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와중에 나만의 중심을 잡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질문을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의 관심을 끄는 멋진 질문이라 좋은 답을 하고 싶지만, 여기에는 너무 많은 함의가 포함되어 있어 다시 질문을 할 수밖에 없어요. 당장 ‘나만의 중심’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그것이 필요하고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되묻게 됩니다. 두루뭉술한 질문은 그것을 받는 사람과 답을 구하는 사람 모두 길을 잃게 만듭니다.

반면, 바쁜 와중에 일정을 잘 지키는 법이나, 바쁘게 일하는 중에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는 방법, 바쁜 업무들 중에도 우선순위를 잘 지키는 방법과 같은 질문은 구체적인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여러 번 되물을 필요 없이 질문을 받은 사람도 답을 구하는 사람의 상황과 문제를 쉽게 이해하고, 뾰족한 답을 할 수 있습니다.
두루뭉술한 질문은 분명하지 않을 때 나옵니다. 답을 구하는 사람도 스스로의 상황이나 문제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면 질문의 해상도는 더욱 낮아집니다. 아쉽게도 해상도가 흐릿한 질문으로는 원하는 답을 쉽게 찾지 못할지도 몰라요. ‘나만의 중심’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흐릿한 해상도의 단어입니다.
같은 질문으로 여러 답을 구해 보았지만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할 때는 질문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올바른 답을 구하려면 먼저 질문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내가 가진 문제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이 질문 속에는 ‘의미’라는 핵심이 숨어 있습니다. ‘바쁘다’와 ‘나만의 중심’이라는 단어로 핵심을 가렸지만요. 아마 질문을 한 사람은 표류하고 있는 불안을 느끼지 않았나 싶어요. 매일 바쁘게 일하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느낌 없이요. 어쩌면 같은 곳을 맴돌거나 심지어 반대로 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지만, 바쁜 일정에 휩쓸려 멈출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이 질문의 해상도를 높여보면 ‘지금 내가 바삐 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질문에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과 같은 두루뭉술한 조언을 합니다. 나는 달리기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바쁜 와중에 여행을 가면 에너지를 얻는다, 조용히 책을 읽으면 바쁜 와중에 시야가 넓어진다는 답변이죠. 하지만 달리기나 독서가 질문을 한 사람의 문제를 해소해 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 질문에 도움이 되는 조언은 지금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자는 제안이지 않을까 싶어요. 의미를 찾지 못한 채로 바쁘게 일하다 보면 번아웃이 올 테니까요.
생각해 보면 번아웃은 바쁘게 일한다고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나에게 큰 의미가 있고 즐거운 일을 정신없이 바쁘게 할 때는 오히려 즐거울지도 몰라요. 번아웃은 ‘나에게 의미가 없는 일’을 바쁘게 해야만 할 때, 그리고 그것에 선택권이 없을 때 온다고 생각합니다. 무기력함에 빠져버리는 거죠. 결국 의미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합니다.
이렇게 답하면 거창한 생각부터 합니다. 내 삶에 엄청난 의미가 있는 일을 단번에 찾아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면서요. 이런 부담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내가 존재하는 이유’와 같은 너무 어려운 질문으로 올라가 버립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철학자들도 쉽게 답하지 못했던 것들이에요.
오히려 의미는 조금씩 찾아 나가는 것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어쩌면 지금 하는 일에서 작은 의미를 발견하거나 직접 의미를 부여해 보는 게 먼저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이 일이 끝내주게 잘 되었을 때 나에게 어떤 의미가 생길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일이 나에게 의미가 없다면, 지금 당장 약간이라도 의미를 느끼는 일을 시도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도 없어요. 바쁜 와중 틈을 내어, 혼자, 작게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그 작은 일에서 큰 의미를 찾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니까요.
결국 나만의 중심은 내가 하는 일에서 작은 의미를 찾고, 의미 있는 일의 영역을 조금씩 키워 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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