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성수 팝업에 방문해 자세히 경험했습니다.

0. 팔란티어

미국의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플랫폼 기업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주식 좀 한다’ 하는 이들에겐 익숙한 이름입니다.
방대한 공공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미 국방부,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습니다.
범죄, 테러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전략 수립을 돕는 ‘고담(Gotham)’은 팔란티어의 대표 제품입니다.
팔란티어는 테슬라, 엔비디아와 함께 이른바 ‘서학 개미(해외 주식 개인 투자자)’들이 꼽는 3대장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이런 팔란티어가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1. 오픈런, 익숙하지만 조금 다른 풍경

10월 14일 오전 10시 30분, 성수동 북단 슬로우파마씨 옆 철문 앞에는 이미 200미터가 넘는 줄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정오 오픈 예정이었지만 아침 부터 많은 인파가 모였습니다.
노트북을 펼쳐 무언가를 작업하는 사람도 있었고, 연령대도 다양했습니다.
화려한 연무장길과 달리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케팅 행사’보다는 ‘테크 커뮤니티, PLTR 주주 모임’에 가까운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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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수의 원래 얼굴을 선택하다.

이번 팝업은 성수역 1·2번 출구 인근, 여전히 공장과 창고가 남아 있는 북단 상권에 위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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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란티어 대외협력 총괄 리드 Eliano A. Younes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엔 꼭 성수동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여러 후보지를 검토했지만, 성수는 ‘힙하면서도 산업적인 분위기’가 공존하는 곳이었죠.
이는 제조업 기반 고객이 많은 팔란티어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외부에는 아무 표식 없이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고, 위치만 놓고 보면 팝업스토어임을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서니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졌습니다.

3. 내부 구조 – 정보와 감각을 병렬배치

입구를 지나면 중앙 바닥에는 대형의 팔란티어 로고 조형물이 자리하고, 정면 벽은 거울로 마감되어 있었습니다.
오른쪽 스크린에서는 팔란티어의 팝업 관련 로고 아트 플레이, 소프트웨어 시뮬레이션, CEO 알렉스 카프의 연설,
그리고 최첨단 전쟁 시뮬레이션 이미지들이 반복 재생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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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iano가 공간에 대해서 말합니다.

“팔란티어는 오해를 많이 받는 회사입니다.
이번 팝업은 그 소음을 잠시 멈추고,
팔란티어가 지닌 디자인적 미학과 철학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에요.”

4. 대중에게 말을 거는 ‘군사, 산업용 컴퓨팅 솔루션’

운이 좋게 팔란티어 전문가 유튜버 빅데이터닥터님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게 되었습니다.

“팔란티어는 그동안 일반인에게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기업입니다.
이번 팝업은 투자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회사를 더 친숙하게 소개하는 계기가 될 겁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개인이 직접 팔란티어 소프트웨어를 체험할 수 있는 웹사이트가 열렸고,
굿즈 구매 웹사이트가 열렸을 때 “미국 다음으로 반응이 뜨거웠던 나라가 한국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이번 팝업은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팔란티어가 한국 시장을 이번 실험의 첫 무대로 삼았다는 의미였습니다.

5. 굿즈 — ‘MADE IN USA’

굿즈는 대략 여섯 종류였습니다. 아이템 당 2개씩 구매할 수 있었고, 팔란티어 서울 기념 토트백고 함께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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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팩, 볼캡, 티셔츠, 스웨트셔츠, ‘온톨로지(ONTOLOGY)’ 후디.
모두 블랙과 그레이 톤으로 통일되어 있었으며, 번쩍임이 거의 없는 재질이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모든 제품에 공통적으로 찍혀 있는 “MADE IN USA” 라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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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란티어의 정체성이 그 라벨 안에 담겨 있었습니다.
대량생산보다는 자국 내 생산 체계를 유지하며,
자신들이 속한 시스템 안에서 신뢰와 통제를 강조하는 태도였습니다.
‘서방의 기술로 서방을 지킨다’는 기업 철학이 소재와 생산 방식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스티커에는 'DOMINATE'라는 단어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짧지만 강한 그 단어는 팔란티어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태도를 드러냅니다.
제어하고, 해석하고, 통합하는 기술 - 그들은 그 세계관을 단 한 단어로 압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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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는 심플하고 후드티는 재봉선이 두껍고 견고합니다.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6. 통제된 공개

팝업스토어를 나올 즈음, 줄은 두세 겹으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입장은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한 명이 나가야 한 명이 들어올 수 있었고,
입구 앞 직원들은 실시간으로 인원을 계산하며 문을 열고 닫았습니다.
여느 팝업에도 이런 종류의 통제가 있지만 여기서는 유독 이 ‘통제'가 팔란티어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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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기술과 윤리, 국가와 브랜드의 경계에서

팔란티어의 로고 아래에는 단순한 기술기업 이상의 철학이 깔려 있습니다.
이 회사는 “서방 동맹국의 안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지원”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그 자체로 지정학적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입니다.
CEO🔗 알렉스 카프가 언급해온 “신애국주의(neo-patriotism)”는,
AI 시대에 실리콘밸리가 미국을 지켜야 한다는 그의 개인적 철학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는 팔란티어 전체의 공식 입장이라기보다,
창업자의 세계관이 회사의 상징적 정체성으로 반영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철학은 회사의 수익 구조에도 반영됩니다.
팔란티어는 여전히 미국 정부와 국방 계약에 깊이 의존하며,
AI를 국가 경쟁력의 중심에 두는 ‘지정학적 베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팔란티어에게는 “투명성과 감시의 경계”, “보호와 통제의 균형”이라는
윤리적 질문이 항상 따라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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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팔란티어가 성수동의 골목 안에서
대중을 향한 첫 번째 공간 경험’을 열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이 팝업은 기술의 신뢰를 ‘브랜드 경험‘으로 번역하려는 시도이자,
국가 단위의 담론을 개인 소비와 감각으로 끌어내리는 실험같습니다.

8. 마케터의 시선으로 본 팔란티어 팝업

팔란티어는 지금까지 철저히 B2B 중심, 폐쇄적 이었습니다.
그런 기업이 거의 최초로 ‘브랜드 감각’을 실험하는 장을 열었습니다.
대중과의 첫 대면에서 팔란티어는 기술보다 미학을 강조하고,
복잡한 데이터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디코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