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사람을 움직이는 방법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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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사
- 조아란 민음사 콘텐츠기획팀장
- 세션
- 콘텐츠가 곧 채널이 되는 법: 출판사가 유튜브를 선택한 이유
- 일시
- 2026년 9월 1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그랜드볼룸
- 우리 브랜드 채널의 역할과 KPI를 콘텐츠팀, 경영진, 유관부서가 같은 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나요?
- 제품 소개를 빼도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할 우리 회사만의 사람, 일하는 과정과 관점이 있나요?
- 지금 집행 중인 광고가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지, 콘텐츠로는 무엇을 얻고 싶은지 말할 수 있나요?
브랜드 채널을 운영하다 보면 제품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신제품이 나오면 소개하고, 프로모션이 시작되면 알리고, 이번에 꼭 전달해야 할 메시지를 콘텐츠에 넣어요. 회사가 운영하는 채널이니 제품과 매출을 생각하는 건 당연하죠.
그런데 모든 콘텐츠가 제품을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 사람들이 그 채널을 계속 찾아올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 제품을 살 계획이 없는 사람도 다음 콘텐츠를 기다릴까요?
지난 9월 15일 열린 E-마케팅 인사이트 서밋 2026(EMIS 2026)에서 조아란 민음사 콘텐츠기획팀장은 ‘콘텐츠가 곧 채널이 되는 법: 출판사가 유튜브를 선택한 이유’를 주제로 민음사TV의 지난 7년을 소개했습니다. 민음사TV는 2019년 독자와 계속 만날 수 있는 자체 채널을 만들기 위해 시작했고, 행사 당일 구독자 56만 7,493명을 기록하며 57만 명을 앞두고 있었어요.
민음사는 처음부터 두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책을 광고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꽤 과감한 선택인데요.
민음사는 책을 덜 이야기하는 대신, 사람들이 민음사를 계속 볼 이유를 만드는 데 먼저 집중했습니다.
1. 출판사 유튜브인데, 책 광고를 안 한다고?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민음사는 한 해 약 200종의 책을 새롭게 출간하는 종합출판사입니다. 책마다 장르가 다르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다릅니다.
브랜드 마케팅에는 하나의 메시지로 일관되게 소통하라는 오래된 공식이 있는데요. 매년 200종이 쏟아지는 회사에서는 그 공식이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소설과 인문서와 에세이를 한 문장으로 묶기는 어렵죠.
그렇다면 신간이 나올 때마다 한 권씩 소개하는 방법이 남습니다. 콘텐츠는 계속 만들 수 있죠. 다만 그건 각 책에 관심 있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지, 채널을 구독할 사람을 만드는 일은 아닙니다. 오늘 소설 영상을 본 사람이 다음 주 인문서 영상까지 볼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민음사는 책을 더 잘 홍보할 방법을 찾는 대신, 책이라는 상품을 빼고도 무엇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상품을 빼고 나면 회사에 남는 건 사람입니다. 조아란 팀장은 민음사를 ‘책을 만들고 파는 곳’이 아니라 ‘책을 만들고 파는 사람들이 일하는 회사’로 다시 봤다고 설명했어요. 이 관점이 민음사TV 콘텐츠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관점을 바꾸자 꼭 신간이 있어야 영상을 만들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편집자가 요즘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직원들은 어떤 물건을 좋아하는지,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책을 만들면서 어떤 선택과 실수를 했는지도 콘텐츠가 될 수 있었어요.
민음사TV의 ‘문화생활비 언박싱’이 대표적입니다. 민음사 직원들이 회사에서 받은 문화생활비로 산 물건과 각자의 취향을 이야기해요. 출판사 채널인데 책이 중심에 등장하지 않는 회차도 있습니다.
물건과 직장인의 취향이 궁금해서 들어온 사람이 영상을 보다 보면 “민음사에는 이런 사람들이 일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죠. 기존에 민음사 책을 읽지 않던 사람도 브랜드와 만날 수 있는 입구가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여기서 가져갈 포인트는 ‘책을 보여주지 말자’가 아닙니다. 제품이 콘텐츠의 유일한 출발점일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우리 조직 안에는 제품 외에도 고객이 궁금해할 사람과 전문성, 일하는 과정과 취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품만 콘텐츠로 보면, 그 제품이 없을 때 할 이야기도 없습니다. 반대로 우리 회사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일하는지까지 보면 만들 수 있는 콘텐츠도 늘어납니다.
