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자님은 혹시 꾸준히 좋아해 온 가수가 있으신가요?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광팬이었는데요. 당시에는 테일러의 국내 인지도가 높지 않아서, 영어학원의 원어민 선생님이 유일한 덕질 친구였던 기억이 있답니다. 🤣
그러나 한 달 전 the ERAS TOUR 콘서트에 가기 위해 싱가포르를 찾았을 때, 저는 테일러가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진 가수가 되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어요. 어떻게 해서 테일러는 지금의 테일러 스위프트가 될 수 있었던 걸까요?
– 에디터 서미

테일러 스위프트 – TTPD 마케팅 전략


📌누가 : 테일러 스위프트
📌무엇을 : 11번째 정규 앨범 TTPD 홍보
📌언제 : 2024년 4월
📌어디서 : SNS, 공식 플랫폼 및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어떻게 : 이스터에그
📌왜 : 팬들에게 추측하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스스로의 기록을 깬 11번째 앨범: TTPD
미국 기준 4월 19일 새벽 2시, 테일러 스위프트가 11번째 정규 앨범인 TTPD(The Tortured Poets Department – 고통받는 시인 협회)를 공개하자 새로운 앨범을 기다리던 테일러의 팬덤, 스위프티(Swifty)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바로 TTPD가 무려 31개 곡이 수록된 더블 앨범이었기 때문인데요. 팬으로서는 환영할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숏폼을 선호하는 요즘 트렌드와 맞지 않을까 괜한 걱정도 되었답니다.
하지만 세계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발표에 따르면 TTPD는 역사상 가장 높은 일간 스트리밍 기록을 가진 앨범일 뿐 아니라, 아직 발매 후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10억 회 이상 스트리밍 되었는데요. 더 놀라운 것은 그 이전의 기록 역시 테일러의 또 다른 앨범들이 세워 두었다는 점이에요. 스스로가 스스로의 기록을 경신한 거죠! 🤍

이별, 이스터에그, 그리고 숫자 2
스스로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로서 테일러는 신곡 발매 이전, 팬들로 하여금 추측할 수 있는 즐거움을 주는 이스터에그를 심어 왔어요. 이에 팬덤 사이에서는 이스터에그를 발굴하고 그 뜻을 유추하는 게 하나의 문화가 되었을 정도랍니다.
이번 TTPD 출시를 앞두고도 테일러는 팬들에게 힌트를 주었는데요.
🍎 테일러 X 애플 뮤직 – 이별의 5단계
약 6년간의 장기 연애를 한 남자친구와 헤어졌던 만큼, 테일러의 새 앨범이 이별에 대한 5가지 단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 팬들이 있었는데요. 이에 테일러 역시 흥미를 느끼고 애플 뮤직과 콜라보하여 단독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했어요.
각 플레이리스트는 부인 – 분노 – 협상 – 우울 – 수용의 단계에 따라 테일러의 곡들을 분류해 두었는데, 당시에는 몰랐지만 플레이리스트의 커버 타이틀은 TTPD 앨범 수록곡의 가사였답니다. 예시로 Black Dog의 후렴구에는 우울 단계의 타이틀, Old Habits Die Screaming 이라는 기사가 나와요.
🥚 테일러 X 스포티파이 – 팝업에서 찾는 이스터에그
발매 3일 전 스포티파이는 TTPD 앨범의 팝업스토어를 로스앤젤레스에 오픈했어요. ‘고통받는 시인의 협회’라는 앨범 컨셉에 맞게 팝업스토어는 도서관을 모티브로 했답니다.
테일러의 신곡 가사, 타이틀, 그리고 이전에 발표한 노래가 적힌 책들이 빼곡하게 책장에 꽂혀 있었고, 트레일러와 뮤비에서 중요한 오브제로 활용된 타자기도 실제로 비치되어 있었는데요. 방문한 팬들을 위해 도서관 대여 목록 형태로 된 이번 앨범 수록곡 리스트를 비치해 두기도 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팝업스토어 내부에 테일러는 다양한 이스터에그를 심어두고, 방문한 팬들에게 새로운 앨범에 대해 추리하게 했는데요. 몇 가지만 살펴 볼까요?
