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포트폴리오에 대한 글을 썼는데, 그 글에 이어 면접에 대한 글을 써보려 한다. 서류를 통해 이 사람의 직무 이해도나 역량(스킬 연관 역량)을 파악했다면, 면접에서는 좀 더 깊게 들어간다. 포트폴리오를 보고 궁금한 점을 질문하기도 하고, 이전 커리어에 대한 것, 더 깊게는 디자인과 사람 됨됨이에 관련된 것을 묻기도 한다. 좀 더 [사람 아무개], [디자이너 아무개]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간간히 면접에 대한 질문들도 받는다. 어떤 질문들을 주로 하는지,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답하면 좋은지 등.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가 면접을 봤을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주로 서브 면접관으로 들어가서 조용히 기록만 할 때가 많았지만, 다른 면접관들의 질문도 배우기도 하고 [이 질문을 왜 하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


직군을 가리지 않고 면접 자리는 채용 절차에서 꼭 거치는 과정이다. 이전의 면접을 돌아봤을 때 (물론 후회되는 지점도 있지만) 어떤 면접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는지, 실제로 최종 합격(또는 내가 면접 본 1차면접 통과)까지 이어진 지원자들의 면접이 어땠는지 돌아보면서 좋은 면접의 질문과 태도가 어떤 것이었는지 적어보았다.



디자이너의(마케팅 디자이너) 면접의 질문,

그리고 이 질문을 한 의도


면접에서 질문자가 원하는 답변을 내놓으려면 [면접자의 의도]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이 사람은 그냥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원하는 답을 듣기 위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원하는 답변이 나왔을 때 + 그 답변이 자연스럽게 얘기 나누듯이 술술 나올 때 면접의 긍정 점수는 올라간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면접 때 자주 한 질문들을 [이 질문의 의도]로 분류해 보았다. 물론 내 개인적인 의도이며, 면접관과 회사마다 다를 수 있다. 질문보다 질문의 의도를 파악을 한다면 이 의도를 중심에 둔 다른 질문을 받아도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1. 본인의 강점을 어필할 질문들

예시 : 본인의 역량을 잘 나타낼 수 있는 프로젝트 / 디자이너로서 00님의 강점은?

면접은 이 회사에 [나 자신을 어필하러 나온 자리]이다. 어필하기 위해서는 나의 장점, 이 회사에서 나를 뽑아야 하는 이유를 강력하게 얘기해야 한다. 나는 이 [강점]를 스스로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스스로 강점을 얘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니까. 그래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 자신감이 실린다면 "아 이 친구는 자기 강점을 굳게 믿고 있구나"라는 인상을 받는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어필 가능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내 디자이너로서의 강점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자.


2. 실패에 대한 경험, 그리고 여기서 배우고 성장하는 자세에 대한 질문들

예시 : 본인이 아쉬웠던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더 디벨롭시키고 싶은지?) / 최근에 실패한 사례는? 가슴 아팠던 피드백은?

경력이 많아질수록 [실패]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실패를 해보고, 여기서 무엇을 배웠는가]의 중요성이다. 모두가 실패를 두려워한다. 커리어 내내 아쉬움이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분명히 "아 이렇게 할걸, 이렇게 하지 말걸" 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이 경험이 나의 스토리가 된다. 역경을 겪고 이를 극복하는 것은 좋은 스토리이다. 특히 주니어-중니어 시기에는 이 실패에 대한 태도가 중요하다. 시니어 경력자에는 이 [실패 경험]을 통해서 [이 사람이 이 회사에서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지]를 검토한다.


3.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파악하는 질문들

예시 : 마케팅 디자인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점(어려운 지점)은? / 우리 서비스에서 진행하는 콘텐츠들을 봤는지, 인상 깊은 점은? / 이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할 거라 생각하는지?

