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하면 어떤 키워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해운대? 해산물 요리? 사투리? 저는 가장 먼저 부산국제영화제가 떠오르는데요.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행사이자, 국내 영화는 물론 글로벌 영화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적인 행사예요. 올해 29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 11일, 갓 막을 내렸는데요. 영화 업계의 불황, OTT 시장의 선전 등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이번 영화제 역시 이전과 매우 달랐다고 해요.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같이 알아볼까요?- 에디터 수빈  

 부산국제영화제 BIFF 2024 

 티빙vs넷플릭스 

📌누가 : CJ(티빙), 넷플릭스 📌무엇을 : OTT 세력 과시 📌언제 : 2024.10.02~2024.10.11 📌어디서 :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어떻게 : 다양한 행사와 광고를 통해서 📌왜 :하반기에 개봉되는 OTT 오리지널 작품을 홍보 목적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린 부산국제영화제 그리고 OTT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번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열흘 간의 일정을 성황리에 마쳤어요. 이번 영화제에서는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4편을 포함해 총 63개국으로부터 278편의 영화를 부산 영화의 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 총 5개의 극장, 26개의 상영관에서 상영했답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의 총관객 수는 14만 5,238명, 좌석 점유율은 약 84%로, 역대 최고 좌석 점유율을 기록했는데요. 부산영화제 측은 예산 감축 등의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코로나 이후 이례적인 성과를 낸 것에 대해 많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어요. 참고로 부산국제영화제 국가 지원금은 지난해 12억 8,000만 원이었던 데에 반해, 올해 6억 1,000만 원으로 무려 50%나 줄어들었어요. 😭

(출처: 뉴스1)
(출처: 뉴스1)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키워드로 ‘OTT ’를 꼽을 수 있는데요. ‘OTT 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자리에서 OTT 작품들이 소개되었어요. 특히 영화제 작품들 중 가장 큰 이목이 집중되는, 개막작으로 넷플릭스 개봉 예정작이자, 박찬욱 감독이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전.란’을 소개해 화제가 되었어요.

 부산에서 펼쳐진 티빙과 넷플릭스의 무대 

앞서 말씀드렸듯 이번 영화제에서 OTT의 영향력은 매우 엄청났는데요. 넷플릭스의 ‘전,란’, ‘지옥2’부터 티빙의 ‘내가 죽기 일주일 전’, ‘좋거나 나쁜 동재’, 디즈니 플러스의 ‘강남 비-사이드’ 등 다양한 OTT 작품들이 영화제에서 다뤄졌어요.

물론 단순히 작품 초청만 이뤄진 것은 아니에요. 부산 영화의 전당 일대가 넷플릭스, 티빙 작품 포스터로 가득할 정도로 작품 홍보에 공을 들인 것은 물론,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며 서로의 영향력을 과시했답니다. 특히 CJ의 티빙과 넷플릭스의 대결이 가장 눈에 띄었는데요.

✅ CJ 티빙 : 팝업부터 파티까지 다양하게 준비했어요!

(출처: 티빙)
(출처: 티빙)

먼저 티빙은 올해 초청작이었던 ‘좋거나 나쁜 동재’.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의 GV 및 오픈 토크에 참여했는데요. 두 작품 모두 예매 시작 3분 만에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며 큰 기대감을 불러 모았어요.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과 감독이 오픈 토크에 참여하여 영화에 참여하게 된 배경,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직접 풀었답니다.

이밖에도 티빙은 ‘티빙 하이라이트 인 부산’이라는 이름의 팝업 그리고 힙합파티를 진행했는데요.

(출처: 티빙)
(출처: 티빙)

‘티빙 하이라이트 인 부산’에서는 ‘환승연애’, ‘선재 업고 튀어’처럼 올해 사랑을 받았던 작품부터 ‘랩:퍼블릭’, ‘정년이’ 등 신작들의 주요 배경을 재현하여 많은 사람들의 방문을 이끌었답니다. 또한 이준혁, 박성웅 등 작품에 나왔던 배우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기념사진을 남기고 사인을 해주는 특별한 이벤트도 진행되었다고 하는데요. 해당 행사는 1만 3,000명이 방문하며 큰 성공을 이루었어요. 이에 더해 해운대 일대에서는 쌈디, 릴보이, 김하온 등이 참여하는 ‘티빙 힙합 파티’도 주최하여 부산에서의 밤까지도 티빙으로 채우고자 하였어요.

✅ 넷플릭스 : 부산 어디든지 넷플릭스가 떠오르도록!

