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신사업을 담당하는 팀의 유일한 1인 마케터. 지난 위픽 인사이트서클 vol.5 무대에 오른 밀리의서재 이소현 마케터는 이 조건 안에서 AI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5분에 정리했다. 콘텐츠 마케팅, CRM부터 오프라인 커뮤니티 브랜딩까지 넘나드는 그의 실무는 이제 AI 없이 굴러가지 않는다. 다만 그가 무대에서 강조한 문장은 하나였다. "AI는 가속 페달이지 핸들이 아니다."

5분 발표와 이어진 서면 인터뷰의 내용을 그의 목소리 그대로 옮긴다.


밀리의서재 이소현 마케터의 딸깍 시대 생존법 | 위픽 인사이트서클 vol.5

안녕하세요, 이소현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AI로 모든 게 가능한 시대, 대 딸깍의 시대에 풀스택 마케터의 선택과 집중에 관련된 얘기를 하려고 나왔습니다.

저는 신사업 본부에서 세 가지 신사업을 하는 팀에서 1인 마케터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시죠. 그래서 혼자서 지금 고군분투를 하다 보니 AI한테 참 많이 의지를 하고, AI를 되게 무기로 사용을 하고 있어요.

오늘 내용을 보니까 GEO, AI 에이전트 같이 무기들이 되게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좀 한 걸음 물러나서 그 무기를 쥔 사람들이 그 무기를 어떻게 활용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합니다.

풀스택 마케터 시대가 왔습니다

제목에 풀스택 마케터라고 있었는데 풀스택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게 사실 마케팅 단어는 아니에요. 개발 용어인데, 프론트엔드나 백엔드 두 가지를 모두 다루는 개발자를 풀스택 개발자라고 하거든요.

근데 이제 AI가 업무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다 보니까 회사들이 마케터한테도 브랜딩, 퍼포먼스, 콘텐츠, CRM 같은 모든 분야의 마케팅을 모두 다 아울러서 하는 걸 좀 바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딸깍의 시대에 저희 마케터들이 점점 해야 할 범위가 늘어나고 있어요. 특히 제가 자동화를 돌려봤을 때 영상 카피 디자인 초안 같은 게 고퀄리티로 되게 잘 뽑혀요. 그래서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되나, 되게 진입 장벽도 낮아지고 이런 고민도 있는 것 같습니다.

클로드에게 네이밍을 통째로 맡긴 실패

가끔 제가 클로드를 많이 사용하는데, 클로드에 돌려보면 '어? 이거 내가 원하던 결과물이 아닌데' 라는 때가 좀 있더라고요. 그때를 좀 살펴보면 제가 그냥 무지성으로 "이거 만들어줘"라고 했을 때가 되게 많은 것 같아요.

가장 결정적인 실패는 신규 독서 커뮤니티 서비스의 네이밍 작업이었습니다. 브랜드 방향에 대한 정의 없이 이름 후보부터 뽑아달라고 했더니, 수십 개가 순식간에 나오긴 했는데 전부 어느 서비스에 붙여도 되는 무난한 이름들이었어요. 문제는 AI가 아니라, '우리다움'에 속하는 브랜딩을 먼저 문장으로 정의하지 않은 저였죠. 그때 브랜드의 방향을 정하는 일은 다시는 통째로 맡기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방향을 제가 먼저 문서로 정하고, AI에게는 그 안에서 선택지를 넓히는 일만 맡기고 있어요.

그래서 그때 마음가짐부터 좀 다르게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게 이겁니다. AI는 가속 페달이지 핸들이 아니다. 핸들을 주고 방향성을 잡는 건 마케터인 나다, 라는 생각으로 업무를 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제 AI한테 프롬프트를 시키기 전에 다섯 가지를 꼭 먼저 저에게 물어봐요. 이거를 내가 사업을 이해하고 있나. 프롬프트를 작성하기 전에 내가 사업을 이해하고 있는지부터 좀 간단하게 체크를 하고, AI를 이제는 약간 대행사처럼 쓰기로 했습니다.

AI에게 발주서를 씁니다 — 가장 못 채우는 칸은 '목적'

AI에게 발주서를 쓰고 있어요. 이건 제가 개인화한 거긴 한데, 여러분들도 본인의 사업이나 브랜드에 맞는 정형화된 발주서 프롬프트 템플릿을 만들어보신 다음에 그 발주서를 그대로 프롬프트에 끼워 넣는 작업을 하시면 되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해, 배경, 과업, 그리고 이런 내용들이 담긴 템플릿이에요. 그리고 마지막에 말하기 전에 "부족한 정보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라"라고 해야지, 얘가 저하고 더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위해서 고민을 하더라고요.

