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내가 원했던 건 단순했다. 고객을 만나고 싶었다.

렌탈 상담을 하는 입장에서 아무리 좋은 조건과 제품을 알고 있어도, 고객이 나를 모르면 상담 자체가 시작되지 않는다.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제품 하나를 정해서 특징을 정리하고,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적었다. 누군가 검색하다 내 글을 보고 문의 한 번 해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글을 하나둘 쌓다 보니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다.

고객 한 명에게 설명했던 내용이 콘텐츠가 됐다

상담을 하다 보면 비슷한 질문이 계속 나온다.

“렌탈과 일시불 중 뭐가 더 나아요?” “약정이 끝나면 제품은 제 것이 되나요?” “제휴카드는 꼭 써야 하나요?” “타사 제품을 쓰고 있는데 혜택을 받을 수 있나요?”

처음에는 매번 한 사람에게 답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 한 번 제대로 정리해서 올려두면 여러 사람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때부터 상담 내용이 글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고객에게 설명했던 한 문장이 블로그 글이 되고, 질문 하나가 새로운 콘텐츠가 되고, 반복해서 받는 문의가 다음 주제가 됐다.

콘텐츠의 소재를 억지로 찾을 필요도 없었다.

현장에서 계속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검색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영업

전통적인 영업은 내가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사람을 만나야 한다.

하지만 콘텐츠는 조금 달랐다.

글을 써놓으면 내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검색한다.

그리고 검색 결과에서 내 글을 발견한다.

그 사람이 글을 읽고 도움이 됐다고 느끼면 다음 글도 보고, 프로필도 보고, 경우에 따라 상담까지 찾아온다.

나는 이 과정이 꽤 재미있었다.

누군가에게 상품을 권하기 전에 정보를 찾고 있는 사람이 먼저 나를 발견하게 만드는 것.

이게 내가 경험한 콘텐츠 마케팅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조회수 10짜리 글도 의미가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사람들이 많이 봐준 것은 아니다.

열심히 쓴 글의 조회수가 10도 안 나올 때도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허무했다.

시간을 들여 글을 썼는데 아무도 안 보면 실패한 콘텐츠 같았다.

그런데 계속 쓰다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콘텐츠는 게시한 당일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오늘 조회수 5인 글이 몇 주 뒤 검색될 수도 있고, 예전에 써놓은 글이 갑자기 누군가의 질문에 정확히 답해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콘텐츠를 하나의 게시물이 아니라 쌓이는 자산으로 보기 시작했다.

10개의 글이 있을 때와 100개의 글이 있을 때 사람이 나를 발견할 가능성은 분명히 달랐다.

블로그에서 시작했는데 채널이 늘어났다

블로그를 쓰다 보니 다른 것도 해보고 싶어졌다.

질문에 직접 답하는 콘텐츠도 만들고, 짧은 영상도 만들어보고, 마케팅과 콘텐츠에 관한 글도 쓰기 시작했다.

플랫폼마다 방식은 달랐다.

블로그에서는 검색을 생각해야 했고, 짧은 영상에서는 첫 몇 초가 중요했고, 칼럼에서는 제품보다 경험과 생각을 더 많이 담아야 했다.

그런데 한 가지는 같았다.

계속 콘텐츠를 만들수록 ‘무엇을 파는 사람’보다 ‘무엇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생긴다는 것.

이 변화가 꽤 컸다.

결국 제품보다 사람이 남았다

처음에는 제품을 알리기 위해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반대가 됐다.

제품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어떤 기준으로 설명하는 사람인지, 어떤 질문을 중요하게 보는지, 어떤 방식으로 고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지가 함께 쌓였다.

상품은 계속 바뀐다.

새 제품이 나오고 가격도 달라지고 프로모션도 달라진다.

하지만 그동안 만든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사람의 이미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그걸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거창한 로고나 멋진 슬로건부터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같은 주제로 꾸준히 이야기하고,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고, 자신만의 관점을 계속 보여주는 것.

그게 개인이 만들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브랜드 아닐까.

영업을 하려다 콘텐츠를 좋아하게 됐다

재미있는 건 지금이다.

처음에는 고객을 만나기 위해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이제는 콘텐츠 만드는 일 자체가 재미있다.

다음에는 어떤 질문을 글로 만들지, 어떤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지, 오늘 경험한 일을 어떤 관점으로 풀어낼지 생각한다.

영업을 시작하려고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또 다른 일이 생겼다.

그리고 아직 어디까지 갈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콘텐츠는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계속 남는다.

오늘 쓴 글 하나가 내일 바로 고객을 데려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 글은 사라지지 않는다.

글 하나, 영상 하나, 답변 하나.

그 작은 기록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들은 제품 이름보다 먼저 그 콘텐츠를 만든 사람을 기억하기 시작한다.

나는 지금도 그 과정을 실험하고 있다.

영업하려고 시작한 콘텐츠가 어디까지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