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시작하기 전에 ]

어제 경험한 세상과 내일 살아갈 세상이 완전히 다르다. 세계 경제는 변형하고 있다. 자동차였다가 로봇으로 바뀌는 변신 로봇처럼 말이다.


세계화가 멈추고 지경학적 분절화가 전개되고 있다. 지금까지 경험한 세계 경제 질서와 향후 세계 경제 질서는 완전히 바뀔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이라는 도구로 경제 현상을 이해해야 한다. 지경학은 지정학과 경제학의 합성어다.


IMF, OECD, 세계은행 WTO 등의 국제기구들과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지경학적 분절화가 전개되고 있음을 강조해 왔다.


2023년 지경학적 분절화가 세계 경제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음을 강조했고, 2025년 OECD는 트럼프 2.0 시대의 지정학적 불안아 고조되면서 불확실성과의 싸움이 시작되었음을 경고한 바 있다.


세계가 조각난다. 세계의 지형이 부서져 다른 지형으로 변모하고 있다.


현대식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이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외교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경제 현상을 발생시킬 것이다.


그럼 어떤 점을 보고 어떤 점을 고민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Ⅰ. 지경학적 분절화


세계 경제는 협업이 아니라 분절화를 향하고 있다. IMF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글로벌화가 멈추기 시작했고 2008년부터 2021년을 Slowbalization의 시대라 칭했다.


느리다는 뜻의 Slow와 글로벌화를 합친 표현으로 세계화가 예전처럼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점점 둔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어 2022년 러우 전쟁이 발발하고 중동 분쟁이 지속되며 2025년 6월에는 이스라엘 이란 전쟁이 발발하는 등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은행도 세계가 지정학적으로 분절화되고 있음을 경고했다. 세계경제포럼은 지정학적 분절화가 이미 시작되어 세계경제의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고, 향후 지정학적 분절화는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Ⅱ. 유동성 파티와 유동성 함정 사이


유동성 파티가 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겨냥한 대규모 정치 활동에 나선다.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레임덕이 일찍 찾아오고 공화당이 정권을 재창출할 기반을 놓치기 쉽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가용할 수 있는 유동성 공급 장치들을 총동원해 증시를 부양하고, 경제주체들의 금리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지지율을 끌어올리고자 할 것이다.


2025년 트럼프 행정부는 중간선거를 겨냥한 유동성 파티를 구상해 왔다.


첫째, 통화정책에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파월 연준 의장에게 지속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툴째, 부채 한도 증액을 의회에 통과시키면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준비했다.


셋째, 금융 규제 완화를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할 방안을 마련했다.


넷째, 스테이블 코인을 법제화하면서 유동성 공급과 미국 국체 매입처 확보를 준비했다.


다만, 유동성 공급 장치를 무리하게 마련함으로써 2026년 유동성 파티가 될 것인지 아니면 유동성 함정에 빠질 것인지를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채권 매입 확대


미국 정부는 2025년 7월 성공적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법제화했다. 크립토 위크를 지정하여 미국 의회에서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에만 집중해 입법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스테이블코인에 진심이었다. 스테이블코인은 상당한 유동성 공급 장치로써 역할을 수행한다.


발행업체는 매수자에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줌과 동시에 현금을 수취하고 이를 국채 매입의 방식으로 운용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증가할수록 국채 매입 규모가 증가하는 구조다.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규모는 2023년 1,380억 달러에서 2024년 2,000억 달러, 2025년 약 2,500억 달러로 급증했다.


시가총액이 가장 큰 테더나 서클은 각각 66%, 41%의 미국 채권을 준비금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사우디아라비아나 한국이 보유한 규모를 넘어서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동성 파티를 즐기기 위한 국채 매입처의 기능을 수행할 것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스테이블 코인이 자체적인 한계가 아니라 어떠한 대외적인 변수가 등장할 때 급격히 유동성이 수축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팬데믹 경제위기나 2023년 뱅크데믹 현상과 같은 일들이 전개될 때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코인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고, 발행업체들은 현금으로 즉각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위험한 유동성 장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실어준다.


유동성 파티를 즐길 것인가? 아니면 유동성 함정에 빠질 것인가?


가계는 돈의 이동을 관찰해야 한다. 유동성이 집중적으로 시장에 공급된다는 것은 자본시장과 자산시장에 활력을 가져다줌을 의미한다.


돈의 이동은 곧 수요의 증가를 의미한다. 돈이 집중된다는 것은 곧 가격이 오른다는 뜻이므로 유동성이 집중되는 영역과 섹터를 찾고, 유동성 파티를 즐겨야 할 때다.