발주서 6칸 중에 마케터들이 가장 못 채우는 칸이 어디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요. 제 주변의 마케터는 '목적'을 가장 어려워 하더라고요. 나머지는 명확한 답이 있는 규격화된 내용들인데, 목적이나 움직일 숫자는 어떤 타겟을 얼만큼 움직여야겠다는 '마케터'의 명확한 목적의식에서 우러나와야 작성할 수 있는 내용들이거든요. 특히 요즘같이 AI가 모든 걸 작성해주는 시대에, 마케터 스스로 목적과 목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수립하고 그걸 머리 속에 떠올리고 있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저도 콘텐츠 제작 업무 때 타겟 고객과 목적을 명확히 하지 않았을 때 너무 평이한 내용으로 콘텐츠가 뽑혀 반응이 좋지 않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때 이후로 발주서 중 한 가지라도 제가 잘 이해하지 못할 경우 기획을 되짚어보는 습관을 갖게 되었어요.

AI한테 어떤 일을 맡겨야 되나 했을 때, 저는 여러 개의 후보 같은 걸 정말 다양하게 뽑아 놓는다든지, 아니면 정리·요약 같은 반복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AI에게 빠르고 다양하게 요청합니다. 그리고 저는 방향이나 전략, 그리고 '우리다움'이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관련된 부분에 좀 더 집중해서 진짜 마케터가 써야 될 머리를 쓰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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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들고 떠나기 좋은 공간'이 우리답지 않은 이유

'알아서 다 해줘'라고 던졌다가 그럴듯하지만 우리답지 않은 결과가 나온 사례도 있어요. 제휴 공간을 소개하는 멘트를 넣었다가 '책 한 권 들고 떠나기 좋은 공간'이라는 멘트가 결과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언뜻 보면 뭐가 문제지? 싶지만, 밀리의서재는 전자책 기반 서비스거든요. 태블릿, 핸드폰 안에 책이 수십만 권이 있는데, '책 한 권 들고 떠나기 좋은'이라는 단어는 밀리의서재의 장점을 어필하지 못하는 우리답지 않은 문구였던 거죠.

원인은 프롬프트에 있었어요. '독서하기 좋은 공간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문구를 작성해줘'라고 던진 프롬프트가 이런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발주서에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이라는 부분을 좀 더 명시했어야 하는 것이죠. 이런 작은 단어의 차이에도 고객분들의 반응이 달라지기 때문에, 마케터의 검증이 꼭 필요합니다.

반대로 AI가 오히려 저를 도와준 경험도 있어요. 이벤트 관련 콘텐츠를 만들 때 AI가 '이 콘텐츠로 00 고객이 최종적으로 했으면 하는 행동은 무엇인가요?'라고 되물었거든요. SNS 콘텐츠라서 좋아요, 공유 등 인게이지먼트에만 집중했었는데, 실제로 이 고객들이 앱에 들어와서 이벤트를 참여해야 유의미한 콘텐츠라는 점을 간과했던 겁니다. AI가 되물어서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고, 바로 원래 목적에 맞는 콘텐츠 카피로 변경할 수 있었어요. 가끔은 AI가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짚어줘서 더 '무기'처럼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3초 체크가 걸러준 아찔했던 순간

AI 결과물은 이 과정을 거치고 난 뒤에 세 가지 휴먼터치를 거쳐서 진짜 완성되는 결과물로 고객에게 나가는 방식을 좀 추천드리고 있어요.

그중에서 3초 체크가 아찔했던 순간이 있어요. 간단한 앱 푸시 문구를 여러 개 뽑아내다가 겪은 이야기입니다. 여러 후보를 작성하다 보니 가끔 존댓말과 반말이 섞여 나오기도 하는데요, 존댓말로 고객들과 소통하던 브랜드 방향성과 맞지 않는 문구를 최종 시안으로 채택하여 고객들께 나갈 뻔한 적이 있습니다. 검증 없이 나갔다면 '갑자기 반말이지?'라는 생각을 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그 외에 숫자, 최고·최저 등 최상급 표현들도 꼭 3초 체크로 마케터의 휴먼터치가 필요하다는 점 잊지 말아주세요. 'AI는 실수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이 괜히 AI 프롬프트 작성 칸 아래에 있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AI한테 어디까지 맡겨야 될지 고민이 될 때, 저는 두 가지 기준을 두고 있습니다. 하나, 우리다움을 정의하는 브랜드의 영역까지 침범하는가. 둘, 되돌릴 수 있는 롤백의 영역이 있는가. 브랜드 방향을 정하는 일이 실패했던 네이밍 경험이, 저에게 '무조건 내가' 칸을 알려준 계기가 되었어요.

