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을 일했는데 남길 만한 경험이나 전문성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커리어의 문제라기보다 기록의 부재일 가능성이 크다. 사람의 기억은 믿을 만하지 않다. 기억에 의존한 회고는 과거를 미화하거나 왜곡하기 쉽고, 최근의 경험만 과도하게 부각되기도 한다. 그래서 기록이 필요하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책을 많이 읽었지만 기록하지 않던 시절에 읽은 책들은 거의 인용할 수 없다. 반면 간단하게라도 메모를 남기기 시작한 이후 쌓인 600권 정도의 독서 기록은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나만의 지식 창고가 되었다.
- 축적과 발산, 신수정 지음
고객과의 통화나 회의록을 녹음하고 요약해주는 AI 기능을 적극 활용하면서 기록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나중에 상대방에게 다시 물어 볼 필요가 없다. 온전히 대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이점 중 하나다. 사람의 기억은 믿을만하지 않기 때문에 기록이 필요하다는 Soojung Shin (신수정) 님의 의견에 공감이 갔던 이유다.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기록하지 않으면 머릿 속에서 잊혀진다. 책을 읽는 이유가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단 한 줄이라도 기록하는 게 좋다. 중요한 건 기록을 다시 꺼내볼 수 있어야한다. 기록해도 어디에 했는지 모르면 기록이라는 행위가 의미가 없다. 때문에 여러 곳에 기록하지 말고 블로그든 메모장이든 하나의 장소를 정해서 꾸준히 기록하는 게 좋다.
그렇게 남긴 기록은 나중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 단순 요약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치만 당시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이나 들었던 생각은, 훗날 같은 상황에 부딪혔을 때 의사 결정에 적잖은 도움을 준다. 특히 면접 상황에서 질문에 답변을 할 때 책에 나왔던 문장이나 내용을 인용하면 무조건 플러스다. 그건 준비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라 책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생각이 난다.
저자는 축적과 발산이 동시에 설계되어야 한다고 책에서 언급한다. 뭔가를 배운다면 배우는 동시에 아웃풋을 만들어서 글로 정리하거나 실제 업무에 적용해보면 머릿 속에 남아 있을 때보다 훨씬 남는 게 많다고 반복해서 얘기한다. 그러면 누군가 당신을 발견할 확률을 높일 수 있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 전 경제 신문을 읽고 주요 기사와 함께 짧은 생각을 공유하는 작업을 한지 7개월이 되어간다. 스레드 계정이라 가볍게 시작했는데 요즘은 평균 2만 조회수가 나온다. 처음에는 아무도 보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고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올렸더니 최근 2달 전부터 반응이 오고 있다.
경제 공부도 되고 사람들의 반응도 있으니 재미가 있다. 한 달 조회수 100만을 찍는 게 목표인데 꾸준히 하면 언젠가 달성하지 않을까 싶다. 뭐든 하나의 주제를 잡고 꾸준히 기록하면 그게 결코 헛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리즘이 증명해 줄 것이다. 알고리즘은 그런 류의 콘텐츠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