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가장 자주 했던 생각은 하나였다.

“이게 돈이 되긴 할까?”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누군가의 질문에 답변하고, 새로운 소재가 떠오르면 다시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런데 통장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조회수가 크게 터지는 것도 아니었고, 광고비를 받는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 먼저 일을 맡겨오는 것도 아니었다.

숫자만 보면 효율이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 일을 계속하다 보니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돈이 되지 않았던 콘텐츠가 어느 순간부터 나를 설명하는 자료가 되고 있었다.

“할 수 있습니다”보다 강한 말

콘텐츠 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건 어렵지 않다.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습니다.”

“꾸준히 운영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말할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래서 뭘 만들어봤나요?”

이 질문을 받는 순간 말보다 결과물이 중요해진다.

그때 내가 이미 만들어놓은 글들이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블로그 글 하나, 질문에 답변했던 기록 하나, 외부 플랫폼에 기고한 콘텐츠 하나.

처음 만들 당시에는 포트폴리오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포트폴리오가 됐다.

내가 “콘텐츠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이미 콘텐츠가 대신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는 만들려고 만드는 것만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포트폴리오를 별도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프로젝트를 끝낸 뒤 보기 좋게 정리해서 만드는 자료.

그런데 콘텐츠를 계속 만들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포트폴리오는 나중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과정에서 계속 쌓이는 것에 가까웠다.

하나의 글을 쓰면서 제목을 고민하고, 사람들이 어떤 부분에서 반응하는지 확인하고, 다음 콘텐츠에서 표현 방식을 바꿨다.

조회수가 낮은 콘텐츠도 있었다.

별다른 반응 없이 묻힌 글도 많았다.

그런 콘텐츠 역시 쓸모없지는 않았다.

무엇이 반응하지 않는지 알게 됐기 때문이다.

잘된 콘텐츠만 경험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돈보다 먼저 생기는 것이 있었다

콘텐츠를 만들면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수익을 떠올린다.

광고 수익, 제휴 수익, 판매 수익.

당연히 중요한 부분이다.

나 역시 콘텐츠를 만들면서 수익을 생각한다.

다만 계속 만들어보니 수익보다 먼저 생기는 것이 있었다.

신뢰와 증거다.

누군가 내 이름을 검색했을 때 내가 만든 글이 나오고, 내가 어떤 주제를 다루는지 확인할 수 있고,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는지도 알 수 있다.

이런 흔적이 쌓이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처음부터 나를 설명할 필요가 줄어든다.

콘텐츠가 일종의 사전 설명서가 되는 셈이다.

그리고 이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이 경력이 되기 시작했다

조금씩 외부 플랫폼에 글을 보내기 시작했다.

필진에도 지원했고, 다른 채널에 콘텐츠를 제안하기도 했다.

예전이었다면 자기소개부터 길게 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콘텐츠가 쌓인 뒤에는 달랐다.

내가 만든 글을 보여주면 됐다.

“저는 이런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말 한마디와 링크 몇 개면 내가 해온 일을 보여줄 수 있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처음에는 돈도 받지 않았던 일이 어느 순간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자료가 되기 시작했다.

그때 한 가지를 확실히 알게 됐다.

돈이 안 되는 콘텐츠와 쓸모없는 콘텐츠는 같은 말이 아니었다.

콘텐츠는 수익이 아니라 ‘증거’를 먼저 만든다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하면 너무 빨리 결과를 확인하려는 경우가 많다.

조회수는 얼마나 나왔는지.

팔로워가 얼마나 늘었는지.

얼마를 벌었는지.

하지만 콘텐츠의 효과는 항상 바로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다.

오늘 쓴 글 한 편이 다음 달에 검색될 수도 있고, 몇 달 전에 만든 콘텐츠가 누군가에게 나를 알리는 첫 번째 접점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여러 개의 콘텐츠가 쌓이면 그것 자체가 하나의 경력이 된다.

특히 개인이 자신의 전문성을 보여줘야 하는 시대에는 더 그렇다.

말로 설명하는 전문성보다 검색해서 확인할 수 있는 전문성이 훨씬 빠르게 신뢰를 만든다.

아직 성공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콘텐츠만 계속 만들면 언젠가 무조건 성공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도 반응이 없는 날이 있다.

시간을 많이 들였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나 역시 아직 진행 중이다.

어떤 콘텐츠가 기회가 될지 모르고, 지금 쌓고 있는 것들이 어디로 이어질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은 있다.

예전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기회를 기다렸다.

지금은 기회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무엇인가를 남긴다.

글 하나를 남기고, 경험 하나를 기록하고, 또 하나의 결과물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들이 조금씩 나 대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은 콘텐츠를 만들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지금 만들고 있는 콘텐츠는 돈이 안 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아직 돈이 되기 전의 포트폴리오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