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어떻게 하면 데이터 직무로 전환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지금 회사의 데이터 비효율을 개선하는 프로젝트에 자원해보세요"라고 답해요.
데이터 직무의 본질은 툴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데이터 구조로 번역하는 일'인데요. 그 경험은 어느 회사에나 있는 데이터 비효율을 찾으면서 시작됩니다.
🗑️ 제가 근무했던 회사에도 전형적인 데이터 비효율이 있었습니다.
. 제안과 계약을 그룹웨어로 각각 상신하고
. 담당자가 그 내용을 엑셀에 수기로 옮겨 적고
. 계약에 변경이 생기면 팀마다 메신저로 전파하고
. 실제 발주와 A/S 데이터는 별도의 구글시트로 관리되어 계약과 연결되지 않았죠.
⚠️ 결과는 예상 그대로였는데요.
. 수기 이관 과정에서 적재 오류가 반복됐고
. 실시간 현황은 누구도 볼 수 없었고
. 계약 단위의 제안 전환율이나 A/S 이력 같은 기본 지표조차 집계할 수 없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AX(AI Transformation)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100% 실패합니다.
데이터가 흩어져 있고 기준이 제각각이면 AI는 무엇이 '맞는 정보'인지 판단할 근거 자체가 없습니다. 같은 계약이 팀마다 다른 이름과 형식으로 존재한다면, AI는 그중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릅니다.
AI는 데이터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잘 정리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술이니까요. Garbage in, garbage out - 모델이 좋아질수록 병목은 오히려 데이터 품질에 더 머물러요.
🧠 결국 프로젝트는 업무 단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잇는 데이터 설계 단계로 회귀하게 됩니다. - 바로 DX(Digital Transformation) 단계죠!
저는 DX를 따로 배운 적이 없어서 이렇게 맨땅에 헤딩한 적이 있습니다.
(더 나은 방법을 아시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
❶ 데이터가 흐르는 모든 채널을 나열한다
그룹웨어, 슬랙, 구글시트, 메일, 엑셀, 개인 파일, 발주 입력 시스템까지 - 정보가 오가는 채널을 빠짐없이 리스트업합니다. 이 단계의 목표는 개선이 아니라, '우리 회사 데이터의 전체 지도'를 처음으로 그려보는 것으로도 충분해요.
❷ 업무 순서대로 순서도를 그리고, 툴별 데이터 테이블을 정의한다
각 툴에서 오가는 정보를 정형화된 테이블로 정리해 항목을 명세합니다. 말과 메신저로만 흘러다니던 암묵지가 이때 처음 '구조'를 갖게 됩니다.
❸ 테이블을 나란히 놓고 중복, 누락, 자동화 포인트를 찾는다
. 중복: '왜 같은 항목을 팀마다 다른 형식으로 적고 있지?'가 보이면 작성 주체를 한 팀으로 교통정리합니다. 이것만 해도 garbage 데이터가 많이 줄어들기 시작해요.
. 누락: 필요한데 기록되지 않던 데이터, 유형화할 수 있는데 서술형으로 적히던 데이터를 찾아 항목화합니다.
. 자동 집계: 사람이 매번 계산하던 지표, 인사이트가 될 파생 지표를 골라 계산식을 정의합니다.
이 과정의 핵심 역량은 기술이 아니라 팀 간 소통인데요.
사소해 보이는 항목 하나의 정의가 합의되지 않아 DX 전체가 무산되는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데이터 설계란 결국 '일하는 방식에 대한 조직의 합의'를 스키마로 문서화하는 일이니까요!
❹ 완성된 항목 구조도를 소화할 시스템을 선택한다
정의한 범위, 항목, 계층을 감당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을 고릅니다. 요즘은 바이브코딩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것도 충분히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었고요.
🦾 물론 ❶~❹ 전 과정을 AI와 함께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관건은 전체를 통으로 던지지 않는 것 - 단계마다 설계 결과물을 꼼꼼히 검토하고 조직이 공동의 합의점을 찾아가야 해요. AI는 초안을 빠르게 만들어주지만, '우리 조직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니까요.
이렇게 DX 설계가 탄탄해지고 조직이 이를 받아들이면, 그다음은 AI 에이전트가 흐르는 데이터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판단하고 실행하게 둘 수 있습니다. - 그게 바로 AX 자동화죠!
최근, 이 일련의 과정을 떠오르게 만들어준 젠스파크(Genspark)의 신규 기능이 있습니다. - 바로 'AgentBase'인데요!
메일함, 드라이브, 캘린더, 파일, 메신저, 기존 DB에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자연어로 설명하기만 하면 CRM, 프로젝트 트래커, 재고 관리 같은 맞춤형 데이터베이스와 대시보드, 내부 시스템으로 만들어주는 기능입니다. Salesforce, HubSpot 같은 기존 시스템과도 연동되고, 테이블, 칸반, 캘린더 등 다양한 뷰와 라이브 대시보드, 권한별 공유까지 지원해요. 이렇게 데이터가 구조화되고 나면 그 위에서 슈퍼 에이전트가 메일 초안 작성, 리서치, 자료 제작, 워크플로 실행까지 이어갑니다.
클로드코드로도 구축이 가능하지만 보안, 더 촘촘한 데이터 설계, 안정성이 필요할 때 이런 기능도 고려해볼 수 있어요.
!다만 툴이 아무리 좋아져도 ❶~❸, 우리 조직의 데이터를 정의하고 합의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 설계는 사람이, 실행은 에이전트가, 당분간은 이런 기본 법칙이 유지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