다만, 파티에 취해 돌연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채권시장의 불안 등 위험한 요소들을 모니터링함으로써 대세 하락장을 구분하여 이탈할 필요가 있다.


Ⅲ. 국채금리의 상승이 두려운 이유


금리가 올라가면 정부 부채를 늘리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즉 높은 금리는 중간선거 승리에 지장을 준다.


미국 정부 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증가하면서, 이자 비용을 부담하기가 버거워졌다.


미국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재정적자 규모는 2024년 1조 8,324억 달러에 이르고, 2025년 1조 8,6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정부의 순이자 지출이 2024년 8,811억 달러에 달하고, 2025년 9,52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미국 국방비 2024년 8,500억 달러, 2025년 8,590억 달러보다 많다.


부채를 끌어다 쓰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다 보면 미국 재정적자 규모는 2025년 약 1.87조 달러, 2028년 약 1.91조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문제는 미국이 이러한 국채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느냐다.


Ⅳ. 마러라고 협정


30년이 지난 지금 제2의 플라자 합의가 설계되었다. 그 설계도는 경제학자 스티븐 마이런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2024년 11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이를 직역하면 글로벌 무역 시스템 재구성 사용자 가이드이지만, 통상 마이런 보고서로 통한다.


보고서 표지는 본문 하단에 별첨으로 제시했다.


마이런 보고서는 관세 등을 활용해 세계 주요국에 달러 약세에 강제로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을 골자로 한다.


스티븐 마이런은 백안관 경제자문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주요국들과 협정을 추진하는 행보들이 그의 구상대로 전개되고 있음을 확인케 해 준다.


21세기 들어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은 미국과의 격차를 상당 부분 축소시켜 왔고, 중국의 GDP는 미국의 76.8%에 이르기까지 한다.


전기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AI등과 같은 미래산업에서 미국을 이미 추월했거나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제2의 플라자 합의를 계획할만하다.


미국 증권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강조하면서 마러라고 협정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Ⅴ. 디지털 달러, 트럼프의 큰 그림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국채시장의 새로운 수요처가 될 것이다.


현재 미국은 만성 재정 적자국이고, 최근 정부의 이자 지출 부담이 과중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감세정책은 세입을 축소케 할 것이므로 재정 건전성이 취약해질 전망이다.


2025년 5월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주요 배경도 이와 관련된다.


문제는 미국 국채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입찰 시장에서 매수세가 약해졌다는 사실이다.


미국 정부의 추가 국채 발행이 부담스럽고,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이에 국채 금리 안정을 유도하기 위해 새로운 수요처가 필요한데, 스테이블 코인이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민간 기업들이 많아질수록, 투자자가 스테이블 코인을 많이 구매할수록 국채 매입량이 커질 수 있다.


Ⅵ.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위협과 대응


첫째, 새로운 통화 패권 전쟁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를 발행해 위안화의 글로벌 통화의 지위를 강화하고 있고,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통화 패권을 공고히 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은 한국 기업들에게 수입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라 압박을 가하고도 있다.


디지털 화폐가 수출입 거래의 회계 단위가 되고, 결제 대금의 청구 기준이 될 수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양쪽으로부터의 요구를 받거나, 수용하지 않을 시 관세 및 비관세 조치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둘째, 스테이블코인의 법제화는 새로운 유동성 공급 장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자는 구매자로부터 받은 현금을 활용해 국채를 매입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받은 현금을 그대로 보관만 하면 통화량은 불변하겠지만, 수익률이 0인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즉 수익률이 높은 국채 매입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게 될 것이다.


유동성 공급이 자산버블이나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부작용들을 모니터링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통화 개발 및 정책적 활용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선진화된 금융 인프라로 자림매김하고 있는 흐름 속에서 합리적 입법 절차도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규제를 통해 기술을 배제만 할 것이 아니라 제도화를 통해 관리 가능한 범위로 끌어와야 한다.


Ⅶ. 흔들리는 유럽에서 찾는 교훈


첫째, 에너지 안보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유럽이 인플레이션에 유독 취약했던 배경 중 하나는 에너지 수급 구조다.


2022년 당시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러시아에도 상당한 충격을 안겨주었지만 서방국가들에게도 치명적이었다.


한국의 에너지 수급 구조를 돌아보고, 각종 자원이 특정 국가에 편중되지 않는 구조를 구축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더욱이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세계 각국은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로서는 에너지 안보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둘째, 지각 변동에 대응해야 한다. 현재 신흥 강국이 부상하는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글로벌 노스 시대에서 글로벌 사우스 시대로 재편되고 있다.


