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카메라가 역대 최고 성능입니다. 1억 화소, AI가 알아서 피부를 매끄럽게 만들어주고, 배경도 흐려주죠.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Z세대 디지털카메라 구매가 폭증하고 있거든요. 15년 전에 단종됐을 법한 디카를 사들이는 겁니다.

삼성 갤럭시 AI

후지필름 X100VI는 하나에 274만 원짜리인데, 생산량을 몇 배나 늘렸는데도 여전히 품절입니다. 구매자의 70%가 30대 이하라고 해요. 디카를 처음 써보는 세대가 왜 이 비싸고 불편한 카메라를 집어 드는 걸까요.

Z세대 사이에서 콤팩트 카메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출처 = YouTube

1. Z세대 디지털카메라 열풍, 숫자로 보면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분명 죽었다고 했습니다. 2010년 1억2100만 대 팔리던 게 2023년엔 770만 대까지 떨어졌으니까요. 그런데 2024년, 940만 대로 반등했어요. 출하액으로 보면 더 극적인데, 55억 달러(약 8조4000억 원)로 5년 만에 2배 이상 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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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장 변화

특히 눈에 띄는 건 콤팩트 카메라예요. 렌즈가 고정된,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그 작은 카메라가 전년 대비 29.6%나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 카메라를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디카를 태어나서 처음 써보는 Z세대라는 거죠.

후지 필름 X100VI 검색 결과

후지필름 X100VI 이야기를 좀 더 해볼게요. 2024년 초 출시되자마자 수 분 만에 예약이 매진됐고, 일본 요도바시카메라 콤팩트 카메라 판매 1위를 차지했어요. 후지필름 CEO 고토 테이이치는 “너무 많이 만들어 가격을 떨어뜨리는 건 낭비”라고 했습니다. 라이카처럼 브랜드 가치를 지키겠다는 건데,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거예요.

디카 평균 가격은 600달러. 스마트폰 평균 455달러보다 비쌉니다. 그런데도 팔린다는 건, 이 소비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는 뜻이에요.

2. “내 얼굴이 아닌데요” — AI 보정이 만든 역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려면,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가 뭘 하는지를 봐야 합니다.

삼성 갤럭시든 아이폰이든, 셀카를 찍으면 AI가 자동으로 작동해요. 피부를 매끄럽게 밀어주고, 턱선을 살짝 다듬고, 눈을 키워줍니다. 문제는, 끄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삼성 커뮤니티에는 “AI 보정이 사진을 망친다”는 불만 글이 줄줄이 올라옵니다. 셀카를 찍으면 몇 초 만에 얼굴이 바뀌고, 피부가 밀랍 인형 같아진다는 거죠.

“셀카를 찍었는데 내 얼굴이 아닌 것 같다. 눈썹이 합쳐지고, 피부가 너무 매끄럽다.”

한 갤럭시 유저의 글이에요. 이런 불만이 S23부터 S26까지 전 시리즈에서 계속 나오고 있어요. RAW 촬영 말고는 완전히 끌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게 핵심입니다.

달 사진 논란도 있었죠. 스마트폰 100배 줌으로 달을 찍으면 AI가 고해상도 달 템플릿을 합성해서 넣는다는 게 드러났어요. 심지어 냉장고 손잡이까지 AI가 바꿔버린 사례도 보고됐습니다. 사진인데 사진이 아닌 상황인 거예요.

구글 ‘아이폰 자동 보정 끄기’ 검색 결과

커뮤니티에서는 ‘AI 보정 끄는 법’을 묻는 글이 이어지고 있고, 틱톡이나 인스타에서는 ‘날것 그대로’ 찍은 사진을 올리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어요. 틱톡에서 디스포저블 카메라 관련 해시태그는 누적 4억3500만 뷰를 넘겼습니다.

후지필름은 이 흐름을 읽고 제품으로 응답했어요. 올해 1월에 나온 인스탁스 에보 시네마는 15초짜리 레트로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인스턴트 카메라입니다. 193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10개 시대별 필터를 골라 찍을 수 있고, 틱톡·인스타 공유에 최적화돼 있죠. 후지필름 측은 “기술 피로를 느낀 사람들이 일부러 느린 경험을 고른다”고 설명합니다.

후지필름 인스탁스 에보 시네마. 15초 레트로 영상 촬영이 가능한 인스턴트 카메라. 출처 = YouTube

AI가 사진을 ‘못 찍어서’가 아니라, ‘너무 잘 고쳐서’ 사진을 망친 거예요. 완벽하게 보정된 사진 속에서 ‘나’가 사라지니까, 불완전하더라도 ‘진짜 나’를 담는 도구를 찾아간 거죠.

3. Z세대 디지털카메라 너머 — 기술을 일부러 낮추는 소비

이 흐름은 디카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LP 레코드 매출이 미국에서 10억 달러를 돌파했어요. 카세트테이프 판매는 200%나 뛰었고요. 스마트폰 대신 통화와 문자만 되는 ‘덤폰’을 쓰는 Z세대도 늘고 있습니다. 에어팟 대신 유선 이어폰을 다시 꽂는 사람들도 보이죠. 보그는 이걸 “corded glamour(유선의 매력)”라고 불렀어요.

기술을 일부러 낮추는 소비가 하나의 트렌드가 됐습니다. 디카 부활은 그중에서도 가장 최신 사례일 뿐이에요. 공통점은 하나 — “최신·최고가 늘 최선은 아니다”는 선택이죠.

마케터 입장에서 이건 꽤 중요한 신호예요. ‘최신 기술’이나 ‘더 좋은 스펙’이 항상 소구점이 되던 시대가 아니라는 뜻이니까요. 후지필름은 불완전함 자체를 상품화했고, 코닥은 필름 카메라의 아날로그 감성을 마케팅에 다시 꺼내 들었어요. ‘불편하지만 진짜’라는 가치가 Z세대에겐 오히려 매력인 시대입니다.

📌 오늘의 소마코 콕

SOMAKO

스마트폰 AI 보정이 ‘너무 잘해서’ Z세대가 디카로 돌아갔다 — 완벽함에 대한 피로가 새 시장을 만들었다

후지필름 X100VI 품절은 노스탤지어가 아니라 ‘자기다움’을 지키려는 소비 — 구매자 70%가 처음 디카를 사는 세대

‘최신 기술’이 항상 소구점은 아니다 — 불완전함을 상품화할 줄 아는 브랜드가 Z세대를 잡는다

EDITOR
안녕하세요 11년차 마케터 J 입니다.
AI 소식부터 마케터에게 필요한 다양한 이슈를 업로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