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엄마, 아들과 함께 오사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각오는 했지만 정말 쉽지 않았어요. 어디를 가든지 아들이 정말 말썽이었거든요.

제 7세(만 5세) 아들은 작년부터 놀이 치료를 다니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문제아는 아니지만, 욕심 많은 엄마 눈에 '고쳤으면' 하는 점들이 많아서요. 다니다 보니 오히려 아이가 아닌 제가 치료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놀이 치료를 다니면서


👀 아이를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생겼습니다.

"아이가 최근 불안이 조금 생긴 것 같아요."

저는 아이를 매일 보기 때문에 변화를 알아차리기 어려운데, 선생님은 매서운 눈으로 발견하고 늘 말씀해 주세요. 알고 보니 해가 바뀌며 새로운 선생님도 만나고 나름 불안해졌나 보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최근 시간이나 장소를 계속 묻기도 하고, 목소리와 행동도 더 거칠어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아이마다 맞는 훈육법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름 엄한 엄마가 되고 싶어 따끔히 혼내는 편인데요. 선생님이 이런 조언을 해주었어요.

"이 아이에게는 수용과 인정이 중요해요. 정말 안 되는 것만 제지하고, 웬만한 건 하게 해주세요."

생각해보니 제가 정한 규칙 중 '정말 안 되는 것'은 몇 안 되더라고요.


🫵🏻 저의 문제점을 직시하게 됩니다.

검사지를 통해 진단한 제 양육 방식에 따르면, '저는 충분한 설명이 부족한 엄마'였습니다. 안 되면 왜 안 되는지, 되면 왜 되는지 설명이 부족한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런 진단을 받지 못했다면 알지 못했을 저의 단점이었어요.



여행 첫날, 저는 날이 서 있었습니다. 지하철역이 어찌나 큰지 엄마와 아들을 데리고 한참을 헤매기도 하고, 비가 많이 와서 유난히 힘들었어요. 아이한테 "조용히 해!"라는 말도 많이 하고, 장난감을 집으면 "안 돼!"라고 소리도 질렀습니다. 호텔 욕장에서 갈등이 터져버렸는데, 아이는 공공장소에서 유난히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니며 민폐를 끼쳤습니다. 몇 번 윽박지르고 나니 기분도 안 좋고, 어린아이와 뭐 하자고 여행을 왔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고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을 청하면서 아이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네가 말을 안 들으면 엄마가 너무 힘들어. 내일부터는 엄마 말을 잘 듣자."

라고 했더니 아이가 서운한 점을 다 털어놓았어요.


"엄마. 내가 아기 장난감을 골라도 그냥 사줘.
내일은 목욕탕에서 내가 좋아하는 번호 락커 고르게 해줘.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엄마가 침대에 있으면 좋겠어."

장난감을 사주기로 해놓고 아기 장난감을 골랐다고 안 사주고, 아이가 고른 락커 번호는 너무 구석이라 불편해서 바꾸고, 아침에는 준비하느라 바빠서 제대로 인사를 못 했더라고요.


아이는 이걸 하나하나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놓고는, 저녁때 말썽을 마음껏 부리는 것으로 풀었던 거죠.

다음 날, 치료 선생님의 '수용'이라는 말을 다시 곱씹으며 웬만한 건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좋은 장난감은 다 두고 A4 파일을 골라도 사주고, 구석이라 불편했던 목욕탕 락커 번호도 그냥 골라 줬어요. 그렇게 욕장에서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데 그렇게 차분하고 천사 같을 수가 없더라고요.

'이렇게 아이에게 조련되는 것인가' 싶긴 했지만, 남은 일정에도 정말 안 되는 것 빼고는 수용해 주었답니다.



실제 놀이 치료 선생님의 가르침을 듣다 보면 리더의 구성원 관리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많이 배워요. 직전 회사에서 경험 없이 팀장을 했었기에, 이런 가르침이 있었다면 더 잘했겠다 싶기도 했고요.

생각해보면 팀장도 똑같이 실수합니다.

구성원이 고른 방향이 마음에 안 든다고 슬쩍 바꿔버리고, 한 약속은 사소하다는 이유로 흐지부지 넘기고, 바쁘다는 핑계로 아침 인사 한 마디 건네지 못하는 것. 이런 작은 무시들이 쌓여 구성원은 '말썽'을 부립니다. 회의 시간에 딴짓을 하거나, 보고서에 열의가 없거나, 슬슬 이직을 준비하는 방식으로요.


아이가 저에게 가르쳐 준 것은 결국 이것이었습니다.

🙅‍♀️'정말 안 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적다.

내가 불편하거나, 보기 싫거나, 내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전부 '안 되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면, 상대는 점점 숨이 막힙니다. 아이든 팀원이든 마찬가지예요. 수용받는 경험이 쌓여야 진짜 안 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

🤙작은 약속이 신뢰를 만든다.

아이는 '아기 장난감을 골라도 사줬더니' 그다음부터 떼를 쓰지 않았어요. 오히려 "엄마, 이걸로 할게"라며 스스로 결정하더라고요. 구성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창한 비전보다 "내가 한 말은 지킨다"는 작은 신뢰가 팀을 움직이는 힘이 되죠.

저는 아직도 연습 중입니다. 수용보다 제지가 먼저 나오는 엄마이자 리더예요. 그래도 오사카 욕장에서 천사 같던 아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방향만큼은 알 것 같습니다.

덜 막고, 더 설명하고, 약속은 지키는 것.

어렵지만, 그게 전부인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