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님, 안녕하세요! 마케터들의 목요일 아침을 깨우는 위픽레터 에디터 허성덕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트렌드 리포트 속에서 우리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느라 고민이 많으실 텐데요. 어제까지만 해도 통하던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이 어느 순간부터 고객들에게 닿지 않고 겉도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 있으신가요? 오늘은 그 답답함의 실마리를 풀어가 보려고 합니다.
이 콘텐츠를 꼭 읽어야 하는 분
공들여 만든 브랜드의 메시지가 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지 고민하는 기획자
'우리 브랜드만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매몰되어 정작 제품 본연의 가치를 놓치고 있는 실무자
뷰티, 헬스케어, 식품 시장을 관통하는 최전선의 소비 변화를 읽고 싶은 마케터
감성이 걷힌 자리에 소비자가 주도권을 쥔 3가지 산업의 풍경
과거 우리는 브랜드가 멋진 '카피 또는 비주얼'이나 '스토리'를 제안하면, 소비자가 그 감성에 동화되어 지갑을 여는 풍경에 익숙했습니다. 하지만 정보의 주도권이 소비자에게 완전히 넘어가면서 시장의 규칙이 조용히, 그러나 근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소비자는 추상적인 감성이나 뜬구름 잡는 호소에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제품을 해체하고, 성분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자신에게 실질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취사선택하는 데 집중하죠. 감성이 걷힌 자리에 '팩트'가 자리 잡은 이 현실 속에서, 우리 마케터들은 고객과 어떻게 다시 주파수를 맞춰야 할까요?
1. 브랜드 계급장을 뗀 뷰티 해체주의
성분표를 읽어내며 나에게 맞는 원료만 고르는 현미경 소비
![뷰티 산업에서 감성이 아닌 진실을 주고 싶다는 노정석 대표 [사진] 유튜브 '소울정' 채널 영상](https://d2a8g4hls2bqsk.cloudfront.net/images/2026/05/267df299-c390-4dbf-aa25-8d062452791f.png)
한국 뷰티 산업은 꽤 오랫동안 소수 거대 브랜드의 권위와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지배하는 시장이었습니다. '어느 백화점 1층에 입점했는가'가 가치의 기준이 되곤 했죠. 하지만 이 견고하던 인식은 빠르게 해체되고 있습니다. 테크 기반 뷰티 스타트업 비팩토리를 창업한 연쇄창업가 노정석 대표의 인터뷰는 현재 뷰티 시장의 본질을 짚어줍니다. 그는 뷰티를 더 이상 감성의 영역이 아닌 "탄화수소 화합물을 찾아내는 바이오, 데이터 게임"으로 정의했습니다. 이름값보다는 내 피부에 필요한 분자 구조가 들어있는지 확인하는 성분 매칭이 생존의 핵심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피부과 전문의가 허심탄회하게 알려주는 올리브영 화장품 성분 분석 콘텐츠 [사진] 인스타그램 '피부용사 피용이'](https://d2a8g4hls2bqsk.cloudfront.net/images/2026/05/b68af50e-458d-4651-b190-22fda1882931.png)
최근 소셜 미디어의 풍경을 보면 이러한 현미경 소비의 단면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습니다. 피부과 전문의가 직접 올리브영에 들어가 대중적인 제품의 브랜드 뒷면의 '전 성분표'만 꼼꼼히 분석해 주는 콘텐츠가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죠. 소비자들은 백화점 1층에 자리 잡은 럭셔리 브랜드의 20만 원짜리 크림 대신, 나이아신아마이드나 레티놀 같은 특정 '원료'의 함량을 직관적으로 내세우는 인디 브랜드에 기꺼이 환호합니다. 앱이나 성분 분석 AI를 활용해 내 화장품을 스스로 살피는 시대에, 소비자는 이미 깐깐한 화장품 연구원의 시선을 갖추게 된 셈입니다.
