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당시에 아모레퍼시픽 건물을 다닐 일이 종종 있었는데요. 건물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내가 지금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온 것 같다는 기분을 자주 느꼈어요. 돌아다닐 때마다 이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건물을 디자인한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하기도 했죠 (디자인과 건축에 대해 1도 모르지만,,ㅎ) 

그런데 아모레퍼시픽 건축 디자인을 담당했던 건축가가 또 한 번, 한국 사옥 디자인을 맡는다는 소식에 뉴스레터를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 과연 어떤 건물일까? 누구일까? 바로 알아보시죠!

– 에디터 수빈

 크래프톤 – 사옥 브랜딩 

📌누가 : 크래프톤

📌무엇을 : 성수동 크래프톤 사옥 디자인

📌언제 : 2028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어디서 : 성수동

📌어떻게 : 데이비드 치퍼필드와 함께

📌왜 : 분산된 인력을 모아 클러스터 형성을 위해

 배틀그라운드 회사가 성수동으로! 

(출처: 데이비드 치퍼필드) 
(출처: 데이비드 치퍼필드) 

저의 이전 직장이 성수동이었기 때문에 저 또한 성수동에 대한 애정이 큰 편인데요. 맛집이 많아서 밥 먹기에도 좋고, 핫플레이스를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한적해서 출퇴근할 때 번잡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어요. 게다가 서울숲이 있어서 점심시간에 산책하기도 좋고, 다양한 팝업 스토어가 날마다 열리니 마케터로서 영감을 수집하기에도 너무 좋죠. 이보다 더 많은 성수동의 장점으로 인해 많은 회사가 성수동으로 몰리고 있는데요.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수동의 오피스 공실률은 0%에 달할 만큼 증축, 리모델링 등 건축 공사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해요.

이 와중에 게임 회사 ‘크래프톤’ 역시 성수동에 신사옥을 지을 것을 발표하면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어요. 크래프톤은 총 2조 원 규모에 달하는, 옛 이마트 본점 부지와 성수동 메가박스 스퀘어 건물을 매수했는데요. 이는 미래에셋운용과 크래프톤이 함께하는 ‘K-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단순히 사옥으로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성수동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지역 사회의 교감을 꾀하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것이 포인트입니다. 또한 이를 위해 2023년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츠 수상자인 데이비드 치퍼필드를 대표 설계사로 선정하기도 했답니다.

참고로 현재 크래프톤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와 서초동 마제스타시티 타워1, 경기 성남시 판교 그레이츠 판교, 대치동 라이징 윙스 등에 인력이 분산되어 있어요. 그냥 듣기만 해도 많죠? 신사옥이 완공되어 전체 인력들이 한곳에 모이게 되었을 때(클러스터 형성) 생기는 긍정적인 효과 역시 매우 기대해 볼 만하죠!

 그 아모레 신사옥 건축가 맞습니다 

(출처: 조선일보)
(출처: 조선일보)

그렇다면 이 으리으리한 건물 디자인을 맡게 될 ‘데이비드 치퍼필드’, 그는 누구일까요? 여러분도 들어가는 말에서 으레 짐작하셨죠? 맞습니다! 바로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 설계를 담당하셨던 분이에요. 다들 용산역을 지나가면서 한 번쯤 보셨을 것 같은데요. 누가 봐도 화장품 회사 같은 화려함과 우아함이 절로 느껴지는 사옥 디자인을 자랑하죠.

아모레퍼시픽 본사 (출처: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모레퍼시픽 본사 (출처: 데이비드 치퍼필드)

앞서 말씀드렸듯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2023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The Pritzker Architecture Prize)’의 수상자로서 트렌드에 얽매이지 않는, 지속가능성과 지역과의 융합을 중시하는 건축가인데요.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건물 속에 자신의 개성이 담는 것보다 건물이 지역에 어떻게 잘 섞이는가를 더 우선시한다고 해요. 그만큼 건물이 놓일 지역의 상황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불필요한 요소들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하는 것이죠.

아모레퍼시픽 본사 (출처: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모레퍼시픽 본사 (출처: 데이비드 치퍼필드)

당시 아모레퍼시픽도 신사옥을 기획하면서 ‘지역사회와의 연결과 친환경’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고 해요. 그렇기 때문에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이를 가장 잘 이해하리라 생각해 함께하게 되었죠. 아모레퍼시픽 사옥도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리 벽에 알루미늄 루버를 덧대 반투명한 외관을 만들고 1층을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조성하고, 건물 한가운데를 뚫어 공중 정원을 조성하는 등 지역사회와의 융화를 강조하고 있어요.

