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스 F&B와 함께했던 5주간의 AX 워크숍이 끝나고 2주가 흘렀습니다. TF팀원들은 각자의 현업으로 돌아가, 우리가 설계했던 ‘AI 워크플로우’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검증하는 치열한 시간을 보냈겠죠. 저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밀렸던 글을 쓰고 강의를 하면서 보내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중, 송 팀장으로부터 메일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최프로님, 드디어 '파이널 리뷰' 날짜가 잡혔습니다. 저희 TF의 5주간의 성과와 향후 실행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입니다. 그룹 부사장님과 마케팅 상무님도 참석하시기로 했습니다. 꼭 오셔서 저희의 첫걸음을 함께 축하해 주시고 힘을 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TF팀원들이 어떤 고민을 담아냈을지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실제 조직의 변화'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단순히 한 번에 이벤트로 끝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되기도 했는데요.
약속된 최종 리뷰의 날, 대회의실에 도착하자 이미 송 팀장과 TF팀원들은 자리에 앉아서 발표 자료를 살펴 보고 있었죠. 곧 마케팅 상무님과 다른 (아마도 부사장님?) 한분이 도착하고 바로 최종 리뷰가 시작 됐습니다.
AX TF팀의 파이널 리뷰와 제안
아래는 파이널 리뷰 현장에서 제가 각 팀원들의 발표를 들으며 핵심을 요약한 내용입니다.
인사팀 안대리의 발표 : 선제적 HR로 전
저는 이번 AX 워크숍에서 최근 저희의 가장 큰 고민인 'MZ 세대의 퇴사 증가' 현상을 분석하는 데 AI를 적용해 봤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AI가 단순한 정형 데이터를 넘어, '퇴사자 인터뷰' 같은 방대한 비정형 텍스트 데이터에서 '숨겨진 패턴'을 찾는 데 매우 강력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덕분에 저는 '데이터 취합 및 가공'이라는 반복 작업에서 벗어나, AI가 찾아낸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내용들을 인사팀 내에서도 공유하고 의견을 아본 결과 향후 인사팀의 역할도 좀 더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분 과정은 AI를 적극 활용하고 인사팀은 '신규 입사자 온보딩 프로그램 강화'나 MZ 외에도 연차나 직군에 따른 직원의 만족도를 높일 실질적인 방안 실행처럼 사람에 집중하는 선제적인 대응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AI를 활용하면 방대한 정성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만큼, 앞으로는 타 계열사까지 연계해 개별적으로 보관하던 데이터를 통합해서 더 많은 표본을 확보한다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더 강력한 조직 차원의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영업팀 조대리 : 데이터 너머 전략을 중심으로...
저는 워크숍 기간 내내 저희 팀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채널별 영업 데이터 취합'에 AI를 적용해 보았습니다. AI에게 요청해 파이썬 코드를 만들게 하니, 반나절 걸리던 작업이 1분 만에 끝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전사적으로 이런 단순 업무 처리에 들어가는 시간이 너무나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워크숍 이후 이 내용을 팀원들과 공유했을 때, '매출 자료 같은 민감한 정보를 코랩(Colab) 같은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에 등록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는 현실적인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영업팀은, '코딩 작업'은 AI에게 맡기되, 이 코드는 '회사 내부망 서버'에서 일괄적으로 실행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하려 합니다. AI에게 단순히 '주간 영업 회의 자료를 도와주는 수준이 아니라 '채널별 이탈 징후 고객 데이터'나 '프로모션별 실시간 효율'과 같은 핵심 지표를 매일 자동으로 분석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저희 영업 담당자들은 '즉각적인 현장 대응'을 하거나 '고객을 설득할 전략'을 짜는 데에만 모든 시간을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실질적인 영업 효과를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케팅팀 박대리 : 자동화를 통한 개인화 마케팅
저를 비롯한 마케팅팀은 이번 워크숍 내용 중 '메이크(Make)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에 가장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저희는 이 자동화를 통해 고객 세그먼트를 지금보다 훨씬 더 촘촘하게 나누어 다양한 마케팅 실험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저희가 배운 것은, AI와 자동화의 결합이 단순히 업무를 '빨리' 끝내는 것을 넘어, 과거에는 비용과 인력 문제로 불가능했던 '대규모 개인화 테스트'를 가능하게 해 준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향후에는 'AI로 타깃 성향별 맞춤 메시지를 생성하고 자동화 툴로 즉시 테스트'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려 합니다.
