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TS 2026, 플랫폼 · 팬덤· 제품, 세 현장 실무자가 말하는 AI 추천 시대의 브랜드 생존 조건

초인마케터랩 · 네이버웹툰 · 생활공작소 · 크몽 실무자들의 전달하는 이야기

최근 무언가를 살 때,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고 블로그와 리뷰를 일일이 뒤지는 대신 AI에게 “이런 상황에 맞는 걸 추천해줘” 라고 물어본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답을 받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순간 결정의 상당 부분이 이미 AI의 추천 안에서 끝나 있다. 고객이 직접 찾아 헤매던 자리를, AI가 먼저 찾고 정리하고 제안하는 쪽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향한다.

고객이 아니라 AI가 먼저 후보를 추리는 시대에, 브랜드는 대체 무엇을 갖춰야 그 추천 목록에 오를 수 있을까. CMTS 2026의 패널토론은 바로 이 질문을 정면에 놓았다. 제목부터 “선택의 시대는 끝났다, AI가 고르는 브랜드의 조건”이었다.

진행을 맡은 초인마케팅랩 윤진호 대표는 첫머리에서 변화의 방향을 이렇게 정리했다. 노출이 곧 경쟁력이던 시대가 저물고, 소비자가 직접 찾던 단계도 지나, 이제는 AI가 먼저 찾고 정리하고 제안하는 구조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노출 경제에서 ‘AI 선택 구조’로의 이동. 그 한 줄이 토론 전체를 관통하는 전제였다.

패널은 브랜드를 구성하는 세 축을 각각 대표하는 실무자들로 채워졌다. 플랫폼 관점의 크몽 브랜드팀 리드 위한솔, 팬덤 관점의 네이버웹툰 이사 차하나, 제품 관점의 생활공작소 공동 창업자이자 디렉터 최종우. 같은 변화를 서로 다른 자리에서 겪고 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입체적인 그림이 그려졌다.


1. AI 시대, 고객이 브랜드를 ‘찾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신뢰의 주체가 '브랜드' 에서 ‘나와 닮은 사람’ 으로 옮겨가고 있다

첫 질문은 단순했다. 최근 1~2년 사이, 이 변화를 가장 또렷하게 체감한 순간은 언제였나. 팬덤 관점의 차하나 이사는 “브랜드가 공들여 만든 광고보다, 유저가 무심코 남긴 리뷰 한 줄이 구매의 결정적 요인이 되는 장면”을 꼽았다. 신뢰의 주체가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과거에는 브랜드가 유저를 설득하는 공식이 통했고, ‘광고를 할 정도면 믿을 만하다’는 평판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그런데 지금은 유저와 유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더 활발해지면서,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어떤 브랜드를 언급 하는가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토론에서는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서클 안에서 언급되지 않는 브랜드는 사실상 존재감을 잃기 쉽다”는 다소 날카로운 표현까지 나왔다.

마케터 입장에서 곱씹어볼 만한 대목은 그다음이었다.

예전에는 ‘구매에 이르기까지’가 마케터의 주 전장이었다면, 이제는 구매한 유저가 다음 유저를 위해 입을 여느냐 침묵하느냐가 더 큰 분기점이 된다는 것. 인지도 싸움이 아니라 평판 싸움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으로 읽혔다.

제품을 ‘탐색하는 수고’ 를 AI가 대신 떠안기 시작했다

제품 관점의 최종우 디렉터는 변화를 체감한 계기로 네이버의 AI 탭을 들었다. 기존에는 브랜드명이나 카테고리명을 검색해 상위 노출된 제품을 둘러보고, 블로그와 리뷰를 여러 개 열어 머릿속으로 정리한 뒤 구매에 이르는 여정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AI는 그 ‘정리하는 수고’ 자체를 대신 해준다는 설명이었다.

더 인상적인 건 AI가 역으로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었다. 어디에서 쓸 것인지, 어떤 기능을 원하는지, 누가 쓸 것인지를 되묻는 과정에서 소비자 스스로도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더 또렷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데이터 기반으로 정제된 정보’라는 인상 때문인지 신뢰도 측면에서도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관찰이 이어졌다. 광고인지 아닌지 의심하며 리뷰를 읽던 피로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큐레이션을 대신하던 플랫폼이 ‘중간자’ 자리를 위협 받고 있다

플랫폼 관점의 위한솔 리드는 가장 솔직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플랫폼이 수익을 내온 기본 구조는 ‘고객이 모르는 것을 큐레이션해 중계하는 일’이었는데, 바로 그 역할을 AI가 대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간자 없이도 개별 브랜드가 AI 추천을 통해 곧장 고객에게 닿을 수 있게 되면서, 특별한 기능이 없는 플랫폼은 위기 신호를 받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세 사람의 이야기는 출발점이 다른데도 한 지점에서 만났다. 고객이 시간을 들여 탐색하던 역할이 빠르게 AI 쪽으로 넘어가고 있고, 그래서 경쟁의 축도 ‘더 많이 보이기’에서 ‘더 쉽고 맥락에 맞게 선택되기’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 이쯤에서 토론은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2. 그렇다면 AI가 고르는 브랜드의 조건은 무엇일까?