테일러는 그간 스스로의 음악을 3가지로 분류해 왔는데요. 만년필(fountain pen)로 쓰인 시적이고 현대적인 노래, 깃펜(quill pen)으로 쓰인 고전적인 노래, 그리고 글리터 펜(glitter pen)으로 쓰인 경쾌하고 춤추기 좋은 노래.
이번 팝업에서는 만년필과 깃펜이 발견되었지만, 글리터 펜은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TTPD 앨범의 컨셉을 미리 짐작할 수 있었죠.
또 팝업스토어에는 팬들이 어린 시절 도서관에서 책을 찾기 위해 사용했던 도서관 카탈로그를 닮은 서랍이 설치되어 있었는데요.
총 6개의 서랍이 오픈되어 있었고, 이는 테일러 스위프트와 전 남자친구의 6년간의 연애 이야기와 관련된 것이라는 팬들의 추측이 있었어요.
✌️ 2의 법칙
무엇보다도 테일러가 가장 강조했던 이스터에그는 숫자 ‘2’였는데요. 앞서 팝업스토어에서도 2를 강조하기 위해 2시에 멈춰져 있는 시계, 그리고 그래미 수상 당시 취한 브이✌️ 포즈의 오브제를 비치해 두었어요. 이에 팬들은 2가 이번 앨범에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추측했고,
실제로 깜짝 더블 앨범이 발표되기도 했죠. 이외에도 앨범 발매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TTPD는 테일러가 2년 동안 제작한 앨범이고, 오후 2시에 발매되었고, 앨범 수록곡의 전체 재생 시간은 2시간 2분이며, 앨범의 타이틀곡인 ‘Fortnight’는 2주를 의미해요. 2가 그토록 강조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네요!
📱 SNS 마케팅
테일러는 TTPD 발매 이전 인스타그램에서 카운트다운을 진행했는데요. 인스타그램 프로필을 드래그할 경우 쓰레드로 연결되고, 쓰레드에서 특별한 효과가 씌워진 #TTPD, #The Tortured Poets Department 등의 해시태그로 이스터에그에 대해 토론할 수 있었답니다. 발매 이후에도 한동안은 이 효과가 유지되었는데요! 지금은 전용 DM 테마도 출시되어 있어요.

마케팅 천재, 걸어 다니는 GDP가 되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TTPD는 작품성이 뛰어나지만 대중적으로 성공하기에는 불리한 면이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이 기록을 경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테일러 스위프트 효과(=스위프트노믹스)에 있습니다.
✅ 미국 경제가 살아나는 이유가… 테일러 스위프트?
테일러의 성 ‘스위프트’와 경제를 의미하는 ‘이코노믹스’를 합친 신조어, 스위프트노믹스는 테일러의 the ERAS TOUR가 미친 경제 효과로부터 탄생했어요. 테일러는 23년 3월부터 시작해 24년 3월까지, 무려 1년여 간의 장기 국내/외 투어를 진행했는데요.
미국 연준의 발표에 따르면 테일러 스위프트가 국내 투어로 미국에 일으킨 경제 효과가 총 100억 달러(13조 4,000억 원)입니다. 테일러의 팬덤, 스위프티들은 테일러를 따라 가족 혹은 친구들과 함께 미국의 여러 도시에 방문했는데요. 이로 인해 지역 경제가 성장했고, 필라델피아 지역에서는 5월 호텔 매출이 팬데믹 이후 가장 높게 뛰어오르기도 했어요. 이는 월드 투어 국가들 역시 마찬가지였죠.
