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디자인 조직을 만든다면

이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조직의 업무에 대한 정의를 해야 한다
2024-04-24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회사 내에 마케팅 디자인 조직이 있는 경우가 있을까? 한 회사를 오래 다닌 나로서는 다른 회사의 조직 구성을 볼 일은 없지만,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마케팅 디자인 업무를 하는 조직은 회사에서 이 일에 대해서 어느 관점으로 생각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먼저 사용자가 배너나 페이지를 보았을 때의 경험, 배너와 페이지 그리고 앱 사용(또는 앱 내에서의 구매)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프로덕트 디자인 조직 내에서 마케팅 디자인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해당 구좌에서 앱 서비스의 정체성(브랜드)을 더 드러내고 싶어서 그래픽이나 무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브랜드(또는 브랜드 경험) 디자인 조직에서 진행한다. 참고로 나는 보통 다른 회사 조직 구조를 채용 사이트나 영입 제안 연락을 통해서 파악하는데, 대체로 마케팅 디자인 업무를 브랜드 디자인 조직에서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디자인 조직에서 마케팅 디자인을 진행한다면 참 좋겠지만, 개별적인 디자인 조직이 아니라 마케팅 부서 산하의 디자이너들이 작업하는 경우도 많다. 하나의 팀으로 만들기에는 마케팅 디자인 업무가 그렇게 중요도가 높지 않다 생각해서 (또는 사내에서 디자인 조직에 대한 니즈가 크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조직도인 경우 디자이너가 자기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마케터가 요청한 업무와 기획 그대로 진행해야 하는 구조가 되다 보니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마케팅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고 이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진행하려 한다면 개별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마케팅 조직과 별도의 조직이 있으면 더더욱 좋겠지만, 마케팅 부서 내의 디자인 조직이 있는 것도 좋다. 디자이너를 개개인별로 두는 것 보다는 디자이너끼리 조직으로 뭉쳐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이 좋다.


마케팅 디자인 조직의 정의, 조직이 하는 업무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프로덕트 디자인이나 브랜드 디자인처럼 [이런 업무다!]라고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케팅 디자인은 그렇게 얘기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배너와 페이지를 만든다, 근데 사용자 경험도 생각해야 하고 이 배너와 페이지가 라이브 되는 앱 서비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생각해야 한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한다. 이전 글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하나의 분야만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두루두루 잘해야 하는 디자인 영역이다 보니 더 애매한 것 같다.

그래서 마케팅 디자인 조직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말하기 힘든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문에 더더욱 조직이 하는 업무를 명확하게 정의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에 내가 마케팅 디자인 조직을 만든다면 아래처럼 업무를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1. 앱 내의 배너와 이벤트페이지 등 마케팅 활동에 필요한 영역을 디자인한다.

2. 수많은 배너와 페이지가 일관성 있는 디자인으로 나올 수 있게 해당 요소들과 레이아웃을 관리하고 모니터링한다.

3. 기간 내에 엄청나게 많이 들어오는 디자인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툴(tool)을 고민하거나 방법을 찾는다.
 
4. 앱 서비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비주얼과 그래픽을 고민하고 이를 배너와 페이지에 적용한다.

5. 사용자가 배너와 페이지를 보고 서비스 혜택을 원활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혜택 경험 여정을 고민한다.

회사의 업무에 따라서 마케팅 디자인 조직에 대한 업무 정의가 제각각이겠지만, 나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마케팅 디자인 업무(1, 2번)보다 좀 더 생각을 넓혀보았다. 1번과 2번이 마케팅 디자인 업무의 루틴 정도라면, 3번부터 5번은 거기서 업무의 깊이를 더해서 내린 정의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전 글에서 얘기했던 [사용자 경험도 생각해야 하고 브랜딩도 생각해야 한다]를 바탕으로 더 깊게 파고들었달까.

