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범용 AI에게 경쟁 PT나 입찰 제안서를 작성하라고 시키면 의도한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까요? 앞부분 몇 장은 뭔가 정리된 것처럼 보이는데, 어느 지점부터는 전략 방향이 아니라 이런 저런 실행방안이 이어집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아이디어를 쏟아내기도 합니다. 실행 플랜을 제안하는 자리에서 프레젠테이션할 자료라면 시간과 공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경쟁 PT용 제안서, 특히 우리 회사가 왜 이런 메시지를 들고 나왔는지, 왜 이런 크리에이티브를 제시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제안은 본질적으로 주장이고, 주장이 설득력을 갖추려면 논리적 구조를 갖춰야 합니다. 우리는 AI가 내놓는 답변을 보고 그것을 '글'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 답변은 글이 아닙니다. 범용 AI가 논리적 연결 구조를 갖추고 결론(우리가 제시하는 핵심 메시지)으로 귀결되는 제안서 앞단(전략 파트)를 작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이것 때문입니다. 단, 이는 복잡한 기술적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서 깊이 다루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제안서 앞단이 아닌, 실행 플랜과 매체 계획과 KPI를 범용 AI가 답변으로 내놓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게 AI 입장에서는 쉽기 때문입니다. 텍스트로 만들어진 거의 모든 정보를 다 학습한 AI는 모르는 게 없습니다. 세상 모든 지식을 다 알고 있는 천재의 뇌처럼, 우리가 프론트엔드로 만나는 AI의 백엔드인 LLM은 그 자체가 거대한 정보원입니다. 그래서 AI는 거의 모든 요청에 답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그게 SNS 활용 방안이든, 셀럽과 오프라인 이벤트를 활용한 아이디어든 꺼내놓지 못할 게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실행 플랜이 분량을 채우기 쉽기 때문입니다. AI 입장에서 아이디어는 열 개든 스무 개든 뽑아내기 쉽습니다. 이미 학습한 텍스트의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거기서 수십 장 분량의 아이디어를 꺼내는 건 너무 쉬운 일입니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는 충분히 많은 양의 문서를 손에 쥐게 되지만, 정작 필요한 제안서의 앞단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경쟁 PT 제안서의 앞단 작성에 범용 AI를 사용하는 것은 좋은 선택지가 아닙니다. AI가 경쟁 PT 제안서의 앞단을 만들게 하려면, 구조적 정합성을 갖춘 정교한 설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설계 없는 고성능 엔진만으로는 주행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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