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환 이야기를 하면 그 분야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되는 효과가 있네요!)
광고대행사에 근무하는 친구와 주말에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시대의 변화라는 파도 속에서 업무 강도와 난이도는 높은데, 보상은 비교적 높지 않고, 직무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보직이 안정적인 것도 아닙니다. 저도 광고대행사에 근무했기에 많은 공감이 되더라고요.
제가 대행사에서 근무할 때는 인원 불균형이 심해보였습니다. 디지털 마케팅은 애물단지였죠. 돈은 안되지만 손은 많이 가는... 어쩔 수 없이 더 적은 인원이 더 많은 일을 해야했습니다.
디지털 마케팅을 '애물단지'로 여겼던 조직, 기회로 보고 레버리지했던 조직의 행방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당연히 후자의 플레이어들이 업계를 이끌게 되었습니다.
요즘엔 이런 마케팅 활동들에 대해 대행사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CRM, SEO, GEO, 인플루언서 씨딩 - 특징은 명확한데요
1️⃣ 전담 조직이 아직 없음
2️⃣ 아직 단가 체계가 없고 고정 수수료 체계를 보장받기 어려움
3️⃣ 성과를 보장하기 어려움
이런 점들 때문에 마케팅 활동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이 활동의 마케팅 효과는 점점 더 주목과 인증을 받고 있는데요. 이미 발빠르게 이 분야에 투자하고 준비하는 조직과 그렇지 않는 조직의 변화는 5-10년 안에 극명할 것입니다.
광고대행사의 수익 공식은 오랫동안 세 가지였습니다.
[ 매체 수수료 + 제작 마진 + 투입 인력(FTE) ]
- 셋 다 ‘몇 명이 얼마나 오래 붙어었나’에 달려있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납니다.
첫째, 조직이 빅캠페인에 최적화됩니다.
큰 팀, 큰 제작비, 큰 매체비가 붙어야 마진이 나오니까요. 문제는 소비자의 채널 소비가 점차 파편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채널, 장소에 몰리지 않고, 모두가 세분화된 소식에 주목합니다.
둘째, 정작 고객에게 필요한 일이 제안서에서 빠집니다.
CRM, SEO, 리텐션, LTV 개선 - 수수료를 책정하기 애매한 영역들이죠.
여기에 AI가 결정타를 날리는데요. AI가 작업 시간을 압축할수록, 시간을 파는 회사는 자기 매출을 스스로 깎게 되니까요.
AI 시대에 맞추어 앞서나가는 곳들은 이렇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 퍼블리시스
회사의 매출, 수익 성장이 AI 기반 제품·서비스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데이터 플랫폼 LiveRamp를 기업가치 22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파는 물건을 '캠페인'에서 '데이터 인프라'로 확장했습니다.
▪️ WPP
2026년 2월, 지주회사 구조를 버리고 '단일 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기존 수백 개의 독립 에이전시 브랜드를 4개의 운영 단위(WPP Media, WPP Creative, WPP Production, WPP Enterprise Solutions)로 재편하고 'WPP Open'이라는 AI 에이전트 마케팅 플랫폼을 기반으로 통합 제공합니다.
▪️ 액센추어 송
글로벌 크리에이터 에이전시 Whalar를 인수합니다. 단순 ‘인플루언서 협찬(씨딩)’ 수준에 머물던 영역을 AI 데이터 기반의 전사적 고객 경험(CX) 사업으로 전격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크리에이터 광고비는 2026년 439억 달러 전망입니다.
▪️ 에코마케팅
2021년 안다르 지분 56.4%를 193억 원에 샀습니다. 그 안다르가 영업이익 346억 원을 냈고요. 대행 수수료가 아니라 지분과 성과로 번 돈입니다.
▪️국내 주요 종합광고대행사
GEO 전담 조직이나 AX 전담 조직을 신설하여 전문 솔루션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앞서나가는 곳은 모두 ‘시간을 파는 구조’에서 탈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변화가 예상됩니다.
1️⃣ 과금이 시간에서 결과로 이동합니다.
FTE·투입시간 기반 → 고정 수수료, 구독, 라이선스, 성과 기반 보상으로 변화합니다. 가격을 '투입 인원 수'에서 떼어내는 게 첫 단추입니다. 수수료가 안 나와서 빼놨던 그 일들이, 성과 기반으로 바꾸면 가장 돈 되는 일이 됩니다. 리텐션과 검색은 가장 구매 전환율이 높은 영역이니까요.
2️⃣ 조직을 '캠페인 단위'에서 '상시 운영 단위'로
반복 업무는 AI가 흡수하고, 사람은 always-on 운영과 판단에 배치하게 됩니다. 주니어를 대량 투입하는 피라미드가 아니라, 판단하는 중간층이 두꺼운 다이아몬드입니다.
3️⃣ 백화점을 접고 '이길 수 있는 한 칸'을 소유하게 됩니다.
다 하려다 다 못 이깁니다. 데이터, 커머스, 리테일미디어, 크리에이터 중 하나를 골라 인프라를 소유하게 됩니다.
4️⃣ 수수료 밖의 P&L이 생깁니다.
지분, 자체 브랜드, 성과 셰어, 프로덕트 - 대행사가 광고주가 되는 순간 마진의 천장이 사라집니다.
대행사가 사람을 못 잡는 건 연봉 때문만이 아닙니다. 똑똑한 사람에게 ‘그건 마진이 안 나와서 안 해’라고 말해야 하는 구조, 하던 마케팅만 계속 해야해서 개개인의 경쟁력 또한 떨어지는 구조 때문입니다.
과금 구조가 바뀌면 → 할 수 있는 일이 바뀌고
할 수 있는 일이 바뀌면 → 남는 사람이 바뀝니다.
지금 대행사에 필요한 건 더 독한 사람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발전적인 수익 모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