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6편에 걸쳐 <우리 회사는 AI를 안 쓰는데요?>를 브런치북으로 엮었습니다. 거의 매일 1편씩을 연재한 지라 실제 글을 쓴 것은 대략 2주 남짓이었지만, 그간 글을 쓰거나 강의를 하면서 계속 생각을 해오던 것들을 드디어 하나로 묶어 냈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이 있는데요.


그간 연재를 하면서 연재의 형식 (가우스 F&B라는 회사와 가상의 AX 프로젝트 진행) 때문에 자유롭게 담지 못했던 내용을 추려서 적어 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저는 1990년대에 유행했던 <리엔지니어링 기업혁명>이라는 책(현재는 절판)을 떠올렸습니다. 당시 많은 기업이 새로운 기술(컴퓨터)을 도입하면서도 과거의 방식(프로세스)을 고수하다가 혼란을 겪었죠. 각종 혁신이 필요한 시기에 우리는 종종 외부의 '도구'를 도입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환경'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데이터 마케팅 등이 우리가 겪었던 시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각 기업들은 웹사이트나 앱을 만들고, 인터넷에 우리 계정을 만드는 것에 더 초점을 맞췄습니다. 내부에서 이런 혁신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나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한참 뒤에야 이루어졌죠.


AI 시대의 AX(AI 전환)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상의 기업 <가우스 F&B>의 이야기는 이런 딜레마에서 시작됐습니다. 챗GPT 등 주요 AI 서비스 접속조차 막혀 있는 상황에서 회사는 AX를 하고 싶어 내부 교육을 강화하고 새로운 AI 솔루션 도입을 검토하죠.


이 연재를 통해 저는 AI라는 새로운 환경에 맞춰 우리의 일하는 프로세스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 작은 실마리를 제공하고 싶었는데요. 이 새로운 프로세스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AI가 할 일과 사람이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입니다. 흔히 우리는 AI에 맡기면 더 잘할 일을 인간이 하고, 인간이 해야 할 일을 AI에게 맡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좋든 싫든 비즈니르를 위한 트랙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경기의 룰이 바뀌었죠. AI라는 부스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결국 얼마나 상성(相性:케미)이 좋은지 여부가 승부를 가르게 되어 있는 것이죠. 상성을 높이는 방법은 R&R입니다. 서로 잘하는 일에 집중해야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AI가 할 일(데이터 수집, 초안 작성, 반복 작업 등)이 제대로 돌아가게 만들어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위의 내용과 이어지는 일입니다. AI가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과 제대로 적용되게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가 영어를 잘하고 싶다고 해서 어느 날 갑지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늘부터 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해서 바로 생활 패턴이 바뀌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죠. 그렇다고 조급하게 마음먹을 것은 없습니다. 너무 크게 목표를 갖기 말고 당장 도입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나가면 되죠.


높은 목표는 우리에게 의지를 불러일으키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하는 겁니다.


셋째, 인간이 더 본질적인 업무(판단, 전략, 최종 결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 마지막이 가장 어렵습니다. 흔히 유토피아적 미래를 이야기할 때 AI나 로봇이 일을 하면 인간은 더 인간다운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죠.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 업무는 단순반복적인 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존의 교육 방식은 이런 단순반복 일 속에서 스스로 '깨달음(득도)'을 얻는 방식입니다. 절에 가서 매일 청소만 했는데 스님의 큰 뜻을 알았다던가, 설거지만 10년을 했더니 스시 장인이 될 수 있었다.. 같은 이야기죠. 군대나 회사에서 쓸데없어 보이는 일들을 시키는 당위성을 부여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AI가 하면 어떻게 되나요?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일어날 수 있는 망아지가 아닙니다. 생존을 위한 기술을 익히는 데 굉장히 오래 걸리는 종족이죠. 그렇기에 인간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 부분을 강화시키는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학교에서든, 회사에서든)


이 연재는 첫 번째 단계를 중심으로

두 번째 단계의 적용 필요성까지를 다뤘습니다.


아직 첫 번째, 두 번째 단계까지 밟은 회사나 개인들도 많지 않기 때문에 우선 효율성을 중심으로 한 내용으로 작성을 했는데요. 세 번째 단계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인 만큼 지금부터 고민이 필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AI의 도입에 대해 일자리가 줄지 않을까?라는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반대로 회사 입장에서도 인력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죠. 하지만 정확히는 인간이 해야 할 일이 바뀌는 시대에 와 있는 것입니다.


AI를 잘 쓰느냐 아니냐를 떠나서 인간이 더 잘하는 일에 집중하면 살아 남고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겠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만 본다면 '사람을 이해하고 시장에 적합한 상품을 내놓는 것'입니다.


자주 예를 들었지만 '정서불안 김햄찌'를 다시 소환해 보죠. 많은 분들이 저에게 '이런 영상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라고 묻습니다. 사실 질문이 잘못 됐습니다. 이미 AI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묻는 것이니까요. AI로 만들 수 있고, 심지어 어떻게 만드는 지도 AI에게 물어보면 저보다 더 잘 대답해 줄 수 있습니다.



AI 시대에 궁금해해야 할 것은, 그리고 인간이 해야 할 거은 어떤 '상품'을 만들 것이냐라는 것입니다. 왜 김햄찌 영상은 대박이 났을까를 분석하고 시장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분석해서, 우리가 팔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해야 하는 거죠.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면 순양그룹 진 회장은 모든 것을 돈의 관점에서 봅니다. '그게 돈이 되나?' 하는 거죠. 실제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이든,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이든.. 이 분들은 기술자가 아닙니다. 무엇이 돈이 되나? 사람들이 무엇을 살까? 하는 게 최대의 관심사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돈'으로 보라는 의미는 아니고, 기술이 아닌 그 기술을 사용해서 만드는 상품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과거에는 이걸 만들어 팔려면 자본이 들었죠. AI는 이 자본을 최소화합니다. 정서불안 김햄찌에서 우리가 느껴야 하는 것은, 이제 저런 영상을 스튜디오가 아닌 개인이 수작업으로 만들 수 있는 시대라는 부분입니다. 조직도 마찬가지겠죠. 만약 기존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다른 회사는 물론.. 한 개인과도 경쟁하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연재에서는 AX의 극초반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마도 <가우스 F&B> AX TF의 진짜 미션은 이제부터 시작일 것입니다. 이들의 도전이 여러분의 조직에도 작은 영감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