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2025년 12월 19일부터 연초 2026년 1월 3일까지 16일간,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일대(강남아이즈)에서는 17기의 대형 LED가 동기화되며 크리스마스 미디어아트 '해치의 빛 선물'부터 시민 참여형 콘텐츠 '메모리월', '비주얼월', '럭키 QR', '스탬프 투어', 신년 미디어아트 '플레이 판타지 2026'까지 총 6개 프로그램이 순차적으로 펼쳐졌다. 핵심은 하나다. 옥외광고를 '보여주는 것'에서 '함께 만드는 것'으로 바꾸자, 통행로에 불과했던 삼성역 사거리가 '내 모습과 내 메시지가 도심 전광판에 뜨길 기다리는 공간'으로 재정의됐다는 점이다. 이 글은 각 프로그램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 그리고 왜 이런 구조가 참여를 끌어냈는지를 사례 중심으로 뜯어본다.

강남아이즈란 무엇인가: 규제 완화가 만든 미디어 캔버스

강남아이즈(Gangnam Eyes)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일대(약 7만 8,400㎡)를 가리키는 브랜드명으로, 강남구청이 2025년 10월 1일 공식 선포했다. 이 지역은 2016년 12월 국내 최초로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자유표시구역이란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법에 따라 광고물의 총량·형태·색채 규제를 대폭 완화해, 대형 LED와 미디어아트 같은 실험적 옥외광고를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한 특별구역을 말한다.

현재 강남아이즈 권역에는 4개 건물, 7개소에 걸쳐 대형 LED 화면 19기가 운영되고 있다. 다만 이 실험이 강남만의 것은 아니다. 2025년 9월에는 명동·광화문 등이 '제2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추가 지정되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즉 삼성역 일대는 '국내 최초'로 지정된 자유표시구역이지 더 이상 유일한 사례는 아니며, 앞으로는 도심 곳곳의 자유표시구역이 참여형 콘텐츠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구분

내용

브랜드명

강남아이즈(Gangnam Eyes)

지정 시점

2016년 12월 (국내 최초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브랜드 선포

2025년 10월 1일

권역 면적

약 7만 8,400㎡

미디어 규모

4개 건물·7개소, 대형 LED 19기

참고

2025년 9월 명동·광화문 등 제2기 자유표시구역 추가 지정


2025 강남 미디어 윈터페스타 한눈에 보기

강남구청(구청장 조성명)이 주최한 '2025 강남 미디어 윈터페스타'는 삼성역 5·6번 출구 앞 G20 광장과 K-POP 광장 일대에서 12월 19일부터 이듬해 1월 3일까지 열렸다. 12월 22일 공식 점등식을 기점으로 이 일대 17기의 대형 LED가 동기화되며 삼성역 사거리 전체가 하나의 시즌 테마파크로 전환됐다.

콘텐츠는 시기별로 나뉘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서울시 캐릭터 해치를 활용한 미디어아트쇼 '해치의 빛 선물'이 12월 25일까지 하루 14회 상영됐고, 이후 12월 26일부터 1월 3일까지는 신년 테마쇼 '플레이 판타지 2026'이 이어졌다. 여기에 코엑스 아티움 외벽의 곡면 대형 사이니지(가로 80.9m, 높이 20.1m)와 파르나스 미디어타워를 포함한 인근 3개 건물의 사이니지 16기가 추가로 동원되며, 분절된 개별 전광판 광고가 아니라 삼성역 사거리 시야 전체를 장악하는 공간 연출이 완성됐다.

6개 프로그램으로 보는 참여형 DOOH 라인업

페스타는 단일 콘텐츠가 아니라, 성격이 다른 6개 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배치해 서로 다른 참여 동기를 자극하는 구조였다.

1. HECHI'S GIFT OF LIGHT — 크리스마스 미디어아트 오프닝

서울시 공식 캐릭터 '해치'가 루돌프, 산타와 함께 등장해 한국식 크리스마스의 특별함을 조명하는 미디어아트로, 12월 25일까지 하루 14회 상영됐다. 코엑스 아티움 대형 곡면 스크린을 가득 채운 크리스마스 선물 박스와 트리 이미지가 삼성역 사거리 전체의 시선을 오프닝 단계에서부터 붙잡는 역할을 했다.

2. VISUAL WALL — 내 몸이 빛의 파티클로 바뀌는 순간

적외선 센서로 관람객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그 형상을 대형 LED 위에 빛의 파티클(입자)로 합성해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화면 속에는 실제 자신의 실루엣이 날개를 펼친 듯한 빛의 형상으로 변환되어 나타난다. 다른 프로그램이 '메시지'로 참여를 유도했다면, 비주얼월은 '몸짓'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3. MEMORY WALL — 내 메시지가 도심 전광판에 뜨는 순간

현장 QR코드를 스캔해 직접 작성한 메시지를 입력하면, 그 메시지가 삼성역 사거리 대형 LED에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프로그램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인사말, 크리스마스 축하 메시지, 특정 대상에게 남기는 짧은 글 등 형식은 자유로웠고, 화면에는 여러 사람의 메시지가 말풍선 형태로 동시에 떠올랐다. 6개 프로그램 중 가장 주목받은 것도 이 메모리월인데, '내가 쓴 문장이 랜드마크급 공간의 대형 화면에 걸린다'는 상징적 보상이 참여 동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자극했기 때문이다.

