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등장한 뒤 대시보드를 만드는 일은 훨씬 쉬워졌습니다. 예전에는 대시보드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AI에게 필요한 지표와 형태를 설명하면 몇 분 안에 초안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만드는 일이 쉬워질수록 오히려 고민도 하나 생겼습니다. 화면에 더 많은 지표를 넣고, 더 많은 차트를 배치하는 일이 너무 쉬워졌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이제 누구나 좋은 대시보드를 만들 수 있게 된 걸까요?
AI는 원하는 형태의 화면을 빠르게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대시보드를 만드는 일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화면을 만드는 일과, 무엇을 보여줄지 결정하는 일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여러 브랜드의 대시보드를 보다 보면 같은 형태의 화면이 모든 브랜드에 맞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같은 지표를 보더라도 필요한 질문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신규 고객 확보가 중요한 브랜드와 재고를 빠르게 소진해야 하는 브랜드는 같은 데이터를 보더라도 먼저 확인해야 하는 지표가 다릅니다. 브랜드 캠페인을 운영하는 조직이라면 매출보다 검색량이나 브랜드 언급량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더 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소재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팀이라면 매체별 성과보다 메시지별 성과가 먼저 보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대시보드를 설계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이 화면을 보는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무엇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일입니다. 결국 어떤 지표를 먼저 보여줄지는 브랜드가 해결하려는 문제에 따라 달라집니다.
좋은 대시보드에 정답은 없습니다. 모든 브랜드가 같은 KPI를 첫 화면에 둘 필요도 없고, 같은 순서로 데이터를 볼 이유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어떤 순서로 데이터를 읽고 다음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됐는지입니다. 다시 말해, 무엇을 넣을지가 아니라 무엇을 과감하게 덜어낼지를 결정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대시보드는 데이터를 정리하는 화면이라기보다,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을 설계하는 화면에 가깝습니다.
AI는 이런 화면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하는지, 어떤 숫자를 가장 앞에 두어야 하는지, 무엇을 과감히 뒤로 보내야 하는지까지 대신 결정해주지는 않습니다. 그 판단은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앞으로는 대시보드를 만드는 기술보다, 브랜드와 산업을 이해하고 무엇을 보여줄지,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지를 설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AI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되겠지만,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무엇을 먼저 고민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사람이 결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AI를 잘 쓰는 방법만큼, 어떻게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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