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전 학교 동기들에게 선물 받았던
나무 화분이 죽어간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많은 링친분들이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겨주셨고,
저 역시 나무를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나무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

처음에는 화분을 햇빛이 잘 드는 복도로 빼내고,
물 주는 주기도 당기며 애지중지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나무를 완전히 살려낸 진짜 치트키는
제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바람'이었습니다.

몇몇 링친분들의 조언도 있었고,
마침 저희 학교 원예생명과학과 교수님께서도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이 나무를 정말 살리고 싶으시면
다른 무엇보다 '바람'을 쐬게 해야 합니다.
그것도 나뭇가지가 세차게 흔들릴 정도로요."

처음에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힘든 나무를 왜 더 가혹한 환경에 노출시켜야 할까?'
그래서 반신반의하며 복도 창문을 열어두기 시작했습니다.

복도 창문을 열고 처음 며칠 동안은
그나마 위태롭게 붙어 있던 낡은 잎들이 떨어졌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죠.

그런데 정말 경이로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낡은 잎들이 떨어져 나간 그 앙상한 자리에,
거짓말처럼 작은 새싹들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진 속 파릇파릇한 새순들이 보이시나요?
실물은 더 귀엽고 감격스럽습니다. 🥺)

확인해보니 적당한 바람은 나무를 흔들어 자극을 주고,
그 자극을 통해 나무가 뿌리를 땅속 더 깊고 튼튼하게
내리도록 만드는 핵심 동력이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저 아늑한 연구실 안에서
햇빛과 넉넉한 물만 주면 나무가 잘 자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나무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온실 같은 평온함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흔드는 적당한 시련과 자극이었습니다.

새싹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우리의 삶도 이와 참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역시 좋은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고,
아무런 결핍 없이 평탄하게 성장하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때로는 내 삶의 기반이 흔들릴 정도의 시련을 겪고,
내 가치관의 뿌리가 흔들릴 정도의 강한 자극을 받아야
비로소 우리는 진짜 '내면의 뿌리'를 깊게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생존하고 성장합니다.

본의 아니게 나무를 죽일 뻔한 초보 식집사였지만
이번 일로 생명의 경외함과 함께
저의 성장 정체에 대한 깊은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부쩍 더워지는 6월의 시작점에서
링친분들은 어떤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흔들리고 계신가요?
낙담하지 마세요. 링친님들은 더 깊어지는 중일 거에요.
오늘도 흔들리며 단단해질 모든 분들의 월요일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