브라질은 테일러의 팬덤으로부터 무려 빈곤 계층 2만 명분의 기부를 받았고, 이에 리우 데자이네루의 랜드마크인 구세주 그리스도상에 You Belong With Me 뮤비 속 티셔츠를 입혀 화제가 되었어요. 동남아 유일의 콘서트 개최국이 되기 위해 콘서트 보조금까지 지급한 싱가포르의 경우, 투어로 인해 GDP가 0.2%나 상승했답니다!
✅ 에라스 투어로 보는 마케팅 천재의 전략
이런 테일러 스위프트의 흥행 원인에 대해 분석한 수많은 기사의 공통 의견은 테일러 스위프트가 싱어송라이터로서만이 아니라,마케터로서도 재능이 있다는 거예요. 실제로 ERAS TOUR 현장에서 이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요.
💎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브랜딩 : 10개의 ERA
테일러의 에라스 투어는 1집부터 10집까지, 총 10개의 정규 앨범을 포함해요. 각 앨범은 컨트리부터 팝, R&B, 얼터너티브 등 다양한 장르를 다루고 있는데요. 각 앨범의 장르가 다른 만큼 테일러는 무대별로 다른 테마를 구성했죠.
테일러의 Look What You Made Me Do 무대는 킴 카다시안-칸예 부부로 인해 커리어 바닥을 찍었던 테일러가 ‘과거의 나는 죽었다’고 선언하며 컴백한 앨범, 레퓨테이션의 타이틀곡인데요. 때문에 테일러는 무덤에서 부활하는 뮤비를 찍기도 했는데, 이에 투어 무대에서는 레퓨테이션 발매 이전 앨범의 의상을 입은 댄서들을 상자에 가두며 파격적으로 등장했어요. 레퓨테이션 이전과 이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신선한 무대 구성이었죠!
브랜드 역사를 지키면서도 새로움을 고객에게 주는 브랜딩을 원한다면,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를 참고해도 좋을 것 같네요.
✨ Friendship Bracelet으로 이어진 글로벌 팬덤
테일러의 팬덤, 스위프티는 결집력이 좋기로 유명해요. 그리고 그 바탕에는 탄탄하게 구축된 팬덤 문화가 있답니다.
에라스 투어와 함께 유명해진 팬덤 문화는 바로 ‘팔찌 교환하기’인데요. 노래 이름 혹은 가사를 따 와 제작한 비즈 팔찌를 콘서트에 참여한 팬들과 교환하는 문화는 테일러의 노래 You’re On Your Own, Kid에 등장하는 “우정 팔찌를 나눠, 두려워할 것 없이 순간을 즐겨“ 라는 문구에서 유래했답니다.
생각해 보면 K-팝 아이돌 그룹이 그룹색을 지정하고, 응원봉을 만드는 것 역시 콘서트에 참석한 팬들이 하나가 되어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콘서트장에서 연령과 나이에 상관 없이 – 50대 할아버님과도 팔찌를 교환했답니다 – 팔찌를 나누며 유대감이 형성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 Surprise Song으로 고객에게 충격을 주기
스위프티들이 테일러의 콘서트를 따라다니는 이유는 테일러가 콘서트에 숨겨둔 서프라이즈 요소 때문이에요. 테일러는 방문한 국가에 따라, 그리고 그날의 무드에 따라 서프라이즈 송을 준비하고 부르는데요. 서프라이즈 송의 선정 이유에 대해 추측하는 것도 팬들의 즐거움이랍니다!
제가 참석했던 싱가포르의 N.2. 서프라이즈 송은 테일러의 1989 앨범 수록곡 중 이별에 대해 이야기한 ‘Clean’이었는데요. 테일러가 서프라이즈 송을 부르기 이전에 TTPD 앨범의 발매 소식을 상기시켰는데, 생각해 보면 새 앨범의 테마가 이별이 될 것이라는 이스터에그를 콘서트에서도 준 것이었네요.

해외 음악 시장에서 브랜드가 되는 방법
앞서 테일러가 브랜드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마케팅 전략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만약 내 가수가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면, 어떻게 해야 확고한 아이덴티티로서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을까요?
