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카피 한 줄이 주는 충만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단 한 줄이면 충분합니다.
2024-06-07

위픽레터 에디터로 격주에 한 번씩 일본 광고 카피를 소개해주시는 ‘정규영’ 작가님의 책이 출판되었습니다. 위픽레터에도 소개되었던 카피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신 것인데요, 일반적으로 보던 책과는 구성이 많이 달라 시작부터 흥미로웠습니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일본 명카피 100선이 소개되는데, 어떠한 설명도 없이 일본어 원문과 번역문, 그리고 카피의 출처만이 적혀 있습니다. 위아래로 넓은 여백이 펼쳐지고, 종이 한가운데에 카피 한 줄만 적혀 있는 형태입니다. 길어야 두 줄 남짓 쓰여 있는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책장이 빠르게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글 하나하나에 이야기와 힘이 가득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에서부터 저는 한 줄의 ‘카피’가 가진 힘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카피에 담긴 단어를 하나하나 뜯어가며 말맛을 느끼고 나만의 감상을 떠올릴 수 있어서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2부에서는 50개의 주요 카피를 소개하며 카피의 배경, 작가님의 감상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2부는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1장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하는 한 줄
  • 2장 인생을 생각하게 만드는 한 줄
  • 3장 성장을 꿈꾸게 하는 한 줄
  • 4장 광고와 글쓰기에 힌트를 주는 한 줄
  • 5장 가족을 돌아보게 만드는 한 줄

책을 읽는 동안 저의 경험 또한 떠올렸고, 진솔하게 적힌 이야기를 읽으며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카피를 읽고 느꼈던 감상, 그리고 이 감상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 적절하게 조화되어 있었습니다. 대학생, 광고인,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아버지라는 수많은 정체성 중 하나쯤은 이 책을 읽는 독자 분들에게도 내재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학생으로서, 누군가의 자식으로서 작가님께서 느끼셨던 경험들이 비슷한 정체성을 가진 제게도 고스란히 느껴져서 더욱 이입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정규영 작가님의 브런치에 소개된 글들을 정리한 책이기 때문에, 작가님의 브런치를 방문해 글을 읽어보셨거나 위픽레터 아티클을 읽어보셨던 분이라면 글이 익숙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 또한 아티클에 나왔던 카피들이 등장해서 무척 반가웠는데, 모니터가 아닌 종이책으로 읽어보니 색달랐습니다. 또, 카피들을 제 손으로 만져보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그럼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카피 하나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4장 광고와 글쓰기에 힌트를 주는 한 줄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

망설이고 있다면, 가슴이 뛰는 쪽으로.

歩くからこそ、道は生まれる。

迷ったら、ときめく方へ。

조니워커 블랙라벨 TV광고 (2021)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정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도움이 되는가, 돈이 되는가, 편한가, 안전한가, 부끄럽지 않은가, 남 보기에 어떨까… 이런 기준들에 얽매이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을 선택하라는 조언. 멋있다. 그러고 싶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오면 매번 그런 선택지를 쥐어들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가슴이 뛰는 쪽을 선택하라는 말에 가슴이 뛰는 건 평소에 그런 선택을 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한 줄 카피> 321~322p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겠다고 매일 다짐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어제, 또는 아주 먼 과거의 일을 돌이키며 후회를 하고 이불을 발로 뻥뻥 차고 있습니다. 이제 돌아가기엔 많이 늦었지, 라고 생각하다가도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 라고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어느 정도는 체념했고, 때때로 되돌아가서 새로운 길을 파고들기도 했죠. 하지만 되돌아간다고 마음이 편해지는 건 아니었어요. 더 큰 불안감과 불확실함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카피를 읽은 순간 뜨거운 울림이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불안해 하고 두려워했던 시간들이 ‘걸어가며 길을 만들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피 한 줄만으로도 마음이 이렇게 울렁일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메모지에 카피를 적어 책상 앞에 붙여 놓았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불안해 할 스스로에게 지금은 길을 만들고 있는 시기일 뿐, 두려워 할 필요 없다는 걸 잊지 않도록 말이죠. 이 카피는 아마 아주 오랫동안 제 마음 속에 남아 저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문장이 될 거예요🤗

이처럼, <한 줄 카피>는 마케터와 기획자, 광고인인 우리에게 영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메세지를 전해주며 위로를 건네줍니다. 한국의 카피와 달리 일본어로 구성된 카피지만, 정규영 작가님의 번역을 통해 카피 안에 담긴 언어를 초월하는 깊은 스토리와 인사이트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카피라이팅에 관심이 있는 마케터 여러분들 뿐만 아니라 시를 읽으시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며 짧은 문장 안에 들어 있는 충만감을 느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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