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트렌드 | 브랜드 경험 · 콘텐츠 마케팅

콘텐츠가 넘칠수록, 경험의 가치가 커진다

이제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그럴듯한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AI를 활용하면 촬영 없이도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SNS에는 매일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집니다.

하지만 콘텐츠가 많아진 만큼, 소비자의 기억에 남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오히려 어려워졌습니다. 보기 좋은 이미지 하나만으로 브랜드를 차별화하기도 쉽지 않죠.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직접 경험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브랜드 경험입니다. 잘 다듬어진 결과물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브랜드와 함께 특별한 순간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죠.

최근 해외 브랜드들이 필름 카메라나 오프라인 체험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브랜드는 왜 다시 아날로그를 찾을까?

1. Ithaca Hummus: 크리에이터에게 일회용 카메라를 건네다

미국 식품 브랜드 Ithaca Hummus는 약 100명의 크리에이터에게 일회용 카메라를 전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이 브랜드와 함께한 순간을 직접 촬영하고, 현상한 사진을 향후 SNS 콘텐츠에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정교하게 연출된 이미지 대신 실제 경험에서 나온 장면을 콘텐츠로 활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브랜드가 모든 장면을 통제하기보다 크리에이터가 자신만의 시선으로 브랜드를 담아낼 수 있도록 한 셈이죠.

이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에도 참고할 만한 접근입니다. 정해진 가이드에 맞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에서 나아가, 제품을 직접 사용하며 느낀 경험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소비자에게도 일방적인 광고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여지가 있습니다.

2. Grillo’s Pickles: 일부러 불편하게 만든 카메라

피클 브랜드 Grillo’s Pickles는 카메라 브랜드 Camp Snap과 협업해 화면이 없는 카메라를 선보였습니다. 피클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적용하고, 제품의 개성을 살린 셔터 사운드도 더했습니다.

촬영한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은 일반적인 디지털카메라와 다른 부분입니다. 사진을 찍는 순간에는 결과물보다 눈앞의 장면에 집중하고, 나중에 사진을 확인하면서 당시의 기억을 되짚게 됩니다.

기능을 더해 편리함을 높이는 대신, 일부러 기능을 덜어내 경험을 차별화한 사례입니다. 모든 것을 즉시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는 시대에, 오히려 그럴 수 없다는 점이 제품의 매력이 된 것이죠.

3. Pinterest: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순간을 즐기도록

디지털 플랫폼 Pinterest는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에서 방문객들이 스마트폰 사용을 잠시 멈추고 현장을 즐길 수 있는 체험을 마련했습니다. 방문객은 입체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실물 사진으로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자마자 SNS에 공유하는 대신, 현장에서의 경험을 즐기고 실물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는 방식입니다.

온라인에서 영감을 얻는 플랫폼이 오프라인에서는 직접 보고 느끼는 경험을 제안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경쟁 관계로 보기보다, 각각의 장점을 활용해 브랜드 경험을 확장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아날로그가 특별해진 이유

세 브랜드의 사례는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제품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브랜드를 경험하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더했다는 점입니다.

첫째,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경험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미지나 영상은 비슷하게 재현할 수 있어도, 특정 장소에서 직접 참여하고 느낀 순간까지 그대로 복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브랜드가 제품뿐 아니라 그 제품을 둘러싼 기억까지 차별화 요소로 활용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둘째,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여지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브랜드가 완성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과 소비자가 직접 촬영하고 경험에 참여하는 것은 다릅니다. 참여 과정이 생기면 소비자는 단순한 광고 수용자를 넘어 브랜드 경험의 일부가 됩니다.

셋째, 브랜드를 기억할 만한 장면을 남긴다는 것입니다. 실물 사진이나 특별한 패키지처럼 손에 잡히는 결과물은 경험이 끝난 뒤에도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아날로그 방식이 모든 브랜드에 효과적인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필름 카메라나 레트로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브랜드의 특성에 맞는 접점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우리 브랜드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아날로그 마케팅을 위해 반드시 필름 카메라를 구매하거나 대규모 팝업스토어를 열 필요는 없습니다. 작은 변화만으로도 소비자가 브랜드를 경험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인플루언서 콘텐츠에 자율성 더하기: 제품의 장점과 필수 메시지는 명확히 전달하되, 촬영 방식과 일상 속 활용 장면은 크리에이터가 직접 풀어낼 수 있도록 합니다.

제품을 받는 순간까지 설계하기: 패키지에 엽서나 메시지 카드, 수집하고 싶은 작은 굿즈를 더해 구매 이후에도 브랜드를 기억할 만한 요소를 만듭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하기: 팝업스토어나 브랜드 행사에서 즉석 사진, 방문객 참여형 이벤트 등을 운영하고, 참여자의 동의를 얻어 SNS 콘텐츠로 확장합니다.

경험의 효과까지 측정하기: 콘텐츠 조회 수뿐 아니라 참여율, 자발적인 게시물 생성량, 브랜드 검색량, 행사 이후의 재방문과 구매 변화도 함께 살펴봅니다.

여기서 핵심은 아날로그라는 형식 자체가 아닙니다. 어떤 경험이 브랜드의 매력을 잘 전달할 수 있는지 먼저 고민하고, 그에 맞는 방식을 선택해야 합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브랜드 경험은 더 중요해진다

AI는 콘텐츠 제작을 효율적으로 만들고, 디지털 광고는 더 많은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도록 돕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술은 마케팅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다만 누구나 빠르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에서는 단순히 더 많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고, 특별한 순간을 경험하고, 시간이 지나도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죠.

결국 브랜드가 아날로그를 찾는 이유는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디지털 기술만으로 채우기 어려운 경험의 가치를 발견하고,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더 오래 기억할 이유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 브랜드가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뿐만이 아닙니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통해 무엇을 느끼고, 어떤 순간을 기억하게 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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