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이 왜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나를 알 수 있는 시각적인 증거물이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만가지 생각을 하지만, 둥둥 떠다니는 생각과 관념 만으로 나를 알아 내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생각만 하는건 쉬워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비슷한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 관념을 옮겨 텅 빈 공책이나 도화지를 뺴곡히 채우는 일은 어렵습니다. 마치 상상 속 건물의 모습을 현실로 옮겨 벽돌을 하나씩 직접 쌓아 올리는 것 처럼요. 직접 벽돌을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생각이 고쳐지고, 없던 생각도 만들어져, 결국에는 생각보다 훨씬 더 멋진 건물이 만들어 지기도 합니다.
‘나는 달리기를 좋아해’라고 생각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달리기가 어떤 의미인지, 그것을 좋아하는 것이 얼마나 충만한 경험인지로 공책 한 페이지에 ‘달리기’라는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일은 어렵습니다. 그렇게 직접 쌓아올린 글이라는 창작물은 내가 달리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나조차도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시각적인 증거가 됩니다.
그 창작의 결과물은 사람마다 모두 다를거에요. 같은 생각과 관념에서 출발 하더라도 벽돌을 하나씩 옮겨 쌓는 과정에서 나오는 각자의 글이 같을 수가 없고, 각자의 그림이 같을 리가 없으니까요. 누구는 과감하게 어려운 부분을 단순한 설명으로 건너 뛸 것이고, 누군가는 어려운 부분을 더 세밀하게 묘사 하고자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생각을 창작으로 옮기면 거울을 보듯 나를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이나 그림을 보며 그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요.
부족한 글솜씨나 그림 실력을 폄하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창작할 수 없다면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저 ‘창작’이라는 행위가 스스로를 더 깊게 알아차리는데 좋은 수단이 될 수 도 있다는 거에요.
내가 누구인지는 직접 써 보거나 그림을 그려보면 알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보며 그 사람을 알게 되는 것처럼요. 우리의 진짜 모습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을 할 때가 아니라, 깊게 고민 하여 어려운 일을 할 때 나타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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