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을 잘라놓은 듯한 단면이 한쪽 끝에 붙어 있습니다. 길쭉한 검은색 몸체까지 영락없는 김밥 한 줄인데, 자세히 보면 음식을 담는 그릇입니다.

김밥처럼 생긴 빵도 있습니다. 이름은 '김빵'입니다. 빵을 반으로 자르면 계란지단과 맛살, 당근 같은 익숙한 김밥 재료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두 상품 모두 올해 김천김밥축제를 앞두고 화제가 됐습니다.

경상북도 김천은 원래 김밥으로 유명한 도시가 아닙니다. 자두와 포도 같은 특산물이 있고, 직지사와 같은 오래된 관광지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김천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음식이 김밥이 됐습니다.

시작은 조금 엉뚱했습니다. 김천시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진행한 설문에서 '김천'이라는 이름을 듣고 '김밥천국'을 떠올린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분식점 이름을 줄여 부르는 표현이 실제 도시의 이름과 같았던 것입니다.

김천시는 이 반응을 축제의 소재로 삼았습니다. 그렇게 2024년 첫 김천김밥축제가 열렸고, 경찰 추산 약 10만 명이 찾았습니다. 이듬해에는 김천시 추산 약 15만 명이 방문했습니다.

올해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는 세 번째 축제가 열립니다. 도시 이름에서 시작한 농담이 실제로 사람들이 김천을 찾아가는 이유 중 하나가 됐습니다.

🏙️ 도시가 알려주고 싶은 것과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지역축제는 대개 그 지역이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자원에서 출발합니다. 농산물이나 음식, 역사와 전통을 찾아내고 이를 관광객에게 소개하는 방식입니다.

김천김밥축제는 출발점이 달랐습니다. 김천시가 주목한 것은 지역의 새로운 특산물이 아니라, 외부 사람들이 도시 이름에서 떠올리는 익숙한 이미지였습니다. 원래 도시의 대표 음식이 아니었던 김밥이 축제의 중심에 놓인 배경입니다.

물론 이름이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먼 거리를 이동하지는 않습니다. 김밥은 집 근처 분식집이나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김천에 가야 할 이유가 생기려면 평소와는 다른 경험이 필요합니다.

김천은 익숙한 김밥을 여러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김밥을 비교하고, 직접 만들어보거나, 캐릭터 '꼬달이'를 활용한 체험을 즐기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평소 한 끼 식사로 소비하던 음식을 고르고 맛보며 축제장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했습니다.

김천이라는 이름도 한몫했습니다. 지역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역사나 특산물을 설명하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김천에서 김밥축제를 연다'는 이야기는 별다른 설명 없이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평범한 김밥으로 무슨 축제를 열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김천은 사람들이 이미 가지고 있던 인식을 축제의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그 관심을 실제 방문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김밥을 먹고 즐길 수 있는 구체적인 경험이 필요했습니다.

올해에는 축제를 앞두고 공개된 새로운 상품도 있고, 김천시가 유통기업과 진행하는 협업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 김밥을 먹으러 가는 도시에서 김밥을 발견하는 도시로

2026년 김천김밥축제는 기존 먹거리 구성에 '김천 디저트' 분야를 새로 마련했습니다. 축제를 앞두고 김천의 한 베이커리 카페에서는 김밥 속 재료를 활용한 '김빵'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플리마켓에서는 김밥의 단면을 표현한 그릇을 판매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김밥 그릇과 김빵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독특한 모양만이 아닙니다. 김천의 베이커리는 자신이 가진 제빵 기술을 활용해 김밥을 빵으로 만들었고, 그릇 판매자는 지난해 김밥 모양 수저받침을 판매한 데 이어 올해는 그릇을 제작했습니다. 같은 김밥을 소재로 삼았지만 각자의 상품에 적용하는 방식은 달랐습니다.

두 상품이 김천시와 공식적으로 공동 개발한 상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축제를 앞두고 김밥을 활용한 상품이 다양하게 등장한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김밥을 활용한 상품 개발이 올해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축제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상품도 공개되고 있습니다.