마케팅 디자인처럼 세부 분야(그리고 좀 작은... 분야)에 대한 업무 이해도는 꼭 물어본다. 어떤 사람은 그냥 배너 치는 업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작은 배너부터 중요한 캠페인까지 작업하는 업무라 생각한다. 또는 마케팅 활동에 필요한 키비주얼을 제작하는 업무라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이 질문을 [마케팅 디자인을 어느 정도로 중요하게 보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물어본다. 그 어떤 회사도 우리가 뽑고자 하는 포지션의 업무를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을 뽑지 않을 것이다. 만약 면접을 앞둔 사람이라면,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포지션의 업무와 역할에 대해 한번 정의 내리고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4. 직장인으로서의 커리어 방향성, 일하는 태도를 파악하는 질문들

예시 : 가장 인상 깊게 들은 피드백은?(평소 동료들이 00님을 어떤 사람이라 얘기하는지) / 이직 사유(특정 회사를 그만둔 이유)

이 질문은 업무 막론하고 여기저기서 많이 들은 질문이다.(참고로 나는 예전에 디자인 외의 직군 1차 면접에도 들어간 적이 있다 - 여기서 회사 문화 적합성을 평가하는 역할을 함) 여기서는 이 사람의 일하는 태도, 이전 회사에서 이슈가 없었는지 등을 파악한다. 예시 중 피드백 관련 질문은 "평소 이 사람이 동료들의 말을 받아들이는 태도, 동료를 대하는 태도"를 물어보려는 것이다. 그리고 면접 관련해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이직 사유]에 대한 대답일 텐데, 당연히 솔직하게 얘기해야겠지만 절대 가볍게 물어보면 안 된다. 진짜 회사 관둔 표면적인 이유 말고 그 안에서 이직을 준비할 수밖에 없던 내면의 고민을 물어보는 것일 테니까.




면접은 답변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본다


몇몇 이름 있는 기업에서는 면접 때 무엇을 물어봤는지 족보처럼 내려오는 경우도 간간히 있다. 이때 면접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면접은 답이 정해져 있는 시험이 아니다. 지원자와 상황에 따라 질문이 그때그때 달라지고, 답 역시 달라진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정해진 답]을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점수를 매긴 적은 없다. (아마 면접관들도 모든 지원자가 똑같은 대답을 하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분위기가 너무 딱딱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디자이너의 면접에서 마치 이야기를 하듯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좋아한다. 꽤 압박스럽게 진행하는 면접을 제일 싫어한다. (아마 대부분 이런 면접 안 좋아할지도) 이런 분위기에서는 오히려 면접관이 원하는 답을 얻기 어렵다. 그 분위기에 얼어붙어서 엉뚱한(또는 식상한) 답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면 면접관도, 면접을 보는 사람도 서로 어렵다. 서로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리고 자연스러워지면, 좀 더 내 생각을 꺼내서 얘기하게 된다. 그래서 분위기가 중요하다.


물론 내 커리어로 향하는 중요한 관문에서 당연히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결국 내가 하고자 하는 대답은 잔뜩 긴장한 분위기보다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나온다. 그리고 어느 정도 면접을 경험한 면접관들은 생각보다 지원자를 잘 꿰뚫어 본다. 긴장하지 않은 척 해도 다 티가 난다. 특히 2차 면접, 즉 C레벨 임원 면접관들은 사람을 더 잘 파악한다. 여기서 오래 일한 연륜을 크게 실감한다.




면접관 시절, 지원자를 판단하기 위해 질문 리스트를 메모 앱 위에 고정해 놓고 매번 면접 때마다 [더 좋은 질문]을 추가했던 기억이 있다. 어떤 질문을 해야 지원자에게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어떤 질문이 좋은 질문일까. 항상 고정으로 물어보는 질문도 있지만, 대답을 듣고 즉흥으로 묻는 질문도 꽤 있었다. 하지만 이런 질문도 결국 목적은 하나였다. <지원자에게서 우리가 원하는 대답을 이끌어내기 위해>.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면 꼬리를 물고 같은 결의 질문을 던진다. 또는 대답이 흥미로워서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질문을 또 던진다.


[면접의 질문들] - 김형석 지음 / 직군 안 가리고 면접관과 지원자 모두에게 추천하는 책

[면접의 질문들] - 김형석 지음 / 직군 안 가리고 면접관과 지원자 모두에게 추천하는 책

이전에 읽은 [면접의 질문들] 책을 보면 면접의 자리를 통해 내 커리어를 돌아보게 된다고 한다. 면접에서의 질문과 대답을 통해서 내가 이전에 어떻게 일해왔는지 마주하기 때문이겠지. 가끔 나도 내가 던진 질문들에 “나라면 어떤 답을 할까” 스스로 묻기도 한다. 어쩌면 면접 자리에서 이런 진솔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을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런 면접에서 지원자를 더 잘 파악할 수 있고, [같이 일하고 싶은] 인재를 발견해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되면 더욱 좋은 경험으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