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마케터라는 직함이 희미해진 이유
한때 그로스 해킹은 스타트업 성장의 핵심 방법론이었습니다. 그로스마케터 채용공고가 넘쳐났고, 국내 스타트업들도 앞다퉈 그로스팀을 만들었죠. 그런데 지금 주변을 돌아보면 그로스라는 단어 자체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AI 이슈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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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스 마케터는 처음부터 잘못 배치됐다
그로스 해킹의 본질은 가설 > 실험 > 검증 > 제품 개선 사이클입니다. 이 사이클은 마케터 혼자 돌릴 수 없어요. 개발자, PM, 데이터 분석가가 함께 움직여야 하고, 제품 의사결정 권한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의 현실은 다릅니다. 많은 회사가 그로스 마케터를 퍼포먼스 마케터나 CRM 담당자의 고급 버전으로 채용했어요. 광고 최적화와 이메일 자동화를 잘하면서, 동시에 제품 실험도 설계할 줄 아는 유니콘을 원했죠. 역할 정의가 잘못된 채로 시작한 겁니다.
# PMF가 흔들리는 시대, 실험 사이클이 발목을 잡는다
AI 등장 이후 어제의 PMF가 오늘 깨지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2-4주짜리 A/B 테스트 사이클은 오히려 속도를 저해할 수 있어요. 시장이 바뀌는 속도보다 실험 결과가 나오는 속도가 느린 상황이 생긴 거죠. 그렇다고 그로스 방법론 자체가 틀린 건 아닙니다. 다만 실험 단위가 훨씬 짧아져야 하고, AI 툴을 활용해 사이클 자체를 압축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 글로벌과의 온도 차
미국에서 그로스는 이미 문화로 정착했습니다. 별도 팀이 아니라 PM, 엔지니어, 마케터 모두가 그로스 마인드셋으로 일하는 방식으로요. 국내는 그로스를 직함으로 들여왔지만, 문화로는 뿌리내리지 못했습니다. 직함만 수입하고 방법론의 본질은 조직에 녹이지 못한 채 유행처럼 지나간 셈이죠. 그로스가 희미해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제대로 심어지지 않은 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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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로스는 비즈니스 성장에 항상 기본이었습니다. 오히려 대단한 방법론처럼 잘못 해석되어 정착되지 못한 게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로스의 본질을 기반으로 문화로 정착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마케터가 많습니다. 이분들의 노력으로 국내에도 그로스가 잘 정착되길 바랄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