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에 대한 환상
SEO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SEO가 마케팅이 마케팅의 황금 열쇠인 것과 같은 환상에 빠지곤 합니다. 그리고 보통 그런 이야기에는 비용 없이 사람들의 트래픽을 쓸어모을 수 있다든지, 아무리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라도 터지는 콘텐츠로 성공할 수 있다든지 하는 신화들이 함께합니다. 특히 개인정보 이슈로 마케팅 비즈니스가 들썩였던 2020년대 초반부터는 그런 분위기가 한층 더 고조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퍼포먼스 마케팅은 이제 곧 종말하고 브랜딩과 콘텐츠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연스럽게 SEO를 필두로 한 오가닉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디지털 마케팅에서 노출과 트래픽은 잠재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고, 그렇게 생각하면 SEO는 다른 마케팅 방법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비용 대비 효율을 보여 줄 것만 같습니다. SEO는 정녕 마케터들의 구원자인 걸까요?
당연하게도 아닙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했다면 우리는 SEO의 존재 이유를 완전히 호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SEO는 마케팅 퍼널의 수많은 변수 중 하나일 뿐
우리가 마케팅 퍼널을 보면서 변수들을 실험할 때 자주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특정 독립변수를 바꿨을 때 가설 속의 종속변수만 변화하고 나머지 독립변수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사실 마케팅의 경우 사람의 마음을 예측해야 하는 만큼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하고, 이런 변수들을 모두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마케터들은 AARRR라든지, AISAS라든지 하는 모델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소비 패턴을 정의하려고 노력하죠.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문제는 이 모델 자체가 아니라 모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입니다. 우리는 이 모델들이 ‘논리를 위해 이상적으로 정의한 행동’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사람들의 행동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때때로 이 ‘이상적인 모델’에 매몰되어 소비자의 행동을 여기에 억지로 끼워맞추는 식으로 해석하려고 하면, 문제는 그럴 때마다 발생합니다.
마케팅 퍼널의 기울기는 시시각각 바뀝니다
SEO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SEO를 활용하는 마케팅은 보통 퍼널의 첫 단계인 ‘인지’단계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검색을 통해 구매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시작됩니다. 자연스럽게 콘텐츠의 목적은 트래픽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정해지고, 키워드 분석과 콘텐츠 제작 또한 이 방향성에 맞춰 진행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서 실수를 합니다. 맨 첫 단계의 유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나머지 마케팅 퍼널의 기울기가 그대로 유지된 채 매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제로는 그런 이상적인 상황이 자주 발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트래픽은 올라가지만 전환은 제자리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왜일까요? 이 콘텐츠가 퍼널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우리의 콘텐츠 전략이 전체적인 마케팅 단계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보성 콘텐츠를 통해 유입되는 트래픽 안에는 우리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잠재고객보다 단순히 정보 자체를 찾는 고객들이 더 많습니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가치가 낮은 고객’입니다. 근본적으로 즉각적인 전환이 일어나기 어렵습니다(퍼포먼스 마케팅에서 시딩을 위해 인지도 목적의 광고를 운영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콘텐츠를 통해 전환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퍼널 윗단에서 획득하는 고객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적절한 가치를 정의하거나 혹은 그 고객들을 퍼널 아래쪽으로 연결하기 위한 다른 장치를 마련했어야만 합니다.
SEO 콘텐츠의 역할
그렇다면 이 적절한 가치라는 건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을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면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가 명확해집니다. SEO는 검색엔진의 키워드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검색 키워드를 분석하면 사람들이 어떤 키워드에 관심이 많은지, 그리고 특정 키워드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검색을 하는지에 대한 경향성을 볼 수 있습니다. 키워드의 의도를 분석함으로써 개별 개별의 키워드를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분석한 키워드를 실제 마케팅 퍼널에 맵핑하면 우리는 기존의 개념어로 채워져 있던 고객 여정 지도에서 실제 키워드, 즉 구체적인 샘플 데이터로 재구성한 고객 여정을 그릴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고객 여정 지도에 있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SEO 콘텐츠를 만들어 각 단계마다 그 의도에 부합하는 트래픽을 창출해낼 수 있습니다.마케팅 단계에 따라 콘텐츠 목적을 정의하고, 목적에 맞는 소재를 세팅해서 각 단계별로 고객 트래픽을 유입시킨다. 여기까지만 들었는데도 왠지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많이 들어 본 듯한 흐름이지 않나요? 맞습니다. SEO 콘텐츠는 다른 마케팅 방법론과 전혀 다른 무언가가 아닙니다. 전체 마케팅 플랜의 관점으로 보면 ‘오가닉 트래픽을 창출한다’는 아주 명확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오가닉 트래픽의 역할 또한 단순히 트래픽 자체로 최종 목표가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리 설계한 고객 퍼널의 단계마다 마케팅 전략이 원활하게 기능하도록 정확하게 그 의도에 부합하는 충분한 잠재고객 모수를 부어 주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바꿔 말하면, SEO 콘텐츠를 통해 우리는 고객들의 검색 의도를 파악하여 해당 단계에서의 거시적인 마케팅 전략이 원활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그 오가닉 트래픽이 창출되는 과정 속에서 콘텐츠의 질이나 우리 웹사이트 전체의 고객 경험을 강화시켜 우리의 최종 목표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검색 엔진 최적화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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