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작가 신청의 순간
2023년 8월 6일 일요일.
브런치 스토리에 작가 신청을 한 날이다. 브런치 서비스가 생긴 초창기에 작가 자격을 획득하고 방치만 했더니, 그새 작가 자격이 사라져 있었다.(여러 번의 업데이트와 개편을 거쳐서 브런치 작가 선정 기준이 이전보다 훨씬 엄격해졌다) 나는 작가 신청에 필요한 글을 1차, 2차, 3차까지 고쳐서 작가 신청을 했다. 네이버 블로그에 저장했다가 글이 사라져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23년에 하고자 했던 브런치 글 쓰기의 초석을 다졌다. 과연 나는 브런치에 글을 올릴 수 있을까?
2023년 8월 9일 수요일.
이때 나는 일하느라 굉장히 정신이 없었다. 수요일 오후, 점점 집중력이 떨어질 때 즈음 폰 알림 진동이 울렸다. 그리고 화면 푸시 알림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정말 오랜만에 회사 일 말고 다른 걸로 기뻐하던 순간이었다. 나는 그렇게 브런치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첫 글의 설렘과 두려움
2023년 8월 13일 일요일.
팀 세팅에 정신없이 보낸 상반기를 뒤로 하고, 이제는 정말 쉬어야겠다 생각해서 나무호텔로 호캉스를 간 날이었다. 나는 이때 호캉스에 가져간 아이패드를 들고 호텔 근처 카페에서 첫 글을 다듬고 있었다. 카페는 매우 한적했고, 그 덕분에 집중이 정말 잘 되었다.(그리고 카페에 귀여운 비숑이 있어서 멍멍이 치유를 받았다) 작가 신청 당시에 올렸던 글을 다듬고 다듬어서 첫 글을 발행했다. 그렇게 내 브런치의 첫 글이 올라갔다.
1년 동안, 꾸준히 쓴 글 42개
그리고 매거진 2개
누구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을 기념하고 싶을 것이다. 내가 태어난 날, 부모님의 생신, 연애를 시작한 날, 결혼한 날 등등등. 그런 것처럼 나는 이 브런치에서 내가 글을 시작한 날을 기념하고 싶었다. 항상 회사 안에서의 커리어만 생각하는 내가, 회사 밖에서의 [디자이너 HYO]를 만들어가는 첫 여정. 그렇게 브런치 글을 쓴 지 1년이 지났다. (비록 먼저 올린 글의 타이밍 때문에 1주년 기념글을 딱 13일에 맞춰서 올리진 못했지만) 그새 42개의 글을 올렸고, 글이 점점 많아지면서 이 글들을 1차 분류하기 위해 매거진 2개를 만들었다.
사실 글을 쓰는 거 말고도 회사 밖의 나를 찾는 여정은 여러 번 있었다. 인스타 부계정을 만들어서 그림도 올려보고, 이게 잘 안돼서 드문드문 올리다가 강제로(?) 책을 읽기 위해 독후감을 그림 방식으로 풀어내는 책그림을 그리기도 했다.(이 책그림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다만 책을 빨리 읽지 못해서 자주 그리진 못한다) 하지만 꾸준히 하지 못했다. 재미를 붙이지 못했는지 언제부터인가 의무감에 그림을 그렸고 점점 손을 놓았다.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 글쓰기는 내가 꾸준히, 지속적으로 쌓아 올린 큰 성과이다. 매주 1개씩, 적어도 2주에 1개씩은 글을 쓰려했다. 그 글들이 쌓여 HYO의 브런치가 되었다. 내 글을 본 지인들은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는지 물어보면서 나의 꾸준함에 엄지를 척 추켜올렸다. 정말 꾸준함의 힘이라고, 뭐든 지속적으로 한결같이 하면 그 결과는 적어도 중간 이상은 하는 것 같다.
