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하려면 어느 것을 어떻게 배워야 할까요?”
요즘 멘토링할 때 이런 질문을 꽤 여러 번 받았다. 그때마다 바로바로 내 입에서 “이렇게 하면 된다!”라고 즉답이 나오지 못했는데, 왜냐하면 나도 이런 것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나 브랜드 디자이너, 영상 디자이너라면 그 분야로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친구들에게 어떤 툴이나 지식을 배우면 좋을지 술술 나올 텐데. 정작 내가 밀고 있는 [마케팅 디자이너]가 배우면 좋을 툴, 지식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브런치로 글을 쓰기 시작한 초창기에 <마케팅 디자이너가 주의해야 하는 실수>를 쓰긴 했으나, 이는 어느 정도 회사에서 일을 해 본 마케팅 디자이너들에게 얘기하는 [태도]에 대한 조언이었다. 나는(지금도 그렇지만) 가능하면 디자이너의 마음가짐이나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기술, 즉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스킬 레벨은 솔직히 이제 막 졸업한 학생들이 더 잘 쓸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이제 막 졸업하거나 업무 경험이 없는 친구들과 얘기를 해보니, 이 친구들에게는 태도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실무에 쓸 수 있는 스킬도 엄청나게 중요하더라. 그리고 프로그램이나 디자인 스킬을 익힌다 해도 내가 원하는 커리어에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모르는 친구들이 많았다. 두루두루 배우는 친구들도 많았으나 “내가 배운 이 스킬이 과연 내가 가고자 하는 커리어에 필요한가?”라는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거나, 아니면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주니어들이 [마케팅 디자인 실무 역량을 위해 갈고닦으면 좋은 스킬들]을 써보려 한다. 이는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이 개인적인 의견도 주니어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피그마, 또는 피그마를 잇는 차세대 디자인 툴(tool)은 꼭 익히자
출처 : 피그마 디자인 페이지 (https://www.figma.com/ko-kr/design/)
솔직히 요즘 피그마 안 쓰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피그마는 어도비 툴을 잇는 메인 디자인 툴이 되었다. 온라인 매체(모바일 앱, PC웹 등)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들은 웬만하면 피그마를 사용한다. 매년 CONFIG 행사마다 피그마는 디자이너와 그 유관부서를 위한 새로운 기능들을 선보인다. 이제 다른 부가 툴로 넘어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피그마는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마케팅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작업 속도]다. 빠르게 기획하고 작업해서 라이브해야 하는 마케팅 필드에서는 마감시간은 정말 중요하다. 심하면 콘텐츠 하나를 하루 만에 기획-디자인-라이브 시킬 때도 있다. 이 과정의 속도를 확 줄여준 것이 피그마다. 디자인을 템플릿화해서 쉽게 베리에이션 칠 수 있고 필드에서 실시간으로 기획자와 논의하고 코멘트를 달거나 피그마콜을 진행해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 만약 개발 작업이 필요하다면 dev모드로 개발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더 나아간다면, 피그마 make 기능으로 디자이너가 코딩을 진행할 수도 있다.
초창기에는 피그마가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위한 툴로 자리매김했지만, 이제는 모든 디자이너들이 유용하게 쓰는 툴로 진화했다. 다만 기존처럼 포토샵을 쓰는 것이 너무 익숙한 디자이너라면 피그마를 익히는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이는 아마 디자이너로 5년 이상 일한 사람들에게 자주 보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프로그램을 배우는 것은 쉽지 않다.(나도 그랬다 ㅠㅠ) 하지만 다들 안다. 결국 난 이걸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미리 배우지 않고 당장 써야 하는 상황에서 급박하게 익히고 사용해도 괜찮다. 오히려 그 상황에서 새로운 툴을 써야 더 빠르게 익힌다. (나도 그랬다22)
완전히 피그마를 마스터하지 못한다면, 개인적으로 피그마에서 진짜 잘 쓰고 있는 기능 3대장(components, Auto layout, style)은 꼭 익혔으면 한다. 이 3가지는 마케팅 디자인에서 중요한 [템플릿]을 만들고 관리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기능이다. 속도가 생명인 이 영역에서 템플릿 제작 및 운영은 정말 중요하다. 내가 기존에 메인 툴로 사용하던 포토샵에서 피그마로 넘어온 가장 큰 이유도 이 템플릿을 운영하는데 피그마가 훨씬 더 유용하기 때문이다.
피그마는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그리고 피그마가 포토샵을 제친 것처럼, 언젠가는 피그마를 제칠 또 다른 디자인 툴이 나올 수 있다. 그때는 또 흐름을 보고 빠르게 익혀야겠지만, 아직까지는 피그마가 메인 툴인 것은 확실하다. 만약 아직도 피그마를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분이 있다면, 꼭 배우는 것을 권한다.
어떤 툴이든 상관없으니, 생성형 AI는 꼭 써보길 바란다.