2. 책 대신 ‘책 만드는 사람’을 보여준 이유
민음사TV는 직원들의 회사 생활도 콘텐츠로 만들었습니다. 직원의 일상과 실수담, 서로의 관계를 보여주면서 민음사 책을 잘 몰랐던 사람까지 채널로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조아란 팀장은 어떤 Gen Z 시청자가 자신의 유튜브 구독 목록에서 민음사TV를 ‘교양’이 아니라 ‘예능’으로 분류해뒀다는 이야기도 소개했습니다.
예능처럼 보고 웃다가도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회사에는 어떤 사람들이 일하는지, 이 책은 누가 왜 만들었는지요. 민음사가 노린 지점이 여기입니다.
조아란 팀장은 세상에 이미 잘 만든 상품이 너무 많기 때문에, 상품이 얼마나 멋진지만 설명해서는 관심을 얻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대신 누가 만들었는지,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처럼 사람의 관점과 비하인드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어요.
회의하는 장면이나 디자이너의 작업 과정을 담은 비하인드 콘텐츠도 같은 생각에서 나왔어요. 독자가 궁금해하는 건 완성된 책의 반짝임이 아니라 누구의 손을 거쳐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가라고 봤습니다.
책을 정면으로 다루는 라인은 ‘독서클럽’ 하나입니다. 여기서도 줄거리와 추천사만 읊지는 않아요. 같은 책을 읽은 여러 사람이 각자 다른 생각을 내놓고, 편집자와 제작자가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까지 보여줍니다.
이 방식은 외부 게스트가 나오는 ‘책장 구경’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아이브 가을이 출연한 편에서는 가을이 실제로 좋아하는 책과 자신의 독서 경험을 이야기했어요. 사람의 취향을 따라가다 보니 책이 나오는 식이죠.
보통은 제품을 먼저 보여주고 사람이 설명을 붙입니다. 민음사는 순서를 뒤집었어요. 사람의 관점이 먼저 오고, 브랜드가 하는 일은 그 뒤에 따라옵니다.
3. 직원이 나와도 이게 없으면 광고와 다름 없다
여기까지만 보면 ‘우리도 직원을 출연시키면 되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조아란 팀장은 EMIS 2026에서 사람이 등장한다고 저절로 진정성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짚었습니다.
시청자는 이 사람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지, 회사가 시켜서 준비한 말을 하는지 생각보다 빠르게 알아차려요. 직원이 카메라 앞에 앉아 준비된 제품 설명만 한다면 기존 광고에서 출연자만 바뀐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민음사TV가 직원 콘텐츠를 기획할 때 중요하게 보는 것도 “이 사람이 요즘 정말 관심 있는 게 무엇인가?”예요. 촬영을 위해 새로 공부해야 하는 주제보다 평소에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를 찾습니다.
조아란 팀장도 본인이 외부 콘텐츠에 출연할 때 반드시 넣어야 할 메시지와 디렉션이 많아질수록 말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어요. 일반 직원이라면 이런 부담은 더 커질 수 있겠죠.
채널이 커지면 이 균형은 더 어려워집니다. 규모가 생길수록 ‘이건 꼭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늘어나고, 그만큼 진정성은 흔들리기 쉽습니다. 브랜드 채널일수록 여기를 더 조심해야 합니다.
민음사가 직원을 콘텐츠에 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 사람이 실제로 가진 취향과 경험, 판단을 보여주기 위해서예요.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직원 개인의 영향력도 커졌습니다. 민음사TV에서 팬을 얻은 김민경 편집자는 유 퀴즈와 라디오스타 같은 방송에 나가고 광고에도 출연했어요. 그렇게 생긴 관심이 다시 민음사로 돌아오는 거죠!
회사는 직원에게 자신의 전문성과 취향을 보여줄 채널을 내주고, 직원은 자기 영향력을 키우면서 회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넓힙니다. 직원을 콘텐츠에 세우는 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회사와 직원이 서로를 키우는 구조까지 만들었습니다.
4. 책이 얼마나 팔렸냐고 묻지 않은 회사
민음사TV의 구독자가 늘면서 조아란 팀장이 외부에서 반복해서 받은 질문이 있었다고 해요.
