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를 마케터라고 부르는가

마케터? 커뮤니케이터?
2024-09-04

연식이 있으니 라떼는 으로 글을 시작하자면, 내가 (그때는) 마케팅 사관학교라고 불리던 외국계 소비재 회사에서 마케팅을 하던 때에는 마케팅 부서 직원들을 “마케티어”라고 불렀다. 그렇다. market + eer. 그래서 본사의 CMO 들이나 높으신 분들이 글로벌 마케팅 탐에 보내는 메일은 항상 dear marketters across the globe라고 시작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나름 marketing + fronteer 또는 pioneer라는 뜻까지 내포해서, 마케팅 업으로 선두에서 혁신적인 일을 하는 그대들아 라고 사기를 북돋워 주고자 하는 의도였다고 한다. 아무튼, 그때는 그냥 회사에 다니는 사람인데 그중 마케팅 업무를 하는 사람으로 우리를 인지하고 있었고 직업을 굳이 소개해야 할 일이 있다면 “브랜드 매니저”라고 소개하곤 했다. 그야말로 “브랜드 매니지먼트”의 시대였기 때문에 (궁금하신 분들은 데이비드 아커 교수님의 오래된 고전 <브랜드 경영>을 찾아보시길. 2003년 1쇄이니 20년 된 책이다.) 브랜드를 매니지하는 사람이라는 소개가 더 업에 대한 확실한 설명과 함께 직무 아이덴티티도 확실하다고 여겨졌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케팅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 (기업에 있던, 대행사에 있던, 프리랜서이던)을 통틀어 “마케터”라고 부르는 경향으로 굳어진 것 같다. 왜 이렇게 굳어졌다는 확신이 들었는가 하면, 각종 유튜브나 웹진에 “마케터가 되는 법”등의 타이틀이 붙은 컨텐트들이 많아지고, 무신사의 스트릿 패션 사진에서 힙합 엠지들의 사진 아래 캡션 중 직업난에 “마케터”가 매우 자주 눈에 띄기 때문이다. 무신사에서 인정한 직무라면 노동부 정식 잡코드에 들어가도 될 정도의 공인력 아닌가! (이런 것이 있는지는 잘 모릅니다. 챗지피티님도 배워 가면서 말을 내뱉으신다는 것을 알게 되어 요즘 이 분도 잘 못 믿겠고요. 잡코드란 개념이 관공서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요지는 “마케터”가 대세 단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런. 데, 도대체 “마케터”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참고로, 그 이전에 저희 동료들이 스스로를 일컫던 “브랜드 매니저”는, 한 브랜드를 관리 즉 경영하는 사람이란 뜻이었다. 브랜드의 태동부터 성장과 지속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P&L 은 물론, 가격 (price), 판촉 (promotion), 유통 (place), 제품 (product)의 전략과 실행을 책임지는 일종의 브랜드 사장 같은 개념이었다. 

그. 런. 데, 정말 “마케터”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분들은 어떤 업무가 마케터를 규정짓는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 


신뢰도에 살짝 물음표가 있지만 그래도 믿을 건 챗 지피티뿐이라 그분께 “마케터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물어보았다. 그분의 대답: 


이 분 말씀에 따르면, 마케터는 큰 범주를 포괄한다. 심지어 브랜드 관리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직구를 던지자면, 요즘 “저는 마케터입니다”라고 할 때, “마케터가 되고 싶어요”라고 할 때는 위의 범주 중 “콘텐츠 제작 및 관리” “디지털 마케팅” “판매 촉진 활동” 이 마케터 (즉 마케팅을 업으로 하는 사람)가 하는 일의 거의 대부분이라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콘텐츠 제작 및 관리: “이번에 새로 나온 무알콜 맥주를 알리려면 쇼츠 챌린지를 만들어서 올려야겠어. 우리 모델인 유명 가수 동료들이 릴레이로 해 주면 좋겠네” 

디지털 마케팅: “쇼츠 챌린지를 인스타에 광고할까 유튜브에 할까? ROAS부터 봐야겠다” 

판매 촉진 활동: “뜨는 브랜드라면! 무조건! 성수동에서 팝업해야 해! 그게 안되면 더 현대에서라도!” “굿즈도 만들어야지!” 

이런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샘솟다니 나는 정말 타고난 마케터가 아닐 수 없어. 음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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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다 혹시 중요한 것을 잊은 건 아닌지? 데이비드 아커의 브랜드 경영 책까진 읽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챗 지피티가 알려준 마케터의 업무 내용 중 시작과 끝 (보통 가장 중요한 것들을 시작과 끝에 두지 않나요?)을 보면 시장 조사, 마케팅 전략 – 성과 분석, 고객 관계 관리가 있다. 

시장 조사: 성수동에 나가서 무엇이 유행인 지를 보는 것이 아니다. 돈 주고 조사 대행사의 리포트를 사서 보는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내 제품과 내 브랜드의 고객들이 어떤 제품을 왜 구매해서 (또는 시간을 투자해서) 사용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또는 어떤 전문가에게 어떻게 일을 의뢰할지 파악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마케팅 전략: 할머니도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전략, WHY에 해당하는 내용. 성수동에 팝업을 해야 한다는 WHAT을 하기 위한 “WHY”. 왜 돈과 시간을 그 아이디어에 써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설득할 수 있는 WHY를 규명해 내는 역량 역시 중요하다. 

성과 분석: 마케터가 되고 싶어요 하는 분들이 아마 가장 간과하기 쉬운 업 아닐까. 실패의 이유, 성공의 이유 그리고 결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해서 다음 프로젝트에 레슨이 되도록 하는 역량 역시 매우 필요하다. 

고객 관계 관리: 콜센터가 하는 업무 아닙니다! “고객”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일이다. 소셜 리스닝이건, 챗봇이건 위의 전략 WHY와 실행 WHAT을 반영하는 고객 관계 관리 역량 역시 간과해서는 안된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쓰고 보니 야간 경영대학원 과제 같아졌다. 그래도 요즘 “마케터”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서, 고릿적 얘기지만 오랫동안 마케팅 업을 해 오다 보니 드는 생각을 끄적거려 보았다.

이상 오늘의 주절거림 끝. 

SAVVY의 브런치 스토리: https://brunch.co.kr/@sunahba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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