북반구의 주요 유럽 강국들이 세계를 이끌던 시대가 차츰 지나가고, 남반구의 신흥국들이 헤게모니를 쥐고 일어나는 듯하다.


특히 미래산업에 요구되는 자원을 무기 삼아 글로벌 공급망을 자국으로 끌어오고, 제조 기지를 구축하는 행보가 전개되고 있다.


한국은 미국, 중국, 유럽에 의존하는 수출구조를 점검하고, 부상하는 주요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신시장을 개척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수출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


셋째,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유럽이 흔들리게 된 배경을 들여다보면 신유망산업으로서의 전환에 뒤처져서다.


유럽은 한때 조선, 철강, 가전, 휴대폰, 자동차 등 전 산업에 있어서 세계를 호령했다.


그러나 미국, 일본, 한국, 중국 등에 기술 추격을 당하고 세계 시장을 점차 빼앗기게 되면서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된 것이다.


물론, 유럽은 아직도 자동차 강국이다. 그러나 전기차 강국이 아니다. 배터리 강국이 아니다.

자율주행차 강국이 아니다.


Ⅷ. 일본식 잃어버린 10년 한국도 진입하나?


일본이 경험했던 잃어버린 30년은 통상 제로성장을 가리킨다. 지난 30년 동안 성장이 없었던 것이다.


1992년~2023년까지 일본의 경제성장률 30년 평균치는 0.76%였다. 같은 기간 세계 경제가 평균 3.48%씩 성장한 것과 비교해 보면 사실 뒷걸음쳐온 것과 다름이 없다.


결과는 혹독했다. 독식하던 산업을 다른 국가들에 모두 빼앗기고, 30년간 임금이 정체되었다.


엔화의 가치는 현저히 떨어졌다. 여행을 떠나던 부자 나라 일본은 어느새 여행 온 주변국 손님을 정성스레 서비스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렇다면 한국도 일본식 잃어버린 10년에 진입했는가? 잃어버린 10년을 제로성장이라고 정의한다면 아직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1980년대 9.7%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하다가, 1990년대 7.3%, 2010년대 3.0%로 내려왔다.


2020년 초에는 그나마 잠재성장률이 2.2%를 유지하는 듯했으나, 2024년 이래로 2%대마저 밑도는 1.8% 수준으로 추계된다.


즉 2%의 실질성장률을 기대하는 것도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 글을 마치며 ]


2026년을 전망할 때에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2025년 동안 벌어진 관세 전쟁으로 인해서 시작된 지경학적 분절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시간 동안 발전되어 온 세계화는 비용을 감소시키고 서로가 협업하면서 더 빠른 경제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도움을 주는 형태였다.


완전한 자율 경쟁 시장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불공정 경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미국이라는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높은 관세라는 장벽을 극복해야 한다.


관세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생산단가를 낮추거나 이익률을 감소하면서까지 판매를 이어가야 하는데 관성적으로 이어져 온 지난 몇 십 년 동안의 판매구조가 한순간에 변경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많은 기업들이 미국에 현지 공장을 세우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라라는 시나리오는 어느 정도 현실화되고 있다고 보인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미국은 2026년 예전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에 유럽이나 일본 등 기존의 선진국들은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2025년 동안에 무엇인가를 준비한 것도 없고 미래를 위한 투자도 공격적으로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2025년 동안에 미국이 주도한 세계 경제 질서는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2026년에는 미국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가시화되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하지만 이런 미국도 고려해야 할 변수가 하나 있으니 재정적자 부담이라는 문제이다.


미국의 재정적자 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 금리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추가적인 국채 발행을 하기도 어려워지고 국채 발행을 통해서 통화량을 늘릴 경우 국채 이자 부담 증가로 인해서 재정적자는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 미국은 내년 금리 인하를 통해 현재 가지고 있는 국채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동시에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함으로써 이전보다 풍부한 자금력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위에 내용만을 고려할 때에 미국이 엄청난 성장을 한다거나 새로운 동력으로 투자 전망이 매우 밝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이 책의 서두에 나왔듯이 2026년 전망의 가장 큰 화두는 Tenuous Resilience Amid Persistent Uncertainty이다.


세계 경제는 무역과 관련한 역풍에 직면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불확실성이라는 현재 상태는 지경학적 분절화라는 상태를 만나면서 더욱 고조되고 있고 경제주체들의 대응에도 이전보다 더 다양한 복잡한 셈법이 적용되고 있다.


끊어질 듯 위태로운 세계 경제에서 어떤 줄이 어떤 형태로 당겨지고 늘어나게 될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 있도록 하자.


참고 도서 : 스테이블코인 전쟁 2026년 경제전망 ( 김광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