콘텐츠에 돈과 시간을 쓰고 있다면 실제 비즈니스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궁금한 건 당연합니다. 조아란 팀장 역시 이런 질문을 계속 받으면서 “우리가 정말 잘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민음사 내부에서는 매번 책 판매량을 묻지 않았습니다. 민음사TV를 시작할 때 회사 안에서 먼저 사람을 모으고, 독자와 계속 만날 수 있는 자체 채널을 만들자는 방향에 합의했기 때문이에요.
성과를 보지 않은 건 아닙니다. 구독자가 늘어나는지, 조회수가 증가하는지, 콘텐츠와 출연자의 영향력이 채널 밖까지 확장되는지를 확인했습니다. 채널의 성장을 회사가 쌓아가는 새로운 자산으로 봤습니다.
여기서 ‘콘텐츠는 매출로 평가하지 않아도 된다’고 받아들이면 핵심을 놓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 콘텐츠가 어떤 역할을 맡고 있고, 회사 안에서 그 역할과 성과 기준에 대한 합의가 되어 있는지예요.
- 매출과 전환율
- 객단가와 재구매
- 캠페인 단위의 기여도
- 신규 유입과 재방문
- 구독자 성장
- 콘텐츠와 출연자의 영향력
콘텐츠팀은 채널 성장과 재방문을 성공이라고 보고 있는데 회사는 모든 콘텐츠에 단기 매출을 요구한다면 평가가 계속 엇갈립니다. 그래서 KPI를 정하기 전에 “이 채널은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를 먼저 맞춰야 합니다.
민음사TV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당장 책 몇 권을 팔았는지만 보지 않고, 처음 정한 채널의 목적을 오래 유지하면서 다른 비즈니스 접점까지 넓혀왔어요. 조아란 팀장은 사전 인터뷰에서도 구독자가 많다고 반드시 강한 채널은 아니며, 새로운 콘텐츠를 올렸을 때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새로운 시도를 한 번 믿고 봐주는 관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5. 광고비를 콘텐츠로 옮기기 전에 봐야 할 것
EMIS 2026 현장 Q&A에서는 7년 동안 매출 전환을 직접적인 목표로 두지 않으면서 어떻게 콘텐츠 투자를 이어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조아란 팀장은 민음사TV 제작비가 작은 비용은 아니라고 했어요. 다만 기존에 사용하던 광고비와 비교했을 때 다른 선택지도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점 검색 광고를 3~4일 집행하는 비용으로 민음사TV 영상 한 편 이상을 제작할 수 있었고, 두 선택에서 각각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비교해봤다고 해요.
여기에 민음사의 실제 광고 효율도 영향을 줬습니다. 광고를 집행한다고 모든 책이 높은 판매 성과로 이어지는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현재 광고가 실제로 어떤 결과를 만들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일부 마케팅 비용을 콘텐츠 제작으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다만 ‘광고는 쓰면 없어지고 콘텐츠는 남는다’는 이유만으로 콘텐츠를 고를 수는 없습니다. 먼저 정해야 할 건 이 예산으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예요. 검색 광고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과 유튜브 콘텐츠로 할 수 있는 영역은 다르니까요.
그래서 광고비와 콘텐츠 제작비를 비교할 때는 네 가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채널의 성장 단계도 중요해요. 민음사TV 역시 구독자와 조회수가 정체되는 시기가 있었고, 그때마다 ‘문화생활비 언박싱’, ‘독서클럽’, ‘책장 구경’처럼 새로운 포맷을 만들며 외부에서 들어올 이유를 만들었습니다.
이미 잘됐던 콘텐츠를 계속 반복한 게 아니라 지금 채널에 부족한 게 무엇인지 보고 다음 포맷을 정한 거죠. 콘텐츠 투자도 만들고 끝나는 비용이 아니라, 결과를 보고 계속 조정하는 마케팅 활동으로 운영했습니다.
민음사가 광고와 콘텐츠 가운데 하나를 정답으로 선택한 건 아닙니다. 현재 마케팅 비용이 어떤 결과를 만들고 있는지 확인하고, 다음 단계에서 채널에 필요한 역할을 정한 뒤 예산을 다시 배분했습니다.
