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8년, 이후 창업 3년. 지금은 마케터를 위한 SaaS 스니핏의 CCO다. 지난 위픽 인사이트서클 vol.5 무대에 오른 위시스트 김은지 CCO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크고 작은 설계 프로젝트에서 사람의 동선을 설계하던 시선이, 어떻게 스니핏이라는 제품 안에서 고객의 사고 흐름을 설계하는 힘으로 이어졌는지.

무대의 5분과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가 꺼낸 이야기를 그의 목소리 그대로 옮긴다.


위시스트(스니핏) 김은지 CCO의 건축가 → 마케터 여정 | 위픽 인사이트서클 vol.5

안녕하세요. 스니핏의 마케터 김은지입니다. 스니핏은 마케터를 위한 레퍼런스 분석 및 탐색 플랫폼입니다. 앞에서 멋진 얘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저는 오늘 조금 아날로그적인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말씀드렸다시피 원래 건축가였습니다. 8년 동안 건축만 손을 대다가 마케팅을 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하다가, 어쩌다 보니 지금 마케터의 길을 걷게 됐어요. 지금은 스니핏의 마케터가 되었습니다. 10년 지기 친구가 "스타트업 해보지 않을래?" 라고 제안해서 시작하게 됐고, 1년만 하려던 것이 재미있어서 계속하다 보니 어느덧 3년차가 됐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도 건축을 많~이 좋아해요. 아직도 동기들을 만나 건축 얘기를 하면 마음이 설레고, 열심히 끄적이던 설계 노트를 열어보면 그 당시가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결정하게 된 건 우연과 낭만이 맞물린 덕이었어요. 제가 이직 혹은 쉼을 고민하던 시기였고, 합류 제안을 서늘한 가을밤의 한강변에서 들었고, 또 함께 합류하자고 결정한 친구가 하나 더 있었다는 점. 그래서 합류하게 됐어요.

마케팅을 시작하며 가장 이해가 안 됐던 것

스니핏에 도달하기까지 저희는 많은 피벗을 거쳤고, 저는 저만의 퍼스널 마켓 핏을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기획도 해보고, 개발도 해보고, 사업기획도 손대보고, 디자인도 하다가 결국 스스로를 마케터라고 소개하게 됐어요.

그런데 마케팅을 시작하면서 여러 개념을 배워나가는 중에 저에게 가장 익숙해지기 어려웠던 건 '퍼널'이었어요. 이해를 못했다는 게 아닙니다. 이거 되게 당연한 얘기인 것 같은데, 어떻게 여기다 전략을 설계하지? 이 부분이 어려웠던 거예요.

생각해보면 같은 말이지만 제가 다른 해상도로 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인 마케터분들이 "퍼널 기반으로 마케팅 전략을 짜보았습니다" 하면 이제 해상도가 UHD 정도 되는데, 제가 말하면 거의 8비트 수준이었던 거죠. 잘못된 방향으로 시작하게 되면 오히려 틀렸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가 어려워지잖아요. 그래서 마케팅 퍼널을 보고 있기까지 하는데 무언가 부족한 것 같은데 그게 뭘까 깨닫게 되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건축의 시선이 마케팅과 만난 순간

그 갈피를 저는 건축과의 비교로 찾게 됐어요. 건축은 공간에 동선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마케팅은 고객의 생각을 설계하는 일이죠. 그래서 그 흐름을 설계하는 일이 닮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축은 공간감을 통해 사람의 동선을 유도하는데, 이때 대지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이 제 설계의 대상이에요. 그걸 디테일하게 고려하고 어디에 배치할지를 고민함으로써 제가 원하는 공간을 완성해 나갑니다. 마케팅도 마찬가지예요. 퍼널을 통해서 사람의 사고 흐름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결국 거기에 영향을 주는 디테일한 요소들을 모두 고려할 수 있어야 하더라고요. 제품을 발견한 순간부터 둘러보고 머물고 행동하는 데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을 볼 줄 알게 됐습니다.

공간감을 이루는 요소는 빛, 입구의 위치, 벽의 방향성 이런 것들에 따라서 어느 하나만 달라져도 전혀 다른 공간을 만들거든요. 마케팅에서도 어느 채널에서 어떤 콘텐츠를 보여주고, 어떤 맥락에서 어떤 타이밍에 그것을 설계하는지에 따라 사람마다 전혀 다른 퍼널을 만들고, 그게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년 전에 공동주거를 설계하면서 저는 다양한 위계의 커뮤니티를 설계하고자 했었어요. 공간의 위계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 극단적으로 쪼갠 공간, 다양한 단차, 유기적인 동선 같은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우연한 만남의 순간을 다양하게 설계하고자 했었죠. 이 장치를 배치하던 경험을 이제 마케팅에 적용해보고 있습니다. 유기적인 마케팅 전략이라는 퍼널의 형태를 구상하며 콘텐츠를 장치로 배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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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핏에서 실제로 배치한 두 개의 장면

