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봄에서 여름 사이, 하이브 산하 세 걸그룹이 거의 동시에 컴백했습니다. 르세라핌, 아일릿, 캣츠아이입니다. 세 그룹의 신곡은 강한 전자음과 안티 드롭 구조, 그리고 무대 퍼포먼스 의존도가 높은 무대형 곡이라는 공통 좌표 위에 놓여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 상위 사업자가 자사 산하 그룹들을 동일한 시기에 유사한 사운드 좌표로 배치하는 것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일일까요, 아니면 트렌드를 표준으로 굳히는 일일까요. 다양성이라는 명분과 효율성이라는 실질이 충돌할 때, 시장 지배 사업자는 늘 이 충돌을 ‘봉합하는 쪽’을 선택합니다.

세 그룹의 컴백을 나란히 놓고 보면, 한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우리가 듣고 있는 것은 세 곡의 신곡이 아니라, 멀티레이블이라는 산업 모델의 작동 방식이며, 그 작동의 비용을 지금 누가 치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세 그룹은 같은 좌표 위에서 어떻게 갈라졌나

세 그룹의 신곡을 같은 자리에 놓고 들어보면, 각자가 표준에 어떻게 다르게 합류했는지가 들립니다.

르세라핌의 '붐팔라(BOOMPALA)'는 1990년대 라틴 팝 '마카레나(Macarena)'를 샘플링한 곡입니다. 그보다 앞서 선공개된 'CELEBRATION' 역시 전자 빌드업과 리듬감을 전면에 둔 리드 싱글이었습니다. 두 곡 모두 표준의 단순 답습이라기보다, 표준에 글로벌 클래식이라는 친숙성 자산을 결합시키는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선공개와 타이틀 모두에서 곡의 정체성이 차용된 자산과 전자 사운드 축에 기댄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이번 결과는 “르세라핌이라서 가능한 사운드”라기보다, “누구나 빌려 쓸 수 있는 표준 자산”에 더 가깝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이지만, 장기 관점에서는 팀만의 고유한 소리를 쌓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습니다.

아일릿의 'It's Me'는 그동안 쌓아온 소녀 서사와 이미지는 조금 비켜선 자리에서, 보다 전형적인 4~5세대형 표준 문법을 선택했음에도 국내외 주요 차트 상위권이라는 지표를 동시에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성공입니다. 그러나 그 성공이 아일릿만의 고유 자산을 두텁게 만든 결과인지, 아일릿이 잠시 자기 컨셉과 이별하고 하이브식 표준 사운드 위에 올라탔기 때문에 가능했던 사례인지에 따라 평가는 전혀 달라집니다. 만약 후자라면, 회사와 산업은 아일릿의 상승세를 곧바로 “이 표준이 옳았다”는 근거로 회수하게 될 것입니다. 같은 성공이라도, 그 성공을 누구의 증거로 기록하는가에 따라 의미는 정반대로 달라집니다.

캣츠아이는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의 합작 구조 자체가 글로벌 시장 진입을 목표로 설계된 팀입니다. 영미권 팝과의 호환성이 높은 안티 드롭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고, 'PINKY UP'을 비롯한 최근 곡들은 빌보드 차트에서 두드러진 침투력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곡이 캣츠아이이기 때문에 성립한다기보다, 캣츠아이가 아니어도 작동할 수 있는 표준형 문법 위에 놓여 있다는 인상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차트는 단기 지표이고, 시그니처는 장기 자산입니다.

세 갈래의 합류 방식은 다르지만, 표준 자체와 거리를 두는 선택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왜 지금, 한꺼번에 같은 좌표인가

왜 하필 지금, 세 레이블이 동시에 같은 좌표로 움직였을까요. 지금의 K팝 산업이 마주한 세 가지 압력이 만든 합리적 결과입니다.