특히 건물 한가운데를 비워 한옥 중정을 옮겨 놓은 듯한 정원을 배치해 자연광이 들어오게 만든 설계는 한국의 ‘달항아리 미학’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달항아리 미학’은 화려한 기교 없이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닌 백자 달항아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화려함보다는 수수함, 정밀함보다는 넉넉함을 추구하는 미학을 의미해요. 이는 회사 구성원들이 건물에서 쉽게 교류하면서 소속감을 느끼게 만드는 데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해요.

건축 당시 한국에서는 최대한의 용적률을 뽑아내는 고층 타워 만들기에 혈안이었기 때문에 중앙이 뻥 뚫린 22층의 정육면체 디자인은 건축계에 큰 충격을 불러왔다고 해요. 용산 부지의 높은 가치도 그렇고, 주변 주상복합 빌딩이 40층이 넘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던 것이죠. 한국 재계와 건축계에서도 비경제적이며, 한국에서 나올 수 없는 빌딩이라고 평했지만, 서경배 아모레 회장의 안목으로 지금의 디자인이 선정되었습니다. 당선될 때도 공모안이 시공을 거치며 초기 기획과 달라지는 것이 자주 있는 일이기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고 하는데요. 놀랍게도 초기 설계안과 그대로 구현되면서 회사 구성원은 물론, 용산 시민들이 좋아하는 용산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사옥 브랜딩, 이렇게까지 해야 해? 

✅ 데이비드 치퍼필드 인터뷰로 알아보는 사회적 책임

저는 처음에 사옥이 멋지면 직원들이 다닐 때 기분이 좋고, 남들이 알아주니 좋고~ 단순히 미적인 가치에 대해서만 생각했는데요.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그 이상의 가치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특히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 즉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해서도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답니다.

(출처: 아모레퍼시픽)
(출처: 아모레퍼시픽)

“매일 이 건물을 오가는 사람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건축가에게는 의뢰한 사람뿐만 아니라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 법적 계약 관계를 맺지는 않았지만 이 건물을 매일 봐야 하는 시민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 (조선일보 단독 인터뷰 中)

앞서 말씀드렸듯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자신의 개성을 건물에 담는 것보다 그 건물이 놓일 지역사회와의 융합과 공존을 중시하는 건축가인데요. 그렇다 보니 ‘재능 있는 건축가는 때때로 자신의 존재감을 지워버리기도 한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어요.

또한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건물이 생기고 난 후 주변 환경이 더 좋아졌는지, 사람들의 삶이 더 나아졌는지를 꼭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특이한 건물을 통해 판타지를 경험하게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건물을 매일 봐야 하는 시민들에게 일상적인 관계를 맺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어요. 

✅ 아모레퍼시픽 사옥에 담긴 사회적 책임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출처: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출처: 아모레퍼시픽)

“겉만 화려하게 꾸민 건물은 일주일 정도 ‘멋진 건물에서 일한다는 기쁨’을 줄 뿐이다. 내재적 가치를 갖춘 건물은 구성원들이 건물을 이용하면 할수록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걸 알 수 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 (조선일보 단독 인터뷰 中)

저 역시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답변에 큰 공감을 했는데요. 사실 외형적으로 화려한 건물에 다니는 것이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생겨나게 하는 것도 맞지만, 매일같이 다니다 보면 일에 지쳐… 회사 언제 무너지나 싶고… 그렇잖아요? 결국 중요한 것은 화려함보다 매일 회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고려한 디자인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사옥 (출처: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사옥 (출처: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의 건물도 그의 철학이 잘 담겨 있는데요. 아모레퍼시픽의 지하 1층 맛집 거리를 비롯해, 복합 문화센터를 떠올리게 하는 1층의 개방감 있는 디자인은 누구나 쉽게 이곳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요. 실제로 제가 회사에 방문할 때도 1층에 회사 소속이 아닌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답니다. 아이들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분들이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셨었거든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출처: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출처: 아모레퍼시픽)

또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건물 1층에 있는 미술관이었는데요. 해당 미술관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의 회장 직속 조직으로 편성되어 있을 정도로 아모레퍼시픽에서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곳이에요. 그만큼 다양한 전시회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으며 누구나 예약하면 방문할 수 있어요.

