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팀장으로 일하던 때, 저는 확신했었는데요.

"이건 대시보드만 만들면 다 해결되겠다."

흩어진 데이터를 한 땀 한 땀 모았고, 매일 1시간 넘게 수동으로 하던 집계를 자동화했습니다. 누구나 같은 시각으로 전사 매출과 수익을 볼 수 있는 대시보드를 완성해서, 담당자 교육도 하고, 매뉴얼도 배포했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같은 수치를 정리하기 위해 매일 엑셀 수식을 몇 시간동안 다듬지 않아도 되겠다고 안심했지만...


대시보드 조회수가 처참했습니다. 🥲


🫠 왜 아무도 안 봤을까요?

. 자동화의 wow 효과는 딱 하루였어요.
블랙박스처럼 느껴지는 집계 과정을 끝내 신뢰하지 못한 사람들은, 시간이 더 걸려도 예전 엑셀로 돌아갔습니다.

. 하나의 뷰가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습니다.
담당자별로 다 다른 집계와 뷰를 원했습니다. 수정 요청 하나하나가 공수가 됐고, 저는 어느새 요청 처리 담당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 기존 숫자가 더 정답처럼 느껴졌습니다.
자신이 믿어온 방식과 다른 숫자가 나오면, 사람들은 대시보드를 의심했습니다. 예전 방식을 의심하지 않고요.



AX도 정확히 같은 벽에 부딪힙니다. 🤖

오픈클로(OpenClaw) 같은 완전 자동화 에이전트 사례를 살펴보면 더 선명하게 보이는데요

오픈클로에 유튜브 채널 하나를 맡기면, 10만 조회수라는 KPI를 달성할 때까지 AI가 알아서 영상을 올리고, hook 문구를 바꾸고, 썸네일을 수정하고, 바이럴 공식을 재조합하며 끝없이 재시도합니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결과만 기다리면 되는 거죠. 알고리즘만 잘 짜면 누구나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마법같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방식을 일반 브랜드 마케팅 팀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팀장은 브랜드 톤앤매너가 걱정되고, 콘텐츠 담당자는 조회수보다 저장률이 더 중요하다고 하고, 경영진은 매출 전환을 봐야 한다고 합니다. AI가 최적화하는 그 KPI 하나에, 아무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시작 조차 할 수 없죠.

결국 완전 자동화는 'KPI가 하나로 수렴된 조직', '전체 업무 프로세스가 정확히 정의된 조직'에서만 제대로 작동합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조직이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구성원마다 가장 중요한 지표로 고르는 숫자가 다르고, 업무 프로세스를 정의해도 모두가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합의 없이 자동화를 도입한다면 아무도 그 결과를 온전히 믿지 않을 거에요.

대시보드 때와 똑같은 불신입니다. 구조만 더 정교해졌을 뿐이죠.


🩺 그래서 그 대시보드는 어떻게 심폐소생술을 했을까요?


회의 때 직접 대시보드를 열었습니다. "한번 보세요"가 아니라, 함께 보며 숫자가 이상하면 같이 들여다보고, 틀린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함께 고쳤습니다. 완벽한 도구를 배포한 게 아니라, 같이 쓰는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죠.


💡 AX도 똑같이 접근합니다.

"AI 써보세요" 캠페인이 아니라,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직접 함께 써보고, 실패 과정에 과감이 노출되고 피드백을 겸허히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1️⃣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공유합니다.
"AI가 이렇게 뽑아줬는데, 여기서부터 같이 다듬어봅시다"라고 말하는 순간, AI는 팀의 적이 아니라 팀의 초안 담당자가 되는데요. 결과물만 툭 던지면 사람들은 그게 AI 것인지 내 것인지를 따지기 시작합니다. 과정을 같이 보면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자연스럽게 '나도 써볼까'가 될 수 있어요.

2️⃣ KPI 합의,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의견 합치를 AI 도입보다 먼저 해야합니다.
이게 없다면 시멘트 없이 건물을 쌓는 것과 같습니다.

3️⃣ 작은 실패를 팀이 함께 목격하게 하세요.
AI가 엉뚱한 카피를 뽑아올 때, 그걸 혼자 조용히 고치지 마세요. 팀 앞에서 "이거 좀 이상하죠? 프롬프트를 어떻게 바꿔볼까요? 실제 업무에서는 어떤걸 고려하세요?"라고 질문을 던지세요. AI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팀이 같이 경험했을때 오히려 경계가 풀립니다. 완벽해 보이는 블랙박스가 가장 불신을 키우고요.

4️⃣ 각자의 방식을 허용하세요.
대시보드가 살아난 건 하나의 고정된 완벽한 뷰를 강요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AX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은 GPT로, 어떤 사람은 Claude로, 어떤 사람은 사내 툴로 - 도구가 달라도 팀 안에서 AI를 쓰는 장면이 다양하게 목격되는 것, 그게 먼저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