실제로 지난 2주간, 기존에 외주사에 맡겨서 진행하던 일부 배너나 SNS 광고 소재 제작을, 구글 스프레드 시트와 피그마를 연계해서 자동으로 생성하고 이에 따른 고객 반응을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많은 표본을 확보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더 적은 비용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들(클릭률, 전환율)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앞으로 이 부분을 적극 활용하여, '감'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신속한 마케팅 실험을 전사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변화의 핵심은 기술이 아닌, 비즈니스 프로세스.
발표가 끝나고 뭔가 계속 메모를 하고 있던 부사장님의 피드백이 있었죠.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오늘 이 자리에 온 것은 최근 여러 솔루션 업체에서 제안하고 있는 'AI 도입' 건 때문이었습니다. 내부적으로 AI를 직접 개발해야 할지, 외부 솔루션을 도입해야 할지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요. 오늘 이 자리에 오면 좋은 툴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하지만 여러분의 발표를 듣는 내내, 제가 방향을 완전히 잘못 잡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AI의 기술적 도입만 고민했지,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부사장님은 TF팀원들을 다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여러분들이 제안해 주신 대로 몇 가지를 추진할 사항을 몇 가지를 요약해 봤습니다.
첫째, TF에서 제안한 '프로세스 개선안'을 즉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특히 문서 작성 간소화나 데이터 취합 자동화 같은 부분은 IT 계열사와 협력하여 전사 시스템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찾아보겠습니다.
둘째, 보안 정책도 다시 점검하겠습니다. 혁신을 가로막는 보안이 아니라, 안전하게 AI를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겠네요. 이번 기회에 AI와 그룹웨어가 연동될 수 있는 환경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상무님과 송 팀장님은 이번 TF에서 제안한 내용을 토대로 'AX 플레이북'을 그룹사 전체의 표준 모델로 확산하는 방안을 검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챗GPT조차 막혀있던 '가우스 F&B'가, 이제 그룹 전체의 AX 혁신을 이끄는 첫 번째 주자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가우스 F&B’와의 공식적인 프로젝트는 끝났습니다. 앞으로 가우스의 AX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적어도 기존보다는 더 효율적인 업무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I의 출현은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을 하게 만들죠. 우리가 AI 자체에만 집중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 있습니다.
먼저 AI와 인간의 관계만 집중하다 보면,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한 명이, 또는 한 팀에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된다고 하면 부서 간의 사일로는 오히려 더 커질 수 있죠. 효율성만 추구하다가 더 큰 것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은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AI로 인해 사라지는 부분들이 분명 있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문해력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죠. AI 시대가 되면 우리가 많은 좌충우돌 끝에 겪게 되는 부분들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흔히 고생을 안 해봐서 그렇다.. 는 말로 표현하기도 하죠. 이 때문에 저연차들의 AI 사용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다른 대안을 찾아야죠.
우리는 기존의 겸험들을 효율적으로 신입 사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AI 도구에 대해 배우는 것보다, 향후에는 이 부분이 오히려 기업의 경쟁력이 될 수도 있겠죠.
결국 이것도 '인간'에 대한 부분이 되겠네요.
AI가 '일'을 대신해준다고 하지만, AI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일을 보조할 뿐이죠. AI 시대의 인간은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가 향후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요?
우리 회사는 AI를 안 쓰는데요? 연재는 여기서 끝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의 AI에 대한 이해나 회사에서의 도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