 아모레퍼시픽처럼 큰 규모의 기업들이라면 ‘폐쇄성, 보안’ 같은 키워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잖아요? 물론 사무실까지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있게 만들어져 있지는 않지만, 아모레퍼시픽의 디자인과 시설은 용산의 랜드마크로서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하는 지에 대해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그리고 이는 직원들에게도 기업이 사회에 시사하는 가치를 직접 느끼게 만들어주고, 더 나아가 내가 그 회사에 소속된 사람으로서 어떠한 책임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야 하는지 실감하게 만들어주죠. 

 민희진이 말하는 사옥 브랜딩 

갑자기 사옥 브랜딩에 관해 관심이 생기셨다구요? 그렇다면 다른 기업의 사옥도 함께 살펴봅시다!

✅ 민희진이 말하는 하이브 신사옥

(출처: 하이브)
(출처: 하이브)

하이브와의 갈등으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그녀는 SM을 퇴사한 후 하이브의 CBO로 입사하게 되는데요. 당시에 CBO로서 가장 먼저 맡았던 일이 빅히트의 브랜딩이었다고 해요. 빅히트가 지금의 하이브가 되는 전체적인 브랜딩 업무를 맡은 것이죠.

“공간이 곧 태도를 만들기 때문이다. 좋은 브랜딩엔 우리가 바라는 태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함축된다. 그래픽의 철학이 공간으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민희진 (W코리아 인터뷰 中)

처음에 민희진 대표에게 하이브 브랜딩 업무가 주어졌을 때 사옥 이전은 계획되어있지 않았다고 해요. 그래서 내부에서도 반대가 많았다고 하는데요.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공간’의 변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많은 반대를 감안하고 용산으로 하이브를 이전하게 되었죠. 실제로 이전하고 나서는 정말 많은 임직원의 감동 메일들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민희진 대표 역시 하이브 브랜딩에 진심이었던 만큼 유퀴즈에서 브랜딩 비화를 설명하기도 했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하이브는 소스뮤직, 플레디스, 코즈 등 다양한 엔터사들이 엮인 레이블의 형태를 띄고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레이블이 연결, 확장, 관계를 통해 크리에이티브한 영감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 하이브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예요. 구체적으로는 ‘음악에 기반한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이 하이브의 지향점인데요. 이를 구현하기 위해 용산 사옥에는 ‘하이퍼 노마드’가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어요.

(출처: 하이브)
(출처: 하이브)
(출처: MBC)
(출처: MBC)

하이브의 사무 공간은 구성원들의 필요나 용도에 맞게 벽이나 블라인드를 손쉽게 움직이는 ‘모빌랙’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요. 이에 더해 칸막이가 없고 전 좌석이 자율 좌석제로 되어 있어 미리 자리를 예약해야 한다고 해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코즈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지코도 예외 없이 예약한 좌석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보며 자율 좌석제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죠.

하이브 사옥 19층 (출처: 하이브)
하이브 사옥 19층 (출처: 하이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사옥의 최상층인데요. 일반적으로 대기업 사옥의 최상층은 회사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경영자 혹은 총수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그러나 하이브의 최상층에는 임직원들을 위한 휴게 공간과 식당이 마련되어 있어요. 이 밖에도 라운지 및 라이브러리 피트니스 센터 등이 있는 것은 물론, 19층에는 야외 공중 정원이 있어 직원들이 쉽게 휴식을 취할 수 있죠. 이는 관성을 벗어나는 공간 구성을 통해 임직원들이 독창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했으면 하는 민희진 대표의 의도가 드러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앞선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기획한 사옥처럼 외부인의 출입을 자유롭게 하는 공간은 없습니다. 사생팬이나 신곡 유출 등 아티스트의 보호와 보안이 더욱 중요하니만큼 개방보다는 폐쇄적인 성격을 띠고 있죠. 그러나 그만큼 하이브에 구성원들에 더욱 신경을 쓴 모습이 잘 느껴지는데요. 창의성을 생명력으로 삼는 만큼 민희진 대표가 얼마나 하이브 공간 브랜딩에 심혈을 기울였는지를 잘 느낄 수 있답니다.

크래프톤 신사옥은 2028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이 성수동의 부지를 큰 금액으로 사들여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성수동 일대 오피스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제가 느끼기에 성수동은 그 지역에 애정이 깊은 시민들이 정말 많은데요. 경제적으로도 이점이 있지만, 성수동 자체를 사랑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그만큼 저도 크래프톤이 큰 책임감을 가지고, 신사옥을 짓기를 기대하고 있는데요. 과연 크래프톤도 아모레퍼시픽처럼 성수동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까요?

– 에디터 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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