김천의 베이커리처럼 축제와 연관된 소재를 활용하는 사업자에게는 자신이 개발한 상품을 소개할 기회가 생깁니다. 다만 축제를 계기로 관심을 얻은 상품이 행사 이후에도 꾸준히 판매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합니다.

김천김밥축제에서 탄생한 메뉴를 전국으로 유통하는 공식 협업도 올해로 3년째를 맞았습니다.

편의점 CU는 2024년부터 김천시와 협력해 김밥 요리 경연대회인 '김밥쿡킹대회' 우승작을 상품화해 왔습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첫 번째 우승작인 '오삼이 반반 김밥'은 약 50만 개, 두 번째 우승작인 '호두마요 제육김밥'과 해당 레시피를 활용한 삼각김밥·덮밥 시리즈는 합쳐 약 50만 개가 판매됐습니다.

올해는 세 번째 우승작인 '중화식 고추잡채 김밥'을 10월 27일 전국 CU 점포에 출시할 예정입니다. 김천의 경연대회에서 선정된 메뉴가 CU의 상품 개발과 유통망을 거쳐 다른 지역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방식입니다.

CU는 올해 축제 현장에도 부스를 마련해 세 번째 우승작 상품을 전국 출시보다 먼저 선보일 계획입니다. 김천에 직접 가지 않아도 축제에서 탄생한 메뉴를 맛볼 수 있지만, 편의점에서 김밥을 구매한 사람이 반드시 김천까지 찾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올해는 이 둘 사이를 연결하려는 시도도 등장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김천시와의 협업을 통해 10월 2일부터 8일까지 잠실점에서 '김천김밥축제: 꼬달이 서울출장' 팝업스토어를 운영했습니다. 김밥과 디저트를 판매하고 축제 캐릭터를 활용한 공간을 마련해 서울에서도 김천김밥축제를 미리 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기에 서울과 김천을 오가는 왕복 버스 승차권, 굿즈와 먹거리를 묶은 여행 상품도 한정 판매했습니다.

팝업스토어에서 김밥을 맛본 사람이 실제 김천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편을 함께 제안한 것입니다. 다만 상품을 판매했다는 사실과 실제 몇 명이 구매하고 축제를 방문했는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김천김밥축제의 소재는 이제 여러 장소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김천의 베이커리는 김밥을 빵으로 만들었고, 플리마켓 판매자는 김밥을 닮은 그릇을 준비했습니다. 공식 협업을 맺은 CU와 롯데백화점은 축제에서 나온 메뉴를 전국으로 유통하거나 서울에서 김천으로 향하는 여행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참여 방식과 사업 영역은 서로 다르지만, 소비자가 김천김밥축제를 접할 수 있는 장소가 축제장 밖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은 같습니다.

2025년 김천김밥축제는 파이낸셜뉴스와 한국리서치가 공동 실시한 '2025~2026 대한민국 축제평가'에서 전국 254개 축제 중 종합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평가는 실제 축제 방문객 1만589명을 대상으로 만족도와 재방문 의향, 운영 품질 등 여러 항목을 조사해 산출한 결과입니다.

축제를 경험한 사람들의 평가가 좋았다는 근거는 확보된 셈입니다. 다만 재방문 의향은 실제 재방문과 다르고, 편의점과 팝업스토어에서 만들어진 관심이 김천의 다른 상점이나 관광지 방문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올해 김천은 실제로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겪는 불편을 줄이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 사람들을 모았으니, 이제 기다리는 시간도 달라져야 합니다

맛집을 찾아갔을 때 긴 줄이 보이면 인기를 실감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줄에 직접 서 있는 사람에게는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음식을 먹고 다른 장소까지 둘러볼 시간이 남을지, 기다리는 동안 먹고 싶었던 메뉴가 품절되지는 않을지 생각해야 합니다.

김천김밥축제에서도 이런 문제가 반복됐습니다.