어찌 보면 마케팅 디자인이 매주 엄청난 양으로 들어오는 단순 업무일 수도 있지만, 결국에 이 수많은 업무들을 “잘하기 위해서”는 해당 업무를 진행하는 단일 조직에서 더 깊게 고민하고 – 문제를 정의하고 – 디자인으로 해결해야 한다. 생각보다 마케팅 디자인 조직이 할 수 있는 업무는 꽤 많고 다양하다.


마케팅 디자인 조직이 필요한 순간

이제 막 생겨난 앱 서비스나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디자이너 또는 단일 디자인팀에서 적은 수의 인원으로 일당백의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해당 조직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아마 사업 초기에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디자이너,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디자이너 (아니면 이 둘 다 해내는 엄청난 실력의 디자이너) 정도가 필요할 것이다.

나는 당장 초기 앱 서비스보다는 어느 정도 앱 서비스가 성장하고 나서 광고 수익구조, 배너 구좌 등의 홍보 영역이 만들어지고 나서 마케팅 디자인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앱 서비스에서 배너 영역을 돈 주고 광고 구좌로 판매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광고 구좌로 운영하다 보면 엄청난 양의 업무와 관리량에 숨이 턱 막히는 순간이 온다.

“이 배너 구좌에 A사 광고를 내고 싶다는데요, 혹시 가이드가 있을까요?“

“이 페이지에 B사 모델 이미지를 쓰고 싶다는데 가능할까요?”

”C사 캐릭터와 저희 서비스 캐릭터를 같이 어우러지게 쓰고 싶다는데 한번 봐주실 수 있나요?“

외주사, 또는 광고 담당자에게서 수많은 디자인 관련 문의가 쏟아진다. 여기에 인하우스 마케터의 요청에 더해져서 엄청난 양의 디자인을 관리해야 할 것이고, 이 수많은 배너나 페이지 디자인을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이 올 것이다. 그 순간을 위해서 이런 업무를 전문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고 고민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광고 구좌들을 보다 보면 좀 더 앱 브랜드 이미지와 맞게 가이드를 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수많은 업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툴(tool)을 찾아 헤매거나 마케터 또는 개발자와 함께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만든다. 그것이 마케팅 디자인 조직의 업무가 되고 조직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있으나마나 한 조직이 되면 안 된다

위에서 마케팅 디자인 조직의 업무 정의와 역할에 대해서 침 튀기도록 얘기했지만, 사실 제일 빨리 없어질 수 있는 조직이라는 불안함도 있다. 단순히 가이드를 관리하고 외주 검수를 진행하는 디자인 조직. 그러면 굳이 팀이나 파트로 있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서 이 업무를 위주로 하는 사람들이 다른 분야에 비해 불안해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조직으로 남으면 안 된다. 잦은 조직개편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끊임없이 조직의 목표와 과제를 만들고 이를 업무로서 수행해야 한다. 가이드 관리나 외주 검수 같은 루틴한 업무 외에 다른 깊이 있는 업무들도 찾아서 수행해야 한다. 이는 마케팅 디자인 조직이든, 마케팅 디자이너 개인이든 마찬가지이다. 이것저것 다 해야 하는 하이브리드(소위 말해 애매한) 영역일수록 끊임없이 내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업무로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 구성원들부터 루틴한 업무에 지쳐갈 수도 있고, 더 깊이 있는 업무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해서 내부에서부터 무너질 수 있다.


앱 내에서 배너나 페이지 등의 광고를 많이 운영하는 서비스라면 마케팅 디자인 조직을 만드는 것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조직을 만들어야 할까? 이 조직이 루틴한 일만 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 이 조직의 디자이너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성장해야 하는가 등등. 아무리 루틴한 업무만 진행한다 해도, 사용성이나 효율성, 크리에이티브 등등 그 안에서도 고민거리는 무수히 많다. 그런 고민을 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더 나은 마케팅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

회사 내에서 마케팅 디자인 조직을 만들려는 곳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이 조직을 만들려는 리더들이나 또는 해당 조직의 리더로 새롭게 시작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거나 공감을 불러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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