물론 중간에 글태기가 오기도 했다. 글감이 떨어져서 대체 뭘 써야 하는 건지 내가 의무감에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닌지 등등 글 쓰는 즐거움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무서웠지만 다행히도 이때 글에 대한 반응이 너무 좋아서 글태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이게 다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 덕분입니다 정말로.
글쓰기 덕분에 내 시야가 넓어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위픽레터 뉴스레터에 글도 올라가 보고, IT업계 관련 아티클을 모아서 소개하는 플랫폼 서핏에 올라가 보기도 하고.(요즘에는 올리는 족족 서핏에 올라간다. 혹시 구독자 분 중 서핏 담당자가 계시나요? 그쪽으로 큰절 올리겠습니다) 현재 나에게 외부 활동 제안이 오는 것들은 대부분 브런치 제안을 통해 오고 있다. 지금도 3가지 정도 준비하고 있는데, 추후 콘텐츠가 나오면 한번 더 글로 써보겠다.
브런치를 토대로 쌓아 올린
내 글쓰기의 이다음 여정은?
글쓰기로 넓어진 나의 세계를 본 주변 사람들은 나보고 작가님이라고 부른다. (비록 작가는 아니지만, 작가라는 소리를 들으면 몸을 배배 꼬지만) 내 글을 많이 봐주고 알려지면서 나를 작가라는 또 다른 직업으로 불러주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러면 너의 다음 여정은 글을 쓰는 작가님이냐?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다.
나는 글을 나와 내 커리어를 더 견고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세상에는 나보다 훨씬 더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에 비해 내 글은 그저 의식의 흐름을 풀어놓는 문장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의 나에게는 이런 의식의 흐름을 정리하기 위해 글쓰기가 필요한 것이다.
고맙게도 내 글쓰기 다음 여정은 내 예상보다 더 빨리 넓어지고 있다. 나는 내 글이 브런치 말고 다른 곳에도 올라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내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할 줄도 몰랐다. 당장 다음 여정까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지금 속도로 꾸준히 나의 세계가 넓어지는 것이 좋다.
나도 언젠가는 내 글로 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아주 일말의 욕심을 얘기하자면… 브런치북 응모 정도가 되지 않을까? 가끔 브런치에서 브런치북 응모 알림이 오는데, 실제로 브런치북을 만들려고 시도했다가 그만두었다. 브런치북으로 엮기에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아직 끝을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연재 브런치북으로도 응모가 가능하지만 그러기에는 매주 한 가지 주제로 글을 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현재 매거진 2개를 번갈아 가면서 글을 연재 중이다) 하지만 정말 언젠가는 말이다. 이쯤에서 글을 하나의 책으로 묶을 수 있겠다 해서 브런치 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올해가 될지 내년이 될지 모르지만 말이다.
나의 세계를 넓혀가기 위한
글쓰기는 계속됩니다
본가에 우리 가족의 사진들을 모두 모아놓은 앨범이 여러 권 있는데, 내가 유치원에 다니던 꼬꼬마 시절에 유치원 선생님이 우리 엄마에게 쓴 편지가 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선생님은 내가 그림을 그리거나 일기를 쓰는 등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나중에 크면 [창작]을 하는 사람이 될 거라고 쓰셨다. 그리고 나는 정말로 [창작]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디자인이든 그림이든, 그리고 글쓰기이든 간에 나는 선생님 말대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디자인이나 회사 생활에 회의를 느끼더라도, 글 쓸 거리가 없어서 권태기에 시달려도 글 쓰는 것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글을 통해 나의 생각이나 고민을 고백하고, 그 글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큰 위로를 얻는다. 그리고 이 위로를 얻는 범위를 글을 통해서 점점 넓혀간다. 언제까지 글을 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계속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올릴 것이다. 내년 8월 13일에는 글쓰기를 통해 얼마만큼 나의 세계가 넓어질지 기대를 하면서 1년간의 글쓰기 회고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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