6. 57만 구독자보다 중요한 건 ‘다음에도 봐줄 사람’
민음사TV의 57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는 분명 큰 성과입니다. 하지만 조아란 팀장이 이야기한 강한 채널의 기준은 구독자 수 하나로 설명되지 않았어요.
새로운 콘텐츠를 올렸을 때 사람들이 궁금해서 한 번 보고, 새로운 시도를 해도 한 번 믿고 봐주는 관계가 있는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조아란 팀장은 사전 인터뷰에서도 이런 관계를 진짜 채널의 힘이라고 설명했어요.
한 영상의 조회수가 높다고 다음 영상도 같은 사람이 보는 건 아닙니다. 반대로 매번 최고 조회수를 기록하지 않아도 “민음사에서 이번에는 뭘 하지?”라고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채널 자체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고 볼 수 있죠.
조아란 팀장도 민음사TV가 성장하면서 가장 의미 있게 느낀 변화로 민음사가 새로운 일을 할 때 좋아할 사람을 매번 찾아다니던 단계에서, 민음사가 다음에 무엇을 할지 기다리는 사람이 생긴 것을 꼽았습니다.
이런 관계가 쌓이면 채널 밖에서도 변화가 생깁니다. 직원에게 팬이 생기고, 북클럽과 오프라인 행사에 관심을 보이고, 새로운 협업 상품이 나왔을 때도 “민음사가 이번에는 뭘 만들었지?” 하고 들여다보는 사람이 생겨요.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민음사가 15년째 운영해온 유료 구독 서비스 민음 북클럽은 10년 넘게 회원 1만 명 선에서 멈춰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 크게 늘었고, 하루 만에 2만 5천 명이 마감된 시즌도 있었습니다. 채널이 만든 것이 조회수만은 아니었던 거죠.
조아란 팀장은 이 변화를 기업과 독자의 관계가 거래에서 파트너로 바뀌는 과정이라고 봤습니다.
민음사TV를 두고 ‘책을 광고하지 않아서 잘된 채널’이라고 말하면 절반만 맞습니다. 민음사는 사람들이 계속 보고 싶어 할 이유를 먼저 만들었고, 그렇게 쌓인 관계를 회사의 자산으로 키웠어요. 광고를 뺀 자리에 무엇을 넣었는지가 진짜 이야기입니다.
EMIS 현장에서 나왔던 질문
Q직원들을 어떻게 유튜브에 출연시키나요?
민음사TV는 초창기부터 출연한 직원에게 소정의 출연료를 지급했고, 촬영도 업무시간 안에서 진행했다고 해요. 무엇보다 “이번에는 네가 나와야 해”라며 직원에게 출연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카메라 출연에 거부감이 크지 않고, 콘텐츠 활동에 관심 있는 직원부터 섭외했어요.
조아란 팀장이 특히 강조한 건 출연 경험이 어떻게 남는가였습니다. 처음 촬영한 직원은 자신이 말을 제대로 못 했거나 이상하게 나왔을까 봐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그런데 편집된 결과물을 보고 “생각보다 괜찮게 나왔네”라는 경험이 쌓이면 다음 촬영에 대한 부담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편집도 중요했습니다. 직원이 콘텐츠 안에서 이상하게 소비되지 않을 거라는 신뢰를 만들어야 출연 경험도 계속 쌓일 수 있어요.
직원에게도 콘텐츠에 나올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편집자라면 자신이 만든 책이나 관심 있는 주제를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고, 외부 행사나 콘텐츠 출연처럼 개인의 성장 기회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회사만 직원의 캐릭터를 활용하는 구조가 아니라, 개인에게도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QF&B 협업이 많았는데, 왜 ‘민음사빵’은 진행했나요?
민음사는 이전에도 여러 F&B 협업 제안을 받았고 실제 협업 경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온 제안을 모두 진행하지는 않았어요.
책이라는 소재가 편의점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 그대로 들어가면 여전히 무겁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민음사빵’에는 캐릭터 IP가 책과 편의점 사이의 거리감을 줄여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조아란 팀장은 현장에서 소비자의 실제 반응 역시 책 자체보다 ‘귀엽다’는 감정에 많이 모였다고 설명했어요. 어떤 카테고리와 협업할지보다 우리 브랜드가 새로운 공간에 들어갈 때 무엇이 그 거리를 줄여줄 수 있는지를 먼저 본 셈입니다.