위의 피그마처럼, 요즘에 챗GPT나 제미나이 등 AI를 업무에 안 쓰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AI는 생활뿐만 아니라 업무에도 센세이션을 불러왔다. AI를 활용한 [자동화]가 업무 방식에도 도입되고, 만약에 회사에서 비즈니스 플랜을 구입하지 않는다 해도 개개인이 플랜을 구매해서 업무에 사용하기도 한다. 나 역시 AI를 업무에서 잘 활용하고 있다. 아직 초보 수준으로 쓰고 있지만 말이다.
만약에 피그마 다음으로 익혀두면 좋은 툴을 물어본다면 나는 생성형 AI라고 답할 것이다. 미드저니, 나노바나나 등의 생성형 AI 외에도 피그마나 어도비 프로그램에 탑재된 AI 기능도 괜찮다. 이 AI 기능을 이용해서 비주얼을 만든 경험이 있으면 더욱 좋다. 디자이너의 일 중 AI가 가장 빠르게 퀄리티 있는 결과물을 내는 과정이 바로 [그래픽 작업]이니까.
AI가 이미지 또는 영상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사람의 눈코입도 제대로 그리지 못하던 AI가 이제는 척척 잘 그려내고 있다. 이러다가 소싱 이미지 사이트 망하겠다 싶을 정도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버린다. 2D이미지를 3D그래픽으로 바꿀 수 있으며, 부분 수정도 가능하다.
출처 : 미드저니 사이트 (https://www.midjourney.com/explore?tab=video_top)
예전에는 영상 제작이나 3D그래픽을 제작하려면 각각 애프터이펙트 + 프리미어나 3DMAX + 블렌더를 사용할 줄 알아야 했다. 하지만 이를 AI를 활용해 만들 줄 안다면 각각의 프로그램을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 (물론 더 디테일한 것을 다듬으려 한다면 이런 툴을 조금이라도 쓸 줄 알아야 한다) 심지어 요즘에는 회사에서 사용하는 그래픽 에셋을 자동 제작해 주는 툴을 AI로 직접 개발하기도 한다 세상에….
아직 모든 것을 AI에게 맡길 수는 없지만, AI를 통해 이뤄낸 업무속도 단축이나 비용 절감을 경험한다면 내 업무의 일부분에라도 이 AI를 도입하고 싶을 것이다. 디자이너에게는 그 첫걸음이 [그래픽 작업에 AI 도입하기]일 수 있다. 이 비주얼 결과물을 내기까지 온갖 디테일 작업과 노가다를 거쳐야 하는데 그걸 AI로 단축할 수 있다면?? 기꺼이 다들 AI를 써보려 할 것이다. 그렇기에 [생성형 AI를 이용해서 이미지를 만든 경험]은 조직 입장에서는 정말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마케팅 디자인에서는 사람들의 눈을 이끄는 비주얼 퍼포먼스를 무시할 수 없다. 이 비주얼을 만드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이 시간과 공수를 단축시킬 수 있는 AI를 쓸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이 1주일 걸려서 손수 만든 그래픽을, 동일한 퀄리티로 AI를 통해 1일 만에 만드는 시대다. AI를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은 이런 시대에서 나의 주 무기가 될 수 있다. (물론 더 나아가서 바이브코딩도 할 줄 알면 더 좋다)
그래픽뿐만 아니라 타이포그래피, 텍스트 레이아웃 디자인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위에서 비주얼 얘기를 했는데, 비주얼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본문 영역이다. 배너에는 메인카피/서브카피 텍스트, 페이지에는 이벤트 정보들이 텍스트 형태로 들어간다. 여기서 [이 텍스트들을 어떻게 배치했는지]에 따라 디자인 실력 차이가 난다. 각 영역별 텍스트 다루는 실력을 파악하는 부분은 아래와 같다.
- 배너 : 메인 카피, 서브카피 레이아웃 및 크기
- 페이지 : 키비주얼에서 타이틀 텍스트, 본문에서의 이벤트 정보 텍스트의 레이아웃, 과하게 긴 텍스트의 덩어리화, 정보별 텍스트 위계 정리 등
- 공통 영역 : 폰트 사용(자간 및 행간 조정, 커닝 등)
타이틀 디자인 보는 재미가 있는 요즘 이벤트 페이지
최근 들어 키비주얼에 단순 텍스트를 넣는 게 아닌, [타이틀 텍스트]를 로고 타입처럼 멋지게 디자인하는 케이스가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다. 이 지점에서 타이포그래피 실력이 꽝(...)인 나는 감탄한다. 이런 타이틀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 정말 잘 만들었다! 여기서 발휘되는 게 타이포그래피 스킬이다. 나의 타이포그래피 실력을 타이틀 디자인에 잘 반영시켜서 멋지게 만들면 당연히 일반 텍스트보다 눈에 띌 수밖에 없고, 배너나 비주얼 등 여기저기서 심벌처럼 활용하기 좋다.