발표에서 다 말씀드리지 못한 실제 사례를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스니핏로그입니다. 작년 12월 스니핏을 처음 출시할 당시에는 제품 개발 기간도 한 달 정도로 짧았고, 사용자도 콘텐츠도 인사이트도 충분히 쌓이지 않은 상태였어요. 정식으로 출시하고 나니 아니나 다를까 가입은 잘 만들어졌지만 실결제가 허들이더라고요. "결제 해뒀는데 하루 아침에 사라지면 어떻게 해?" 이제 막 만들어진 SaaS가 직면할 수밖에 없는 의심이었어요. 그 불확실성을 해결해줄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당시 저에게는 오픈베타 출시 전, 클로즈베타 당시 열심히 작성한 신뢰 자산이 하나 있었어요. 저희 개발팀이 정말 유능하거든요. 베타테스터분들이 피드백을 남기면 다음 날 바로 기능을 반영해 보여드리는 게 일상이었고, 저는 그 내용을 매일같이 정직하게 기록해 메일로 공유드렸었어요. 그래서 그 메일들을 다시 꺼내, 제품이 어떤 피드백을 받았고 팀이 무엇을 고민했으며 다음 날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CMS 콘텐츠로 발행해서 랜딩페이지와 메인페이지에 진입점을 배치했습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첫 결제 허들이 뚫렸고, 살펴보니 두 분 다 베타테스트 이야기를 거의 다 읽고 결제창으로 향하셨더라고요. 지금까지도 장기적인 신뢰자산으로 열심히 작성하고 있어요.

두 번째는 랜딩페이지의 인터랙티브 데모 컴포넌트예요. 스니핏의 주요 기능은 크게 레퍼런스 탐색, 브랜드 아카이브, 보드 저장의 세 축으로 구분되는데, 초기 랜딩페이지는 이 소구점 구분에 대응하지 못하는 통합 구조였어요. 예를 들어 '메타 경쟁사의 게재 타임라인'에 소구되어 들어왔는데 나열된 검색창만 볼 수 있어서 탐색 의도를 흐려지게 만들고 있었죠. 그래서 Framer로 구성된 랜딩페이지 첫 섹션에 인터랙티브 데모 컴포넌트를 직접 만들었어요. 고객이 어떤 기능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통해 들어왔는지에 따라 확인 가능한 화면 구성이 다르게 보이도록 구성했죠. 이후 동일 소재 기준으로 진입 링크만 바꾸었는데도 퍼포먼스 광고 효율이 많이 개선됐습니다.

MRR 6개월의 답, 결국은 제품력

저희가 6개월째 MRR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을 하나 꼽자면, 솔직히 저는 '제품력'이라고 생각해요. 스니핏은 마케터분들이 원래도 하고 있던 일, 광고와 콘텐츠 레퍼런스를 찾고 매일 지겹게 모니터링하던 브랜드의 광고를 일간 아카이빙 하는 일을 도와주는 솔루션이에요. 그래서 일단 사용해본 분들이 제품력을 한 번 경험하고 나면, 별다른 추천 보상이나 강한 유도 장치 없이도 계속 사용하거나 주변에 추천해주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초반에는 3명 유입되면 그중 1명은 주변 지인을 추가로 데려오는 흐름이 관찰되기도 했고요.

실제로 저희가 처음 유저를 크게 확보하게 된 계기도 저희가 만든 광고가 아니라, 한 베타테스터분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주신 추천 릴스 콘텐츠였습니다. 그 콘텐츠를 본 새로운 사용자들이 제품을 찾아주셨고, 또 주변에 공유하며 일종의 바이럴 루프가 처음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저희가 해온 마케팅도 대부분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제품을 포장하는 일보다는, 이미 제품 안에 존재하는 효용을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품 내 장치를 설계하는 방향에 가까웠어요.

건축가의 습관이 마케터에게 방해가 될 때

물론 건축적 사고를 그대로 가져왔다가 은유가 깨진 지점도 있어요. 사소한 디테일을 지나치게 살리려 하는 습관은 버릴 필요가 있더라고요. 특히 실행이 느려지게 만든다는 지점에서요. 건축은 그 디테일의 한 끗 차이가 완성도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 꽤나 집착하곤 했는데, 마케팅에서는 모든 걸 준비하고 확신을 가지고 수행하려는 태도가 항상 마이너스를 만들더라고요. 이제는 문제 정의와 목표, 가설만 확실하면 냅다 부딪혀보려고 노력하게 됐어요. 위픽 인사이트 서클에 스피커로 참여하게 된 일 같은 것도 제가 달라져서 가능해진 부분인 것 같습니다.

소재 레퍼런스와 브랜드 모니터링이 필요할 때 스니핏을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 팀도 추가 구인 중이니까 주변에 추천해주시고 추천인 보상 받아가주세요.


건축가 시절 설계 노트에 그려두던 다이어그램은 8년 뒤 스니핏의 마케팅 다이어그램이 됐다. "같은 사람이 그리긴 했지만 전혀 다른 분야인데 비슷한 느낌이 나는 게, 어느 정도 통하는 분야인 것 같다"는 김 CCO의 말은, 결국 마케팅이 사람의 흐름을 설계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짚어준다.

다른 분야의 시선이 어떤 힘으로 마케팅을 다시 정의하고 있는지, 다음 vol.6의 무대는 당신의 우회로가 될 수도 있다.

이 글은 위픽 인사이트서클 Vol.5(2026.07.10)에서 진행된 위시스트 김은지 CCO의 「공간을 설계하던 건축가가, 마케터의 일하는 방식을 설계하기까지」행사 이후 진행한 서면 Q&A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발표 원본은 유튜브 영상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본문에 포함된 사례와 인사이트는 발표와 발표 자료 및 김은지님이 직접 전달한 서면 Q&A 답변을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다른 마케터들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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