첫해부터 예상보다 많은 방문객이 몰리면서 김밥이 부족했고, 2025년에는 공급 물량과 셔틀버스를 늘렸지만 일부 메뉴의 품절과 긴 대기시간, 교통 혼잡이 다시 발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부스별 키오스크와 남은 김밥 수량을 알려주는 전광판까지 마련했습니다. 음식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지만, 한꺼번에 몰리는 방문객과 주문 대기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올해 김천시는 축제 기간을 기존 이틀에서 사흘로 늘리고, 직지문화공원과 사명대사공원에 친환경생태공원까지 행사 구역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김밥을 주문하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카카오페이와 협력해 QR코드로 주문과 결제를 마치고, 음식이 준비되면 카카오톡으로 알림을 받아 수령하는 방식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방문객이 주문 줄에 계속 서 있는 대신 음식이 준비되는 동안 다른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디지털 주문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키오스크와 안내 인력도 마련할 예정입니다.

김천까지 이동하는 방법도 다양해졌습니다.

축제 기간에는 약 60대의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승강장을 세 곳으로 집중해 기존의 복잡한 경유 노선을 없앨 계획입니다. 셔틀버스 대기가 길어질 경우 정액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소풍택시'도 마련했습니다.

서울뿐 아니라 대전·대구·광주·부산에서도 카카오 T를 통해 축제장까지 바로 이동하는 직행 셔틀을 예약할 수 있습니다. 별도의 대중교통 환승 없이 축제장까지 갈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행사장 안에서는 카카오맵을 활용한 전용 지도로 구역별 이동 동선과 참여 업체, 공연 일정 등을 안내할 예정입니다.

이런 준비는 방문객이 시간을 사용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바꾸려는 시도입니다. 김천으로 이동하는 과정,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과정, 김밥을 주문하고 수령하는 과정마다 불편을 줄일 방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물론 QR 주문을 도입한다고 김밥을 만드는 시간이 짧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면 수령 과정에서 다시 기다려야 할 수 있고, 넓어진 행사장만큼 이동 동선이 복잡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올해 준비한 변화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축제가 끝난 뒤 확인해야 합니다.

방문객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시설과 교통편에는 비용도 들어갑니다. 축제가 커질수록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하고 음식과 이동 수단을 준비해야 하지만, 그만큼 지역 상권에 소비가 늘어났는지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축제에서 김밥을 먹은 사람이 김천의 다른 가게를 찾아가는지, 축제가 열리지 않는 계절에도 다시 방문하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면 김천김밥축제가 도시에 남긴 변화를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천김밥축제는 지역의 대표 음식이 아니었던 김밥을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킨 사례입니다. 도시 이름에서 시작된 가벼운 농담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축제가 이어지면서 김밥을 활용한 상품과 기업의 협업도 다양해졌습니다. 같은 소재를 지역 사업자와 유통기업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면서, 김천김밥축제를 접할 수 있는 장소도 축제장 밖으로 넓어졌습니다.

하지만 축제가 알려지는 것과 도시가 여행지로 기억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김밥을 먹으러 찾아온 사람들이 그곳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지역의 다른 가게와 관광지에도 관심을 갖는지에 따라 축제가 도시에 남기는 변화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올해 김천이 주문과 교통 문제를 개선하려는 것도 방문객이 김밥을 먹는 일뿐 아니라 축제장 곳곳을 경험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김천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던 이름에서 새로운 방문 이유를 찾아냈습니다. 이제는 그 이유를 따라 찾아온 사람들이 축제장 밖의 김천도 만나고 돌아갈 수 있을지가 중요해졌습니다. 김밥으로 시작된 관심이 축제가 끝난 뒤에도 지역의 상품과 가게, 관광지로 이어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썸네일: 김천김밥축제 공식 인스타그램(@gc_gimbapcity) 본문: 김천김밥축제 공식 인스타그램(@gc_gimbapcity), 온 스튜디오(@on.studio.n), 세밀(@se__mil), CU 공식 인스타그램(@cu_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