먼저 글로벌 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섰습니다. BTS와 블랙핑크의 정점기 이후, 모든 팀이 동일한 폭발력을 재현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습니다. 산업은 더 넓은 실험보다, 이미 검증된 사운드 좌표로 회귀하는 보수적 선택을 합니다.

여기에 컴백 사이클 단축이 겹쳤습니다. 짧은 주기로 신곡을 공급해야 하는 체제에서 매번 새로운 훅을 발명하는 디스커버리 비용은 시스템적으로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안티 드롭이라는 사운드 문법은 그래서 미학적 취향을 넘어, 창작 리스크를 시스템 효율성 안으로 흡수하는 산업 친화적 골조로 작동합니다. 차별화의 부담이 멜로디에서 프로덕션과 무대 연출로 이동하면, 후자는 사내 시스템 안에서 훨씬 더 표준화하고 재현하기 쉽습니다.

동시에 팬덤 경제와 대중 시장의 디커플링이 심화되었습니다. 음반과 콘서트는 팬덤이 책임지고, 음원과 일반 대중성은 별도 시장으로 분리됩니다. 이 구조에서는 무대에서 강하게 소비되는 퍼포먼스형 사운드의 중요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집니다.

하이브는 스스로를 '음악과 기술에 기반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으로 정의합니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가 암시하는 것은 다양성과 확장성입니다. 그러나 세 가지 압력이 결합되면, 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은 사실상 표준의 효율을 굳히는 인터페이스로 바뀝니다.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은 더 이상 결과의 다양성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같은 사운드 좌표를 세 개의 다른 서사로 나눠 담는 효율 분산 장치에 가깝습니다.


이 지점에서 하이브는 트렌드를 만드는 자라기보다, 트렌드를 표준으로 굳히는 자입니다. 창작자는 디스커버리 비용을 짊어지지만, 굳히는 자는 그 비용 없이 표준을 시장에 뿌립니다. 시장 지배의 가장 안정적인 형태는 발명이 아니라 집행입니다.

차이를 듣는 팬덤, 비슷함을 듣는 대중

코어 팬덤은 팀의 전작, 멤버별 음색, 퍼포먼스의 결, 서사의 연속성을 기억하고 있기에 이번 곡들을 서로 다른 음악으로 인식합니다. 반면 비팬 대중에게는 르세라핌, 아일릿, 캣츠아이의 전자음 계열 신곡들이 비슷한 사운드 군집으로 들릴 가능성이 큽니다.

코어 팬덤은 차이를 듣고, 대중은 비슷함을 듣습니다. 이 간극이야말로 표준화 전략의 진짜 비용입니다. 산업은 전자의 충성도로 단기 성과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K팝의 외연을 넓히고 다음 시장을 여는 힘은 결국 후자의 감각에서 나옵니다.

세 팀의 동시 컴백은 한 회사의 분기 전략 이상입니다. 그것은 지금의 K팝이 '검증된 공식을 대신 실행해 주는 회사'라는 자리에 합의해 버린 순간이며, 다양성이라는 명분으로 자신의 차별성을 거래하기 시작한 순간입니다.

그래서 세 팀의 동시 컴백을 듣고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질문은, 사실 가장 단순한 한 줄입니다.

"이럴 거면, 레이블은 왜 나눈 걸까요."

그리고 이 질문이 가리키는 방향은, 적어도 지금까지 K팝이 걸어온 길의 연장선은 아닙니다.

트렌드는 정말 대중이 만드는 것일까요, 아니면 시장의 가장 큰 사업자가 좌표를 미리 그리고 대중에게 합의시키는 것일까요. 우리는 늘 전자라 믿어왔지만, 세 팀의 동시 컴백 앞에서 후자의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대중이 좋아할 만한 것을 시장이 발견하는 것인지, 시장이 미리 깔아둔 좌표 위에서 대중이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는 것인지. 우리가 사랑한 것은 음악이었을까요, 아니면 누군가 우리를 위해 미리 그어둔 좌표였을까요.

썸네일 및 본문 이미지 출처: HYBE LABELS 공식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