이벤트페이지들마다 본문에서 다양한 레이아웃으로 가독성을 높이고 있다. (출처 : 29cm,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
키비주얼의 타이틀 텍스트에서는 타이포그래피 실력을 본다면, 나머지 텍스트 영역에서는 주로 사용성(UI/UX에서 말하는 그 사용성) 그리고 가독성을 본다. 어떻게 텍스트를 배치해야 길고 복잡한 정보도 잘 읽힐까? 각 정보별 텍스트 컬러를 어떻게 써야 구분이 될까 등등. 되게 사소한 영역일 수 있지만, 몇 초만에 후루룩 스크롤을 내려버리는 이벤트 페이지 특성상 빠른 시간 내에 사용자가 바로 이벤트 관련 정보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이해도는 텍스트 영역을 어떻게 다듬었냐에 따라 달라진다. 유독 잘 안 읽히는 텍스트가 있고, 거기서 좀 더 다듬으면 잘 읽히는 텍스트도 있다. 이 사소하고 디테일한 부분을 얼마나 잘 캐치하고 다듬었는지에서 실력이 드러난다.
UI/UX의 법칙 중 [밀러의 법칙]을 설명하는 장에 [덩어리화]라는 용어가 있다. 정말 많은 정보가 있어도 이 정보들을 비슷한 성격의 정보끼리 잘 덩어리화한다면 이해도가 올라간다는 뜻이다. [밀러의 법칙]에서는 [사람은 7가지(여기서 최대 +2개) 까지만 기억한다]며 그 이상의 정보는 기억하기 어려워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7개 이상의 정보도 덩어리로 분류해서 7개 이하로 줄인다면? 정보 인지도가 상승할 것이다.
[덩어리화]처럼 수많은 정보 또는 길고 긴 문장을 잘 나누고 사용자가 이를 잘 읽게 하는 장치는 [레이아웃]이다. 왼쪽 정렬로 할까 가운데 정렬로 할까, 어떤 문단에서 끊어야 이 글이 바로 이해될까 등등. 사소해 보이지만 이런 사소한 이유로 가독성이 달라진다. 심지어 행간 자간을 어떻게 조정했는지에 따라서도 그 차이가 확연해진다.
내 디자인에서 [텍스트]를 다룰 때, 은근히 이 타이포그래피/편집 디자인의 기초에서 이 사람의 디자인 실력이 드러난다. 그래서 디자인 경력이 얼마 안 된 주니어라면 텍스트를 다루는 타이포그래피, 레이아웃의 기초를 다지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케팅 디자인의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리 마케팅 디자인이 다른 분야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고 쉽게 만들 수 있다 해도, 배너 처음 만드는 사람이 애초부터 배너 디자인을 잘 하는 경우는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다른 서비스의 마케팅 디자인을 참고하는 것]이다.
최대한 많은 서비스의 많은 디자이너들이 만든 다양한 결과물들을 보고, [마케팅 디자인]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각 디자인 분야별로 정말 많은 결과물이 있고, 잘 만든 디자인들은 누군가가 별도의 래퍼런스 사이트를 만들어서 모아놓거나 비핸스나 드리블 같은 커뮤니티에서 아카이빙 한 것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카이빙/래퍼런스 사이트에서 좋은 디자인을 보면서 참고한다.
마케팅 디자인에서도 다른 디자인을 보고 참고할 필요가 있다. 나는 다른 앱을 사용하다가 잘 만든 페이지나 배너(또는 신박한 아이디어의 구좌들)가 보이면 바로 캡처해서 내 핀터레스트에 저장해 놓는다. 좋은 컬러 조합, UI디자인, 신박한 레이아웃, 키비주얼 등을 참고하기 위해 잘 모아놨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찾는다. 내가 참고하기도 하고, 때로는 마케터에게 "다른 서비스는 00을 이렇게 디자인한다!"라며 설득하는 근거로 응용하기도 한다.
내가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모아놓고 보면 보는 눈도 다양해지고 내가 디자인하는 방식도 다양해진다. 색다른 키비주얼 스타일을 찾다가 래퍼런스를 보고 참고하기도 하고, 요즘에는 본문에서 혜택을 어떻게 디자인으로 풀어내는지 [디자인 컴포넌트]를 참고하기 위해 래퍼런스를 본다.
막연하게 "배너는 이렇게 만들겠지" "페이지는 이렇게 만들겠지"라고 [예상]하고 만드는 것은 당장 실무에 적용하지 못한다. 잘 모르겠다면 다른 서비스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의 주니어들에게는 다른 디자인을 보고 배우는 습관이 중요하다.
요즘에는 핀터레스트나 다른 사이트에서도 마케팅 디자인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디자인 잘 한다고 알려진 앱 서비스]나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앱 서비스] [내가 잘 들어가는 앱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마케팅 디자인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실제 앱 사용 플로우에서 마케팅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눈길을 끄는지 학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주니어였던 과거와 지금의 주니어들이 맞닥뜨리는 현재의 상황은 많은 것이 다르다. 쓰는 툴부터 마케팅 디자인의 입지까지.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스킬 측면에서는 나도 매번 주니어의 마음가짐으로 배우는 느낌이다.
당장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하는 주니어의 입장에서는 지금 바로 내 업무에 쓸 수 있는 [스킬]이나 [툴]에 대한 조언이 필요하다. 그래서 현직에 몸담고, 밀려오는 변화를 몸소 겪고있는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지금 당장 익히면 좋을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이게 반드시 맞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참고용이라도 되길 바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