✅ #보라해로 하나가 된 글로벌 팬덤, BTS
방탄소년단과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통점이 있다면 강력한 팬덤이 있고, 팬덤을 연결하는 상징이 있다는 점인데요. 방탄소년단의 ‘보라해’ 는 2016년, 멤버 뷔가 “상대방을 믿고 서로 오래 사랑하자“는 의미로 응원봉의 보라색을 해석하며 방탄소년단과 팬덤, 아미를 뜻하는 시그니처 컬러가 되었어요.
실제로 방탄소년단이 글로벌하게 성공을 거두면서 보라색은 다양한 마케팅에도 활용되었는데요. 맥도널드는 셀럽과의 콜라보 메뉴 중 최초로 세계 매장에서 판매된 BTS 세트에 ‘ㅂㄹㅎ’ 초성과 보라색을 사용했고, 이는 오픈런과 조기 품절까지 불러왔어요. 또 22년 라스베거스에서 콘서트가 열렸을 때에는 도시 전체가 보라색으로 물들기도 했죠.
팬들과의 유대감을 높이고 싶다면 방탄소년단처럼 그룹의 색을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는 한 가지 상징을 정하는 건 어떨까요?
✅ 글로벌 팬덤이 먼저 알아본, 키스 오브 라이프
최근 국내/외 K-POP 트렌드가 이지리스닝으로 변화하면서 많은 그룹이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어요. 반면 걸그룹 키스 오브 라이프(이하 키오라)는 트렌드와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하면서 글로벌 팬덤에서 먼저 인기를 얻었는데요.
키오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해인은 자유로움을 테마로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멤버들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솔로곡을 지원하는 등 차별점을 만드는 데 주력했어요.
특히 키오라는 그룹이 가진 카리스마를 담아 낸 Bad 버전, 페미닌한 무드를 담아 낸 Good 버전으로 구성된 앨범은 매거진 형식으로 출판되었는데요. 멤버들의 인터뷰, 포스터, 활동 컨셉과 메이크업 이야기 등을 담아 화제가 되었답니다.
고객은 늘 새로움을 찾기 마련!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그룹만의 매력이 있다면 이를 과감하게 살려 보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아요.
✅ 꿈꾸던 #MOOD를 현실로, Lana Del Rey
10년 가까이 얼터너티브 장르를 고수해 온 라나 델 레이는 고전적이고 빈티지한 무드를 추구해요.스킴스 광고에서도 라나는 1960년대 몽환적인 컨셉으로 출연했고, 실제로 뮤직비디오에서도 빛 바랜 영상미로 팬들에게 호응을 얻었는데요.
국내에서는 걸그룹 르세라핌이 출연하며 화제가 된 올해 코첼라에서 라나는 헤드라이너를 맡았어요. 헤드라이너가 등장하는 모습은 원래도 코첼라에 참석한 관중에게 큰 볼거리였지만, 올해에는 무려 라나가 본인의 곡 RIDE의 뮤직비디오를 그대로 재현하며 SNS가 떠들썩해졌답니다. 이른바 핀터레스트 감성이라 불리는 것을 현실로 데려올 결정을 한 거죠!
성공적인 무대 하나가 인지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만약 이전부터 꾸준히 쌓아 온 내 그룹만의 감성이 있다면 이를 무대 위에서 재현해 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번 뉴스레터를 작성하면서 제가 왜 테일러 스위프트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다시 한번 고민해 보았는데요. 저 역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스스로의 상황에 솔직한 테일러의 모습을 무척 좋아했던 것 같아요. 😊 테일러가 쓰는 가사가 특히 와 닿기도 했고요!
국가의 경계 없이 팬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음악, 그리고 가수가 있다면 지금의 테일러라고 생각하는데, 이후에는 또 어떤 가수가 혜성처럼 등장할 지 궁금해지기도 해요.
– 에디터 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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