F&B가 인기이기 때문에 협업한 게 아니라, 민음사라는 브랜드가 편의점에서도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여질 연결 장치가 있는지를 판단했습니다.
Q7년 동안 매출 전환을 바로 보지 않고도 어떻게 투자를 이어갔나요?
조아란 팀장은 콘텐츠 제작비가 작지 않지만, 기존 광고비와 비교했을 때 선택지가 달라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점 검색 광고를 며칠 집행할 때 드는 비용과 민음사TV 콘텐츠 한 편을 제작하는 비용을 놓고, 각각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 비교했어요.
민음사는 광고를 집행한다고 모든 책에서 높은 판매 성과가 나오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광고 효율을 확인하면서 일부 비용을 콘텐츠로 돌렸고, 채널 성과가 좋아지면서 콘텐츠 투자도 늘려갔다고 해요.
매출 전환을 바로 요구하지 않았다고 해서 채널 성장을 기다리기만 한 건 아닙니다. 구독자와 조회수, 영향력이 정체되면 새로운 포맷을 기획했습니다. ‘문화생활비 언박싱’, ‘독서클럽’, ‘책장 구경’처럼 성장이 막힐 때마다 새로운 유입 이유를 만든 거예요.
장기 투자를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콘텐츠는 무조건 자산이 된다’는 믿음만 있었던 게 아닙니다. 기존 광고의 성과와 콘텐츠를 통해 얻는 채널 성장을 비교하고, 성장이 멈추면 다시 방법을 바꾸는 과정도 함께 있었습니다.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한 콘텐츠에 너무 많은 성과를 기대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조회수도 잘 나와야 하고, 클릭도 일어나야 하고, 결국 매출에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도 콘텐츠를 기획할 때 “그래서 이게 실제 성과로 어떻게 연결되지?”라는 질문을 자주 합니다.
민음사 세션을 들으면서 다시 생각하게 된 건 성과를 덜 보자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에 어떤 역할을 맡길지 먼저 정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민음사TV가 책 매출을 매번 묻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회사 안에서 이 채널이 해야 할 일에 대한 합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광고와 콘텐츠 예산에 대한 이야기도 비슷했습니다. 콘텐츠는 남으니까 무조건 좋고, 광고는 집행하면 끝나니까 나쁘다고 나눌 수는 없어요. 지금 광고가 실제로 어떤 효율을 내고 있는지, 다른 시도를 한다면 무엇을 얻고 싶은지,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판단할지를 같이 봐야 합니다.
그리고 민음사TV를 보며 한 가지 더 생각하게 됐어요. 우리 회사에는 제품 말고도 사람들이 궁금해할 이야기가 얼마나 있을까요? 고객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일, 누군가의 취향과 전문성, 어떤 결정을 내리는 과정도 충분히 콘텐츠가 될 수 있겠죠.
다음 콘텐츠를 기획할 때는 제품부터 꺼내기 전에 한 번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우리 채널을 다시 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최
이데일리 >
이데일리는 경제 소식을 빠르게 전하는 매체입니다. 기사로 시장을 전하면서, 업계 전문가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이야기하는 자리도 만들고 있어요. 마케터를 위한 컨퍼런스 E-Marketing Insight Summit(EMIS)이 그중 하나입니다.
이데일리는 EMIS를 브랜딩의 본질부터 마케팅 채널 전략, 콘텐츠와 커머스의 결합, 지속가능한 크리에이터 마케팅, AI가 여는 새로운 마케팅의 지형까지 "마케팅 전 과정의 현장 인사이트"를 다루는 자리라고 소개합니다. 올해 주제는 "마케팅, 사람을 움직이는 방법을 묻다"였어요. 2026년 9월 1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그랜드볼룸에서 열렸고, 토스와 컬리, 민음사, 네이버 등 13명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 글은 2026년 9월 15일 열린 E-마케팅 인사이트 서밋 2026(EMIS 2026)의 조아란 민음사 콘텐츠기획팀장 세션 ‘콘텐츠가 곧 채널이 되는 법: 출판사가 유튜브를 선택한 이유’와 이데일리 사전 인터뷰, 행사 후속 기사, 현장 세션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