당연히 넷플릭스도 가만있을 수 없겠죠?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전.란’은 BIFF의 초청작 중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는데요. 개막식 다음 날 진행된 오픈 토크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언론과 평단의 극찬도 연일 쏟아졌다고 해요. 특히 해당 작품은 부산국제영화제의폐막식 날인 11일에 정식 공개를 앞둔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 기대감이 엄청났죠. 

개막식부터 기를 잡은 넷플릭스는 BIFF 메인스테이지인 영화의 전당 맞은편 건물과 해운대 한 복판에 대형 옥외광고를 걸어 작품을 홍보했는데요. 이 밖에도 부산 곳곳에 넷플릭스의 ‘N’ 조형물을 설치하여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과시했어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부산의 카페를 빌려 ‘넷플릭스 사랑방’을 운영, 다양한 신규 작품들의 포스터를 전시하고 인생네컷을 찍을 수 있는 부스를 마련하기도 했어요. 이밖에도 대형 투자 배급사들이 주로 진행하던 부산의 밤 행사를 넷플릭스가 담당하여 ‘넥스트 온 넷플릭스 : 2025 한국영화’를 개최하기도 했는데요. 영화계 관계자와 취재진을 초대해 ‘계시록’, ‘고백의 역사’ 대홍수’, ‘사마귀’ 등 내년도 신작 라인업 7편을 소개했어요.

특히 이번 행사에서 강조했던 것은 ‘영화의 다양성’이었는데요. 넷플릭스가 처음 선보이는 국내 애니메이션을 시작으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예고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이러한 계획은 국내 영화 산업에서 더 커질 영향력을 예상하게 했어요.

 부산국제영화제, OTT를 품은 배경은? 

이전과 많이 달라진 부산국제영화제의 풍경, 왜 영화제는 논란이 예상됨에도 OTT를 품게 되었을까요?

✅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OTT 시장

OTT 시장을 살펴보기에 앞서 요즘 극장가들은 어떨까요? 이에 대한 답을 이야기하자면 예상하다시피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아요. 메가박스의 경우, 실적 부진이 계속되며 올해에만 6개의 영화관을 폐관했어요. (참고로 국내 영화관 3사 중 메가박스만 올해 상반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어요.)

물론 CGV와 롯데시네마는 흑자로 전환하며 메가박스보다는 상황이 조금 더 나았는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계속된 관객 감소와 영화 제작 단가 상승, 물가 상승에 따른 고정 비용 부담으로 3사 모두 관람료를 인상했습니다. 이에 대해 3사는 OTT 위주로 영상 산업 구조가 개편되면서 직접 경쟁 관계인 상영관들의 사정이 안 좋아져 이러한 결정을 했다고 밝혔어요.

반면, 국내 OTT 규모는 앞으로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국내 OTT 시장 규모는 현재 5조 6천억 원으로, 2027년에는 7조 2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요. 또한 방통위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작년도 OTT 이용률은 77%, 유료 결제 이용자 비율이 57%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무려 10명 중 7명이 OTT 플랫폼으로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다는 의미로, OTT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죠.

물론 이를 통해 OTT 시장은 성숙기에 진입했다고 볼 수도 있어요. 10명 중 7명이 OTT를 이용한다는 것은 이미 이용할 사람들은 다 이용하고 있다는 뜻을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실례로 지난해 8월, 1,363만 명이던 넷플릭스 MAU는 올해 8월 1,121만 명으로 242만 명이 줄었는데요. 같은 기간 티빙 MAU는 589만 명에서 783만 명으로 200만 명이 증가했어요. 즉, OTT에 신규 이용자가 유입된 것이 아니라, 기존 이용자가 A 플랫폼 구독을 해지하고 B 플랫폼을 구독한 것인데요. 킬러 콘텐츠를 통한 플랫폼 간 파이 나눠먹기가 OTT 시장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 OTT 홍보의 장으로 전락한 부산국제영화제, 우려되는 점은?

OTT가 주름잡았던 이번 영화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많았는데요. 새로운 영화계 스타를 발굴하고, 독립 영화를 조명했던 기존 영화제 의미가 퇴색되고, 극장 영화가 어려운 시기에 굳이 OTT 오리지널 영화에 힘을 실어준 것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죠.

물론 이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해외 영화제를 예시로 “중요한 영화제는 일반적으로 개막작을 이해하기 쉬운 작품으로 선정한다. 영화를 전문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반 시민들도 영화제에 참여하기 때문에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했다. 또한 극장용 영화도 나중에는 TV에서 볼 수 있지 않나. 그것을 뒤집은 것뿐이다”라는 입장을 밝혔어요. 