4. LUCKY QR — 참여를 게임처럼 만드는 디지털 확률형 콘텐츠

행사장 곳곳에 배치된 QR코드를 스캔하면 '복주머니 뽑기' 웹페이지로 연결되는 프로그램이다. 신년을 앞두고 복주머니를 뽑는 듯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해, 오프라인 참여를 온라인 페이지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도입부 역할을 했다.

5. STAMP TOUR — 체류 시간을 늘리는 아날로그 수집 메커니즘

광장 곳곳, '빛의 하모니'로 불리는 조형물들에 배치된 스탬프를 찾아 하나씩 찍으면 레이어가 쌓이며 카드 위에 트리 이미지가 완성되는 프로그램이다. 디지털 콘텐츠 일색인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손으로 직접 도장을 찍는 아날로그 경험을 배치해, 참가자가 광장 곳곳을 걸어 다니며 여러 조형물을 순회하도록 동선을 설계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6. PLAY FANTASY 2026 — 병오년을 여는 신년 미디어아트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난 12월 26일부터 1월 3일까지 이어진 신년 테마쇼로, 2026년 병오년(붉은 말의 해)을 '성장하는 말'이라는 이미지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다. 한옥 처마 형태의 대형 스크린에 복(福) 주머니를 멘 붉은 말 캐릭터가 등장하고, 인근 사이니지에는 하늘로 날아오르는 이미지가 이어지며 새해의 시작을 상징적으로 연출했다.

6개 프로그램이 함께 작동하는 방식

이 라인업을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개별 이벤트처럼 보이지만, 함께 놓고 보면 하나의 퍼널로 읽힌다.
해치의 빛 선물과 플레이 판타지 2026이 미디어아트로 시선을 붙잡아 '멈춰서게' 만들고, 비주얼월과 메모리월이 참여를 유도해 '머무르게' 만들며, 럭키 QR과 스탬프 투어가 광장 곳곳을 걸어 다니도록 동선을 넓혀 '체류 시간을 늘리는' 구조다. 그리고 이 모든 참여의 순간은 촬영해 SNS에 공유하고 싶은 인증샷 포인트로 이어진다. 즉 각 프로그램은 독립적으로도 기능하지만, 전체로는 '시선 장악 → 참여 유도 → 체류 확장 → 자발적 확산'이라는 하나의 흐름을 완성하도록 설계돼 있다.

메모리월과 비주얼월이 특히 효과적이었던 이유는 두 가지 심리적 메커니즘 때문이다.
첫째, 자기표현과 인증 욕구를 정확히 겨냥했다.
자신이 쓴 문장이나 자신의 움직임이 도심 한복판 대형 LED에 나타나는 경험은 개인 SNS 게시물보다 훨씬 큰 심리적 보상을 준다.

둘째, 공간의 기능 자체를 바꿨다. 삼성역 사거리는 원래 유동인구가 스쳐 지나가는 통행로였지만, '내 메시지나 내 모습이 언제 뜨는지 기다리는 공간'으로 재정의되면서 체류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났고, 그 기다림과 노출의 순간을 촬영해 공유하는 행동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면서 별도의 광고 집행 없이 온라인으로 2차 확산됐다.

왜 이 캠페인이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가

이 변화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하나는 자유표시구역이라는 제도적 기반으로, 광고 총량·형태 규제가 완화된 덕분에 QR 인터랙션, 적외선 센서 기반 인터랙티브 아트, 다중 매체 동기화 같은 실험적 연출이 승인 절차 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서로 다른 매체를 하나의 연출로 묶어낸 동기화 기술이다.

올해는 코엑스 아티움·파르나스 미디어타워 운영을 맡은 CJ CGV의 매체와, 그 밖의 강남아이즈 권역 사이니지가 함께 동시송출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즉 한 사업자의 매체 안에서만 완결되는 연출이 아니라, '코엑스·파르나스타워(CJ CGV 운영)'와 '강남아이즈(권역 전체)'라는 서로 다른 주체의 화면이 동일한 타이밍에 맞춰 함께 움직였다는 점이 이번 페스타의 기술적 성과다.

개별 매체의 광고 판매를 넘어 '공간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파는' 방향으로 옥외광고 비즈니스 모델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매체 간 동시송출 체계는 앞으로의 캠페인 스케일을 가늠하는 변수이기도 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짚어야 한다. 강남아이즈는 더 이상 유일한 자유표시구역이 아니다. 2025년 9월 명동·광화문이 제2기 자유표시구역으로 추가 지정되면서, 앞으로는 '누가 더 큰 화면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다양한 참여 동기를 설계했는가'가 도심 DOOH 경쟁의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참고 자료

2025 강남 미디어 윈터페스타 현장 영상 캡션(HECHI'S GIFT OF LIGHT, VISUAL WALL, MEMORY WALL, LUCKY QR, STAMP TOUR, PLAY FANTASY 2026 공식 설명 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