AI 도입 후 '판단하는 시간'이 두 배가 됐습니다

솔직히 초반 한 달은 AI 돌리는 시간이나 적응하는 시간이 길어서 '이럴 시간에 내가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래도 이 시간 덕분에 어떤 걸 맡겨야 내 핵심 업무 시간이 확보되는지 학습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명확한 기준으로 레퍼런스, 여러 가지 후보 뽑기 등 반복·생산에 해당되는 내용들을 AI에 맡기다 보니, 도입 전보다 브랜드의 기초와 고객과의 소통을 생각하는 '판단하는 시간'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AI 결과물 검수에도 시간을 사용하고 있지만, 미리 정형화된 발주서에 브랜드의 방향과 타겟 고객을 정확히 명시하다 보니 그 시간도 초반 사용법을 몰랐던 때 대비 3분의 1로 감소해서 크게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는 않아요. AI가 뭘 대신해주는 시간이 아니라, 제가 사업과 고객을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준다는 감각이 지금은 훨씬 큽니다.

AI 시대의 주니어, 실행의 단위를 줄이세요

AI가 실행을 다 해주는 시대에 주니어가 판단력의 근거가 될 경험을 어떻게 쌓아야 하는지 자주 질문받아요. 저는 실행 경험 없이 판단력만 기르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판단력은 '해봤더니 이렇게 되더라'의 축적이니까요. 대신 실행의 단위를 줄이라고 권하고 싶어요. 카드뉴스 한 편이라도 기획부터 발행, 성과 확인까지 직접 해본 경험이 있어야 AI 결과물의 이상한 지점이 보이는 '눈'을 기를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연습을 추천드려요. 첫째, 중요한 프로젝트의 경우 AI의 손을 거치지 않고 내가 직접 만들어보고, AI의 결과물과 비교하는 연습이에요. 여기서 어떤 부분을 고치고, 어떤 부분을 내가 쥐어야 할지 보이게 됩니다. 둘째, 기존 데이터로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연습입니다. 마케터의 아이디어는 번뜩 떠오르는 게 아니라는 말, 주니어라면 선배들한테 한 번은 들어봤을 거예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고객의 반응이 없으면 성공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럴 때 가장 필요한 건 데이터를 반복해서 보고 또 보면서 어떤 게 우리 고객에게 반응이 좋았는지 인사이트를 쌓는 연습이에요.

그리고 지금 커리어를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마케팅 업무를 하다 보면 내가 재미있고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가 뭔지 마치 호그와트 모자처럼 점지받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를 놓치지 말고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분야의 마케팅을 깊게 판 뒤에, 점차 내 장점으로 다룰 수 있는 마케팅의 분야를 넓혀가세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퍼포먼스, 콘텐츠 한 분야만 파보세요, 브랜딩과 마케팅 중 하나만 해보세요"라고 조언했겠지만, 지금은 한 분야만 파다 보면 AI가 그 분야를 나보다 잘하게 되는 순간 대체되기 쉬운 시대가 왔어요. 그러니 나의 장점은 살리되, 모든 분야를 넓게 아우르고 그 분야를 넓히는 데 AI의 도움을 받는 스마트한 이 시대의 마케터가 되어서 AI와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나만 하는 사람은 대체될 수 있으나, 여러 분야에 걸쳐 업무를 수행하고 방향까지 만들어나가는 사람은 절대 대체될 수 없으니까요.

무기는 바뀌어도 방향성은 사람이

AI한테 대체될 거다라는 두려움 같은 건 모든 업무나 직무에 다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럴수록 저희가 AI를 더 잘 다루고, AI가 하지 못하는 사람의 영역에 더 전문화된 사람들이 앞으로 살아남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무기는 바뀌어도 핸들이라는 방향성은 꼭 사람이 갖고 있다, 이거 한 문장만 기억해 주시면 오늘 제 발표 다 들으신 걸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풀스택 마케터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 이소현 마케터가 무대와 인터뷰에서 남긴 한 문장, "AI는 가속 페달이지 핸들이 아니다"는 도구가 강해질수록 사람의 판단이 더 무거워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네이밍을 통째로 맡겼다가 배운 실패, '책 한 권 들고 떠나기 좋은 공간'이 우리답지 않았던 이유, 판단하는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난 실무 감각까지. 각자의 책상 위에도 발주서와 3초 체크의 습관이 자리 잡을 수 있길.

다음 vol.6의 무대는 당신이 지금 쓰고 있는 그 발주서일 수도 있다.

이 글은 위픽 인사이트서클 Vol.5(2026.07.10)에서 진행된 밀리의서재 이소현 마케터의 「AI 시대, 풀스택 마케터가 갖춰야 할 선택과 집중 노하우」행사 이후 진행한 서면 Q&A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발표 원본은 유튜브 영상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본문에 포함된 사례와 인사이트는 발표와 발표 자료 및 이소현님이 직접 전달한 서면 Q&A 답변을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다른 마케터들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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