 

 치열했던 2024, 티빙과 넷플릭스 

✅ 2024년 되돌아보기 : 엎치락 뒤치락 OTT 경쟁 구도

공격적인 캐스팅, 엄청난 규모의 제작비로 압도적인 작품 퀄리티를 보여주는 OTT 시장! 2025년까지 두 달을 앞둔 지금, 국내 OTT 시장을 되돌아보면 아주 흥미로운 부분들이 보여요.

일단 2024년 상반기는 CJ의 해라고 말할 정도로 CJ 작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대표적인 작품으로 ‘선재업고튀어(넷플릭스에는 올해 8월부터 공개)’와 ‘눈물의여왕(넷플릭스와 티빙 모두 공개)’ 그리고 ‘환승연애3(티빙 독점)’이 있었죠. 세 작품 모두 크게 흥행하며 티빙은 올해 상반기 쿠팡플레이에 뺐겼던 국내 OTT 1위 자리를 되찾았어요. 올해 4월에는 월간 활성자 이용자수(MAU) 706만 명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700만의 고지를 밟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올해 하반기는 어떨까요? 다들 아시다시피 저번주에 종영한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가 범국민적인 히트를 치면서 넷플릭스에 함박웃음을 짓게 만들어주었어요. 압도적인 제작비와 규모, 대단한 출연진 등 넷플릭스가 만드는 서바이벌 예능은 역시 다르다며 전 세계적인 호평과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죠.

사실 티빙도 최근에 서바이벌 예능을 공개했는데요. 주제는 바로 ‘힙합’! 쇼미더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랩대결과 계급 사회를 소재로 ‘랩퍼블릭’이라는 서바이벌 예능을 공개했어요.

60인의 래퍼들을 데려다 놓고 생존 경쟁을 한다는 점, 얼굴을 가려 누군지 몰랐던 래퍼들이 가면을 벗고 무대에 나선다는 점 등이 흑백요리사와 많이 비슷한데요. 흑백요리사가 최근에 막을 내리고 랩퍼블릭의 출연진들의 신상이 공개된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이 기울어지지 않을까 예상을 해보고 있습니다.

✅ 남은 2024년 내다보기 : 넷플릭스와 티빙, 아직 몇 발 남았다

그렇다면 2024년의 최종 승자는 어디일까요? 사실 두 플랫폼 모두 회심의 작품들을 남겨두고 있어 작품을 까보기까지 아직 승자를 결정하기는 일러요. 

먼저 티빙부터 살펴볼까요? 장르물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자 모두가 다음 시즌을 기다리고 있는 ‘비밀의 숲’! 그 작품의 스핀오프가 바로 ‘좋거나 나쁜 동재’인데요. 비밀의 숲에 출현했던 서동재라는 캐릭터의 입체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에요. 비밀의 숲 팬층이 워낙 탄탄하고 많은 흥행을 이끌었던 작품이었기에 이번 스핀오프작에 대한 흥행 기대감도 매우 높죠.

‘좋거나 나쁜 동재’만큼이나 첫 방송까지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던 작품은 바로 ‘정년이’인데요.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정년이는 소리꾼으로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주인공 ‘윤정년’이 한국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한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원작에 대한 높은 애정도와 모든 출연진이 여성이라는 이례적인 특징이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10일과 12일 각각 첫 방송을 시작했는데요. 마몬 뉴스레터를 보고 호기심이 생기셨다면 지금 두 작품을 찾아보셔도 좋겠네요. 😎

티빙이 ‘기존 인기 작품 응용하기’로 하반기를 공략하고자 했다면, 넷플릭스는 반대로 ‘기존 인기 작품 후속 편 내기’가 하반기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어요.

넷플릭스의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실감케하는 CG와 스토리로 큰 화제를 모았던 ‘지옥’의 후속 편과,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다 못해 넷플릭스 한국 사랑의 시발점이 된 ‘오징어게임’의 후속 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데요. 두 작품 모두 시즌 2가 제작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그 기대감 또한 엄청난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간 스위트홈을 비롯해 오리지널 후속작들의 혹평이 난무했기에 두 작품은 과연 어떤 평을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어요. 

지금까지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넷플릭스와 티빙의 경쟁, 그리고 하반기 OTT 라인업들을 알아보았는데요. 일상이 된 OTT 플랫폼과 위기에 직면한 극장가.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인식이 깨진 요즘, OTT와 극장가는 또 어떤 국면을 맞이하게 될까요? 그리고 다음 부산국제영화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내년 30주년을 맞아 한 달 빠르게 시작되는 부산국제영화제, 내년에는 영화 산업이 또 어떻게 바뀔지 예상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 에디터 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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