2. 메디컬 쇼핑의 시대
의사의 일방적인 처방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증상에 맞춰 약을 선택하는 사람들
![과학적 치료는 부정행위가 아니라는 메시지로 병원이 아닌 소비자에게 직접 의약품을 홍보한다 [사진] 헬스케어 플랫폼 Ro의 슈퍼볼 광고](https://d2a8g4hls2bqsk.cloudfront.net/images/2026/05/7ad34030-692c-46fe-8d74-a94825f44310.png)
의료계는 전통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이 가장 심한 분야였습니다. 병원에 가면 의사가 처방해 주는 하얀 알약의 이름조차 모른 채 삼키는 것이 당연한 룰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느새 환자들은 수동적인 치료의 대상을 넘어, 능동적인 '의료 쇼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위픽레터가 다뤘던 미국 제약사들의 슈퍼볼 광고만 봐도, 거대 제약사들이 의사가 아닌 일반 대중에게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약의 효능을 직접 설득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우리 마음 한편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내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백신을 종류별로 알아보고, 부작용을 살피며 직접 선택해야만 했던 그 강렬한 경험 말이죠. 물론 예전에도 나에게 잘 맞는 진통제를 골라 사는 경우는 있었지만, 팬데믹 시기의 경험은 '내 몸에 들어가는 의료적 처방을 내가 통제한다'는 감각을 훨씬 더 크고 뚜렷하게 키워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비스 사용자가 직접 약과 병원을 비교하고 고르는데 보편화되었다. [사진] 닥터나우 약국, 병원 찾기 서비스](https://d2a8g4hls2bqsk.cloudfront.net/images/2026/05/8c1acccc-bdf4-43f7-9b3a-ac281a85dae9.png)
이제 닥터나우 같은 비대면 진료 앱에서 환자들은 단순히 이름난 명의를 찾지 않습니다. 원하는 다이어트 약(위고비, 마운자로)이나 탈모약의 성분을 먼저 검색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처방해 줄 병원을 역으로 탐색합니다. 미용 의료 플랫폼에서도 피부과 시술 기계의 정확한 모델명과 정품 팁 사용 여부를 직접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봅니다. 가벼운 감기약을 지을 때도 자신에게 잘 맞는 성분을 의료진에게 먼저 묻고 제안할 만큼, 소비자들의 정보력은 단단해졌습니다.
3. 이기적이고 투명한 웰니스
막연한 자연주의가 아닌, 내 몸의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제어하는 영양 소비
먹는 즐거움은 인류의 가장 본능적인 영역이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이마저도 명확한 숫자를 기준으로 섬세하게 조율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웰니스 트렌드의 중심에는 철저히 '나 자신'이 놓여 있습니다. 무조건 자연에서 왔다는 식의 막연하고 감성적인 웰니스는 예전만큼 큰 울림을 주지 못합니다. 대신 내 신체 데이터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돕는지, 기능이 증명되는지에 집중하는 '이기적 웰니스'가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단백질 함유량이나 저당 여부 같은 식품 성분이 제품명이나 브랜드보다 더 결정적인 구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 이마트24](https://d2a8g4hls2bqsk.cloudfront.net/images/2026/05/1fa6b253-480c-465e-a95f-0ab8235dd49d.png)
디저트 시장의 변화를 보면 이 담백한 실용주의가 잘 드러납니다. 그저 예쁘고 달콤하기만 한 제품보다는 '저당', '대체당', '단백질 20g' 등 수치화된 장점을 앞세운 브랜드들이 크게 주목받고 있죠. 흥미로운 것은 당뇨 환자들의 기기로 여겨지던 연속혈당측정기(CGM)를 일반 2030 세대들이 다이어트와 체형 관리를 위해 일상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식사를 하거나 디저트를 먹으며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혈당 변화를 확인하고, 내 몸이 어떤 음식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스스로 데이터를 쌓아갑니다. 라면 하나를 끓여 먹더라도 단백질 면과 닭가슴살 소시지를 더해 영양 밸런스를 치밀하게 계산하는 식입니다.
끝으로,
브랜드의 감성과 철학은 물론 여전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소비자가 제품을 무조건적으로 선택하는 맹목적인 기준이라기보다, 자신의 뾰족한 취향을 완성하기 위해 곁들이는 여러 요소 중 하나로 자리를 옮겨간 것 같습니다.
지갑을 여는 더 크고 확실한 동력은 브랜드의 일방적인 호소가 아니라, '이 제품이 내 일상과 내 몸에 어떤 실질적인 쓸모를 주는가'를 보여주는 투명한 팩트에 있습니다. 추상적인 형용사보다는 담백한 성분의 숫자가, 감성적인 카피보다는 내 고민을 해결해 줄 원료의 증명이 소비자에게는 훨씬 더 다정하고 확실한 설득으로 다가가는 시대니까요.
마케터님, 긴 호흡의 글 읽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 트렌드의 변화가 때로는 낯설고 벅차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렇게 소비자의 시선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다음에 어떤 이야기를, 어떤 온도로 건네야 할지 조금은 힌트를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가 나눈 이 조각들이, 마케터님의 다음 기획에 작은 영감이 되기를 바랍니다!
에디터 : 허성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