플랫폼: ‘무엇이든 파는 곳’ 보다 ‘이 카테고리의 권위자’ 가 유리해진다

위한솔 리드는 플랫폼이 풀어야 할 숙제를 ‘카테고리 권위’로 정리했다. AI 시대에는 이 플랫폼이 어떤 카테고리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곳인가를 명확히 보여주는 일이 중요해진다는 이야기였다. 매출을 키우려 주력 업종 밖으로 상품군을 넓히는 흐름이 그동안 자연스러웠는데, AI 검색 환경에서는 그게 오히려 ‘노이즈’가 될 수 있다는 인사이트를 얻고 있다고 했다.

이유는, AI가 한 사이트에서 끌어가는 정보가 뷰티 · 패션 · 전자제품에 고르게 흩어져 있으면, “이 플랫폼은 어느 카테고리에서 신뢰할 만한가” 에 대한 신호가 흐려진다는 것. 실제로 어떤 패션 플랫폼이 뷰티를 새로 취급하기 시작했는데도 AI가 그 사실을 좀처럼 언급하지 않아 고민이라는 사례가 소개됐다. 키워드와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노출해 인식을 형성할 수 있던 시대와 달리, AI는 단순한 메시지 주입만으로 학습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그래서 나온 두 가지 실무적 제언이 기억에 남는다. 확장을 한다면 러닝화에서 러닝 의류, 러닝 크루처럼 ‘인접 카테고리’ 로 연결고리를 유지하며 넓힐 것. 그리고 그동안 감각적인 통이미지로 채우던 상세 페이지를, 사람뿐 아니라 AI도 읽는다는 관점에서 텍스트 중심의 뾰족한 콘텐츠로 다시 설계할 것. 플랫폼이 쥔 방대한 상세 페이지가 오히려 AI 시대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관점이 신선했다.

팬덤: 폭넓은 인지도보다 ‘바로 떠오르는 연상’ 이 살아남는다

차하나 이사는 반복해서 언급되고 불려지는 브랜드의 특징으로 ‘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가 명확한 브랜드’ 를 들었다. 쉽게 말하면 연상력과 상기도가 좋은 브랜드다. “웹툰 하면 떠오르는 그 하나” 처럼, 짧은 순간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자리를 차지한 브랜드가 계속 호출된다는 이야기였다. 유저의 시간이 워낙 짧아진 탓에, 애써 기억해내기보다 표면에 떠 있는 연상만으로 선택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진단이다.

흥미로운 건 그가 든 사례였다. 네이버웹툰의 ‘1호 팬덤’ 을 독자가 아니라 웹툰 작가로 본다는 관점이었다.

창작자들이 “여기서 연재하고 싶다” 고 느끼는 그 마음을 브랜드 자산으로 정의하고, 작가 친화적인 정책과 문화를 꾸준히 쌓아온 것이 결국 팬덤의 토대가 됐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예로는 듀오링고가 언급됐다. 서비스를 잘 쓰지 않는 사람들까지 ‘공부 안 하면 잡으러 오는’ 캐릭터의 밈을 즐기며 팬이 되고, 정작 학습이 필요한 순간에 그 브랜드를 떠올리게 되는 구조다.

제품: ‘좋은 제품’ 보다 ‘쓰임이 분명한 제품’ 이 추천 받는다

최종우 디렉터는 AI가 고르는 제품을 한마디로 “쓰임이 분명한 제품” 으로 정리했다. 막연히 장점을 나열하는 제품이 아니라, 누가 어느 상황에서 왜 써야 하는지가 또렷한 제품이 추천된다는 것이다. AI 탭이 “어디에서, 어떤 기능을, 누가 쓰는지” 를 되묻는 구조 자체가 이미 답을 품고 있다는 해석이었다.

그가 든 예시는, ‘성분이 좋은 핸드워시’ 에서 멈추지 않고, ‘손을 닦았는데 건조함을 느끼는 사람을 위한, 보습 성분을 강화한 핸드워시’ 로 좁혀지는 식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쓰임의 맥락을 명시할수록 AI의 구체적인 질문에 더 정확히 응답할 수 있다는 의미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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