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회사에 입사 후 저희 팀에서 자체적으로 3개월 동안 Gemini 기반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써보고 사장님께 전사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건의드렸습니다. 팀에서 도입 이후 업무에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전사 AI 교육에서 피드백은 어땠는지, 도입에 따른 기대효과와 사용 비용은 얼마인지 설명드렸고 속전속결로 전사 도입이 결정된지 1주일이 지났습니다.

회사의 메신저는 카톡에서 구글 Chat으로 변하는 과정에 있고, 팀마다 공유 드라이브를 만들어서 산출물을 정리합니다. 구글 캘린더로 서로의 일정을 확인하고 미팅 초대를 하며, Gemini를 활용해서 협업과 생산성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더이상 개인 구글 계정을 이용하지 않으며, 팀별 산출물은 자산으로 관리됩니다. 당연히 한번에 바뀌지 않습니다. 반복적인 교육도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귀찮은데 굳이 왜 바꿔야 하냐며, 일부 팀원은 이게 우리 팀 성과와 어떤 식으로 연결되냐고 묻습니다. AI 시대에는 원활한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업무에 AI를 써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머리로 아는 것을 직접 실행하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전 직원 53명이 변경된 업무 환경으로 하루 10분만 생산성이 개선되어도 회사 입장에서는 하루 10시간의 효과를 볼 수 있고, 1년이면 자그만치 3650시간입니다. 즉, 도입 비용보다 훨씬 많은 가치가 있습니다. 저는 AI 전도사도 아니며, 모든 직원이 AI를 잘 써서 생산성을 높인다고 저한테 떨어지는 콩고물도 없습니다.

저는 누군가는 해야될 일인데 그걸 아무도 나서지 않는 환경에서는 손을 드는 사람입니다. 결국 이런 경험이 제가 나중에 회사를 만들고 새로운 조직에 갔을 때 시행착오를 줄여준다고 믿습니다. 그냥 라이센스 비용 지불하고 도입하면 되는 거 아닌가 라는 분들도 있겠지만, 전사 직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건 생각보다 문서 작업과 잔일이 많고, 질문에 답변도 해야 하므로 쉬운 일은 아닙니다.

회사에서는 하고 싶은 일보다 하기 싫은 일이나 누군가의 부탁과 요청으로 하게 되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하고 싶은 일만 하는 회사는 장담컨대 전 세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신기한 건 하기 싫은 일을 묵묵히 잘해낼 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일을 맡긴다는 건 신뢰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고객사든 신뢰가 없는 파트너 혹은 에이전시에 일을 맡기지 않는 것과 동일한 이치입니다.

다음 프로젝트는 회사 웹사이트 개편입니다. 콘텐츠 팀과 협업을 통해 1분기 안에 개편될 예정입니다. 회사가 어떤 역량을 갖고 있고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알아야 고객이 찾아보고 문의를 합니다. 개편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선뜻 나머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현업으로 바쁘니까요.

저도 데이터 분석이라는 본업을 하느라 바쁘고 정신이 없습니다. AI 시대가 오면서 가장 일이 많아진 팀이 아마 데이터 혹은 AX 관련 팀일 겁니다. 참 역설적이죠. 회사 전체에 도움이 되는 일을 잘 마무리했을 때 보람은 해 본 사람만이 압니다. 꼰대스러운 발언이지만 회사가 매달 꼬박 월급을 주는 이유는,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도 프로의 자세로 잘 끝내라고 주는 게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