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상품을 이렇게 잘 추천해 주는데, 왜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안 살까요?' 커머스 담당자라면 한 번쯤 부딪히는 질문입니다. 최근 미국 성인 100명을 대상으로 한 쇼핑 사용성 연구가 이 질문에 꽤 선명한 답을 줬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AI 검색은 쇼핑 정보를 아주 잘 요약해 주지만 소비자는 그 답변을 보고 곧바로 지갑을 열지 않았습니다. 이 간극을 이해하는 게 커머스 GEO의 출발점입니다. 데이터가 무엇을 말하는지, 그리고 우리 브랜드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질문에 하나씩 답해 보겠습니다.
실험 데이터는 뭘 보여줬나요?
만족도는 높은데 구매 전환은 낮다는 간극을 보여줬습니다. 이 연구는 18세부터 75세까지 성인 100명을 설문하고 그중 23명을 1대1로 인터뷰했습니다. 각 참가자는 다섯 가지 검색 과제를 수행했고, 그중 하나가 '아이에게 가장 건강한 아침 시리얼 찾기'라는 쇼핑 의도가 뚜렷한 과제였습니다. 수치를 뜯어보면 장면이 선명해집니다. AI Mode 옵션이 화면에 뜬 비율은 33%였지만 실제로 그걸 택한 사람은 2%뿐이었고, 써 본 경우에도 평균 체류 시간은 33초로 짧았습니다. 요약 답변에는 47%가 관여했고 그중 76.6%가 내용을 펼쳐 봤지만, 요약 안 링크를 클릭한 비율은 20%에 머물렀습니다. 반면 과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4.05로 꽤 높았습니다. 소비자는 AI가 정리해 준 내용에 만족하면서도, 그 자리에서 사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인터뷰에서 여러 명이 '매장에서 직접 비교하고 사겠다'고 답했습니다. 종합 정보는 AI에서 얻되 최종 판단은 오프라인이나 익숙한 몰에서 하겠다는 태도인데요. 정보 탐색과 구매 결정 사이에 이렇게 큰 간극이 있다는 점이 지금 AI 쇼핑의 현재를 가장 정확히 보여줍니다.
소비자는 AI 쇼핑의 무엇을 믿고, 무엇을 안 믿었나요?
정보의 양과 투명성에서 신뢰가 갈렸습니다. 소비자가 가장 답답해한 건 두 가지였는데요. 하나는 브랜드명이 나오기까지 스크롤이 너무 길다는 것, 다른 하나는 노출되는 상품이 5개 안팎뿐이라 비교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참가자는 특정 브랜드가 계속 먼저 뜨는 걸 보고 'SEO로 밀어 넣은 것 아니냐'며 편향을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돈이 오가는 쇼핑일수록 소비자는 답변의 공정성을 예민하게 따진다는 신호입니다. 반대로 신뢰를 얻은 콘텐츠는 분명했습니다. 여러 출처를 묶어 '왜 이걸 골라야 하는지'를 근거와 함께 설명해 주는 콘텐츠였고, 한 참가자는 오히려 AI Mode가 전통적인 구글 결과보다 덜 편향돼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검색 방식도 힌트가 됩니다. 질문형 문장으로 검색한 사람은 9%뿐이었고, 대다수는 '시리얼'에 '단백질 함유', '유기농', '아이 친화적' 같은 조건을 덧붙였습니다. 소비자는 여러 조건을 조합하며 탐색하고, AI는 그 조합에 맞춰 후보를 다시 추립니다.
그럼 커머스 브랜드는 뭘 준비해야 하나요?
AI에 인용되는 건 상품페이지가 아니라 '판단을 돕는 콘텐츠'라는 걸 먼저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오랭크가 한 건강식품 온라인몰과 일할 때, 처음 두 달간 상품명과 가격을 아무리 촘촘히 넣어도 AI 답변에는 상품이 거의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AI가 참고한 건 '성분 비교'와 '누가 먹으면 좋은지'를 정리한 제3의 콘텐츠였거든요. 방향을 바꿔 판단형 콘텐츠를 석 달간 쌓자 관련 쇼핑 질문 노출이 처음 대비 3배 안팎으로 올랐습니다. 실행은 네 가지로 압축됩니다. 첫째, 성분과 가격, 상황별 적합도를 표로 정리해 AI가 그대로 인용하기 좋게 만듭니다. 둘째, '어떤 사람에게 맞는지'를 문장으로 명시해 세분화된 쇼핑 질문에 걸리게 합니다. 셋째, 판매자 주장 대신 검증된 후기와 경험 신호로 편향 의심을 넘습니다. 단점까지 정직하게 밝힌 비교일수록 인용 성적이 좋았습니다. 넷째, 성과를 클릭이 아니라 인용 횟수와 브랜드 검색량 같은 지연 전환 지표로 봅니다.
노출이 곧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왜 해야 하나요?
첫 후보군에 드는 것 자체가 다음 매출의 씨앗이기 때문입니다. 앞의 온라인몰 사례에서도 AI 답변에 노출된 뒤 그 자리에서 바로 산 사람은 적었고, 대부분은 브랜드명을 기억한 뒤 나중에 다른 경로로 구매했습니다. 클릭 수만 보면 이 지연 전환이 통째로 사라져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후 쇼핑 여정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승부처가 옮겨간 것도 기억해야 합니다. 전통 쇼핑 검색에서는 수십 개 상품이 링크로 늘어서고 순위 싸움이 전부였지만, AI 쇼핑에서는 화면에 뜨는 후보가 5개 안팎으로 줄고 '그 좁은 후보군에 인용되느냐'가 승부입니다. 후보가 적다는 건 진입만 하면 노출 밀도가 높다는 뜻이고, 못 들면 소비자 기억에 아예 남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먼저 언급되는 브랜드가 유리하니, 첫 추천 자리를 선점하는 게 이 좁은 싸움의 핵심입니다. AI 쇼핑은 아직 구매를 완결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우리 브랜드가 있느냐가 결국 다음 분기의 매출을 가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