정하고 다듬는다. 세션 1,2처럼 AI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이전에 쓴 [디자인하지 않는 디자이너]와 결이 비슷한 내용이라서 의외로(??) 집중해서 들었던 세션이었다. 그래픽 제작이라는 전통적 디자이너의 역할이 AI로 대체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답은 의외로 명확했다. [예술가]처럼 창의성을 지니고, [사업가]처럼 취향과 미학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책임지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션 4. 생성형 AI 검색 설계 : 정답 없는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
(네이버 프로덕트 디자이너 신다지)
(여기서부터 급 집중도 하락 주의 ㅠㅠ)
그동안 수많은 네이버 콘퍼런스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눈물) 이제야 네이버의 일 얘기를 듣는구나! 하고 기대한 세션이었다. 생성형 AI라는 말에 "미드저니 같은 건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AI가 맞춤형 답변을 생성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이번 세션에는 검색포털 네이버에서 AI를 도입한 검색엔진 CUE, 온서비스 AI브리핑 제품을 만들어온 과정을 얘기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인터넷 검색 방식은 [단어 검색(또는 단어 조합 검색)]이다. 그동안 성수동 맛집, 평창 여행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 왔는데 AI가 등장하면서 [자연어, 즉 대화형 검색]을 하게 되었다. [성수동 맛집]을 [성수동에서 웨이팅 없는 라멘집 추천해 줘]라고 검색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단어에서 문장으로 질문 및 답변 텍스트 방식이 변하면 UX 역시 달라져야 한다. 그래서 이 [문장으로 이루어진 생성형 답변]을 위해서 너비값, 높이값을 다시 설정하고 문장 내의 최대 단어 수나 줄 수 등을 가독성에 맞춰서 지정했다고 한다. 문장 구조까지 고민했다고 했는데, AI를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정교한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래에 설명할 AI브리핑에서도 이 가이드를 꼼꼼하게 만들었다.
이후에 등장한, 그리고 지금도 네이버에서 볼 수 있는 AI브리핑은 CUE에서 "1번 검색하고 나서 질문답변이 그다음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AI를 [검색 조력자]로 위치를 바꿔서 고민한 결과다. 우리가 단순 키워드만 검색해도 네이버 상단에 AI브리핑 결과가 뜨는 것처럼 AI가 검색을 도와준다.
여기서 집중한 점은 네이버가 가진 UGC(User Generated Content)를 적극 활용했다는 것이다. 네이버에는 클립, 블로그, 카페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이를 AI브리핑의 출처로 활용했다. AI가 좋다고 하지만 "얘네가 답변해 준 게 맞나?" 하면서 신뢰도에 의심을 가질 수 있다. 이 신뢰도의 좋은 근거로 네이버에서 가진 콘텐츠를 응용했다.
자칫하면 구글이나 인스타, 그 외의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는 AI추천이 될 수도 있을 텐데 네이버만이 가진 UGC를 응용 + AI를 조력자로 포지셔닝해서 검색을 설계한 과정을 들을 수 있는 세션이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나리오 지옥, 세세한 가이드 설계 등의 디자이너들의 엄청난 노력에 크게 공감한 것은 덤이었다.
세션 5. 기술을 사람에게 닿게 하는 디자인
(업스테이지 AI groth manager 임주현 / Brand designer 김란희)
이번 세션은 나에게는 너무 어려워서, 집중력을 거의 상실한 채 들었다. (연사님들 정말 죄송합니다 ㅠㅠ) 그 이유는 다른 세션들과 완전히 다른 주제로 발표한 것도 있기 때문인데, 업스테이지는 b2b 대상의 AI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즉, 회사를 대상으로 AI 서비스 사업을 한다는 뜻이다.

b2b는 일반적인 b2c와는 사업 전개 방식이나 일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회사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이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완전히 처음 들어보는 단어와 친해져야 했던 그로스 매니저, 브랜드 디자이너로 입사했지만 브랜딩 디자인 외에도 정말 많은 디자인을 해야 했던 디자이너의 이야기까지. 스타트업이라 이것저것 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겠지만, 아무도 해보지 않은 영역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야 했던 사람들이라서 힘든 도전을 했을 것이다.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시점부터 2025년까지의 회사에서 한 일들을 설명하는데, 회사 초기에는 AI의 존재감을 알고 있었으나 정작 이를 회사 업무에 어떻게 응용하는지 모두 몰랐기 때문에 모두가 헤맨 시기였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세션 중에 페르소나 [토니]에 대해서 자주 얘기했는데, ”우리의 서비스를 어떤 사람이 이용할까? “에 대한 페르소나로 [토니]라는 개발자를 지정했는데 AI가 계속 발전하고 그에 대한 회사나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토니]에 대한 정의도 자주 바뀌었다고 한다. 기술이 너무 빠르게 바뀌니, 그에 대한 고충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AI에 대해 얘기하라고 한다면 [AI를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를 얘기하겠지만, 이 세션에서는 [AI를 만들 때 어떤 고민을 했는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특히나 b2b 서비스를 만드는 예시는 정말 듣기 쉽지 않았는데, 관련 서비스를 만드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에게는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막판에 당이 떨어지고(…) 집중력 하락의 위기도 겪었지만, 모든 세션들에서 정말 인상 깊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파트마다 이어진 패널토크에서도 세션마다 듣지 못한 내용을 보충할 수 있었다. 패널 토크에서 다양한 질문이 나왔는데, 인상 깊은 답변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1) 연사님들 역시 AI를 응용하는 과정에서 AI를 사용하고 있었다.
2)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 사람이 주도권을 가지고 AI를 도구로 다뤄야 한다.
3) AI는 발전속도가 매우 빠르다. 오늘 안 되는 것이 내일 될 수도 있다.
아마 이번 세미나를 들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현재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 또는 비디자이너들이 AI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이다. AI를 업무에 어떻게 쓰지? 이 AI를 도입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어 등등. 요즘 AI를 잘 다루는 방법에 대한 정보는 넘쳐흐른다. AI가 갈수록 빠르게 진화하면서 정보는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이 상황에서 다들 [AI 잘 쓰는 기술]에 집중하겠지만, 그 외에도 [AI를 업무에 잘 응용하는 방법]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에 어느 AI를 써야 하는지, AI에게 어떤 것을 시켜야 내 업무가 편해질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물론 이 고민조차 어려울 때가 많지만, 그나마 이 세미나를 통해서 “나만 이 고민을 한 것이 아니구나”라고 공감대를 만들면서 이 고민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들을 수 있던 것 같다.
올해가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세미나나 콘퍼런스가 많이 열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자리에서 인사이트를 얻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시작으로 오픈 스퀘어 2025에 대한 기록을 적어보았다. 이다음 세미나는….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