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에어가 2026년 4월, 사진가를 구하는 구인 공고를 냈습니다.

사진 못찍는 사람 구함

사진 못 찍는 사람 구함

아이슬란드에서의 10일간의 여행, 숙박 및 여행경비 지원. 5만 달러.

우대 조건: 프레이밍 못 잡고, 구도, 화이트 밸런스, 색상 이론, 이미지 메이킹 전반에 걸쳐 자신없는 사람.

이건 진지한 광고입니다. 진지하게 지원해주세요.

아이슬란드에어 공식 이미지
출처 = 아이슬란드에어 공식 홈페이지

그냥 웃긴 마케팅이겠지, 하고 넘길 수도 있지만 이건 진짜 ‘진지합니다’. 공식 홈페이지에도 실제로 공고가 올라와 있고 실제로 진행중입니다. 공식 홈페이지의 자세한 지원 조건과 이용약관을 읽어보면 더욱 가관(?)입니다.

  • 전문 사진 촬영 경력이 없을 것
  • 사진 촬영을 배우는데 특별한 관심이 없을것
  • 스마트폰이나 일반 카메라를 사용할 때 깊이 생각하지 않을것
  • 자신이 찍은 사진에 자주 실망함
  • 가끔 사진이 제법 괜찮게 찍혀서 놀라워함(…)
  • 여행과 사람들을 좋아할 것
아이슬란드에어 지원자
한 지원자의 자기 소개: “친구들이 여행에서 저에게 자신 찍어달라고 할때..아주 큰 실수를 하는 거죠.” / 출처 = @ icelandair | 인스타그램

이 공고는 각종 뉴스 사이트와 SNS에 퍼지며 어마어마한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신청이 마감된 5월 1일 기준으로 자신이 사진을 정말 못 찍는다고 주장하는 지원서가 무려 127,642건 접수됐다고 합니다. (5월 21일 현재에도 열심히 심사하는 중이라고)

1️⃣ 이 광고가 먹힌 이유: “증명하라

왜 형편 없는 사진가를 고용할까요? 아이슬란드로 여행오는 사람을 늘리고 싶으면 사소한 풍경도 멋들어지게 찍어서 광고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기에 대한 아이슬란드에어의 답은 간단합니다.

“아이슬란드이기 때문.”

아이슬란드의 풍경
출처 = Unsplash

더 정확히 말하면, 아무리 사진 못찍는 사람이 막 찍어도 아이슬란드는 아름답게 나올 자신이 있다”는 거죠.

여행 광고의 공식은 단순합니다. 아름다운 풍경, 전문 포토그래퍼, 완벽하게 보정된 사진으로 “우리 목적지는 이렇게 아름답습니다”를 주장하는 것.

그러나 아이슬란드에어는 이 주장을 실험으로 설계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실력 없는 사람이 아이슬란드에 다녀와서 멋진 사진을 찍는다면, 목적지가 정말로 아름답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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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이슬란드에어 공식 홈페이지

아이슬란드에어의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 기슬리 브린욜프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아이슬란드의 실제 아름다움을 담지 못하는 과도하게 가공된 이미지에 지쳤습니다. 때로는 진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규칙을 버리는 것입니다.”

이 캠페인은 브랜드가 “우리는 아름답다”고 말하는 대신,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아이슬란드의 풍경
출처 = Unsplash

솔직히 말해서 웬만한 나라들은 이렇게까지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어마어마한 자신감이 느껴지죠. 이 자신감은 제품에 대한 기대감을 형성합니다. 만약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전세계 최악의 사진가가 정말로 ‘못 찍었는데 멋진 사진’을 찍어낸다면 캠페인의 효과는 한 던 더 폭증할 겁니다.

하지만 이 실험이 먹힌 건 단순히 실험 설계의 공만은 아닙니다.

2️⃣ 이 광고가 먹힌 이유 — “피로감을 읽어라”

이러한 역발상이 강렬한 힘을 발휘한 건 지금 시대와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밀라 소피아 핀
AI로 만들어진 인플루언서 겸 아티스트(?) 밀라 소피아 핀 / 출처 = @millasofiafin | Instagram

구도와 비율적으로 너무 완벽한 사진, 모공 하나 없는 모델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처음에는 그 완벽함에 감탄하던 사람들도 이젠 덤덤해지고, 오히려 지나친 매끄러움에 약간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죠.

이제는 가공되지 않거나 심지어는 일부러 못 찍힌 사진이 오히려 진짜임을 증명하기도 합니다.

셀카를 찍는 커플
출처 = Unsplash

여기에 랜드마크 사진의 상품화 피로까지 겹칩니다. 사람들이 ‘포토스팟’에 줄서서 ‘인생샷 각도’로 찍는 인증샷이 넘쳐나면서, 풍경 사진 자체가 하나의 클리셰가 됐습니다. 심지어 AI한테 “내가 아이슬란드 빙하 앞에서 찍은 것처럼 인생사진 만들어줘”하고 딸깍하면 진짜같은 사진이 나오는 시대입니다. 아이슬란드는 특히 이 문제에 민감한 여행지입니다. 오로라, 빙하, 폭포 — 수백만 장의 ‘완벽한’ 사진이 이미 인터넷에 깔려 있죠.

이 두 피로는 모두 ‘그저 찍힌 것’이라는 사실에 기인합니다. 직접 경험한 생생함이라기보단 매끄럽게만 다듬어진 인위적인 사진, 박제된 인생샷은 이제 별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죠.

아이슬란드에어는 ‘못 찍은 사진’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AI로는 담을 수 없는 생생함을 손에 넣고, 식상한 인증샷에 대한 피로를 저격했습니다. 역발상이 설득력을 가진 건 단순히 달라서가 아니라 이 순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결론

이 캠페인에는 한 가지 층위가 더 있습니다. 내용뿐 아니라 형식도 뒤집혔습니다. 이 ‘최악의 사진가 공고’는 여행 광고인듯 여행 광고 아닌 여행 광고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채용 공고이긴  한데, 사진 한 장 없이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자랑하고 있으니까요.

“얼마나 아름답길래 저렇게 자신감이 있을까”, “나도 지원해서 아이슬란드 여행 가고 싶다”는 심리를 건드리는데 성공했습니다. 광고가 말하는 형식을 비틀어 성공한 좋은 사례입니다.

현재 아이슬란드에어는 엄청나게 쏟아진 지원서를 심사하느라 바쁘다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자들의 기상천외한 작품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캠페인의 화제성을 계속 끌고 나가면서 기대감을 높이는 기법이기도 하고, 아마추어 사진가끼리 공감 가능한 ‘웃픈’ 이야깃거리를 계속 생산해 나가는 전략이기도 하죠.

과연 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세계 최고(?)의 사진 똥손’이 누구일지, 그가 과연 아이슬란드를 어떻게 찍어낼지 정말이지 계속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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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아이슬란드에어는 전문 포토그래퍼 대신 사진을 못 찍는 아마추어 사진가를 공개 모집하며, “아무리 못 찍어도 아이슬란드는 아름답게 나온다”는 브랜드 클레임을 주장이 아닌 실험으로 설계했습니다.

이 역발상이 지금 통한 건 AI 로 만든 완벽한 이미지와 포토스팟 인증샷에 지친 소비자들이 ‘날것의 진짜’에 목말라 있던 시점과 정확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채용 공고라는 형식을 빌린 여행 광고, 127,642건의 지원서, 현재진행형 심사 콘텐츠까지 — 아이슬란드에어는 캠페인을 단발성이 아니라 계속 살아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EDITOR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반짝이는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