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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년 가을, 두산그룹은 새로운 기업 이미지 광고 시리즈를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이 짙게 드리워져 있던 시기였다. ‘젊은 청년에게 두산이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부제에 걸맞게 광고들마다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야 할 젊은 세대에게 주는 메시지를 담았다. 모든 광고의 마지막은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으로 맺는다.

이 광고는 ‘사람’이 성장의 중심이라는 기업의 철학을 전한다. 평범한 청년들의 표정과 일상을 원테이크로 담은 심플한 영상 위에 ‘실패했다는 사실보다 가치 있는 시도가 중요’하다거나 ‘부족하다는 것은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는 의미의 바디카피가 이어졌다. 광고는 취업난과 불안을 겪던 청년층에게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지며 호평을 얻었다. 다른 기업들이 앞다투어 경쟁과 성과를 외치던 흐름 속에서, 사람의 가능성을 강조한 내용이 차별적인 울림을 만들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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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가 방영된 직후 대학생과 구직자를 중심으로 호감도가 크게 상승했고, 두산에 대한 호의적 태도와 취업 희망률은 세 배 가까이 높아졌다.* 단순한 이미지 제고를 넘어 실제 지원 증가라는 가시적 성과를 남긴 것이다. 결국 이 카피를 직접 쓴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한국광고PR인 2012’에서 올해의 광고 카피라이터상을 받고,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까지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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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젊은 직원들을 대거 내보내자 “사람이 미래다”라는 말은 부메랑이 되어 브랜드를 공격하는 데 사용됐다. 결국 이 슬로건은 광고를 위한 문구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람은 미래였지만, 위기는 눈 앞의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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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연, ‘사람이 미래다’ 7년간 일관된 메시지! 이미지 뿐 아니라 기업 자체를 바꿨다, 동아비즈니스리뷰 188호(2015년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