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 다큐] 정규영 마케터 – ‘한 줄 카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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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광고 필름을 나르던 아날로그 시대부터 AI가 중심이 된 디지털 시대까지, 광고는 그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요? 만화를 그리던 꿈 많은 청년이 광고라는 도구를 통해 창의성과 철학을 발견하고, 광고를 나만의 언어로 만든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광고가 준 삶”이라는 주제로, 시대의 흐름 속에서 나다움과 광고의 본질을 찾으며 걸어온 그의 여정을 함께 만나보세요. 이야기 속에서 여러분 자신의 광고, 나다움을 발견할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 위픽레터 –


정규영 인터뷰 썸네일


정규영 | 안녕하세요. 저는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한 줄 카피’라는 책을 쓴 정규영입니다.



정규영 | 4년 전쯤 우연히 ‘마츠타세이코’의 80년대 영상, ‘푸른산호초’를 보게 됐어요. 그 영상을 보고 완전히 빠져들어 몇 달 동안 마츠타세이코 음악만 들으며 지냈죠. 그러면서 옛날에 공부했던 일본어를 다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새벽반 일본어 수업을 등록해서 공부하면서, 일본 광고에 담긴 독특한 감성과 메시지에 매료됐어요.

특히 핀터레스트에서 본 ‘파이롯트’의 인쇄 광고에서 ‘이름은 부모가 자식에게 보내는 첫 편지일지 모른다’는 카피를 발견했는데, 그 문장이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 카피를 보고 ‘사람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고, 그 글들이 책으로도 묶이게 되었습니다. 일본 광고와의 인연이 제게 새로운 도전을 가져다준 셈이에요.



정규영 | 일본 광고는 하이쿠 시처럼 짧고 간결하지만 강렬한 감정을 담고 있어요. 또한 일본에서는 광고 카피 공모전 같은 대중 참여 문화가 발달해 있어서, 일반인들이 만든 작품도 광고로 채택되곤 합니다. 그런 문화적 배경 덕분에 일본 광고는 단순한 마케팅 수단을 넘어, 예술적인 감각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나라 광고도 감성적인 카피가 많지만, 일본의 대중성과 감성을 접목한 접근법은 여전히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정규영 | P&G에서 함께했던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보통 아이디어를 팔거나 회의를 하거나, 나중에 제작물을 보여드리고 평가를 받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일관성이 없는 피드백과 진행 방식이었어요. 아무래도 광고라는 일이 호불호나 개인 취향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P&G에서는 그런 것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정해진 철학과 원칙이 있었습니다. 콘티를 판단할 때나 결과물을 평가할 때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 명확히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모든 작업이 진행됐어요. 사장급 마케터부터 신입사원까지 동일한 기준으로 광고를 평가하고, 피드백을 주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 체계는 저에게 크리에이티브 이전의 광고 제작의 기본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됐어요. 저는 그 경험을 통해 광고가 단순한 창작물이 아닌, 철학과 기준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소통의 도구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정규영 | 아날로그적인 광고를 만들던 시대에서 그게 디지털화가 되고, 온라인화가 되고, 모바일화가 되고, 이제는 AI가 이제 크게 중심이 되는 시대로 넘어가는 그 과정에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던 게 큰 변화라고 생각돼요.

90년대 중후반에 광고를 시작했을 때는 테이프와 브라운관 TV를 직접 들고 광고 시사를 하던 시절이었어요. 당시에는 젊은 직원들이 큰 TV를 들고 이동하며 광고를 시사하는 일이 흔했죠. 지금은 파일 하나로 모든 게 가능하지만, 당시의 경험이 지금도 자주 떠오릅니다.



정규영 | 나다움이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사실 진짜 자기다움을 찾기보다는 트렌드에 휩쓸려 그것을 자기다움이라고 믿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각 브랜드와 개인이 스스로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과정이 앞으로의 마케팅에서 중요한 뼈대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비슷한 AI 도구, 비슷한 트렌드, 비슷한 접근법 속에서는 결국 차별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흐름 속에서 진짜 ‘나다움’과 브랜드다움을 찾는 성찰이야말로 마케터가 가져야 할 가장 큰 차별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규영 | 사실 저는 책이 나오면 만화책이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카피책이 먼저 나와서 신기했어요. 오랫동안 제 꿈은 만화가였거든요. 부모님 반대로 미술 공부를 하지 못하고, 취업이 잘되는 전공을 선택했지만 늘 만화를 그리고 싶었어요. 대학 시절에는 학보기자로 만화를 그리기도 했고, 만화 아르바이트나 잡지 일러스트를 그리는 일도 많이 했죠.

이 경험들이 광고 일을 시작하는 데도 큰 영향을 줬어요. 회의에 들어가면 제가 직접 콘티를 그리고, AE 시절에도 선배들이 제작이 필요할 때 저를 불러서 콘티를 부탁하곤 했거든요. 결국 만화가 제 창의력의 한 축이 되었던 셈이죠. 특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어요. 장난감 브랜드 또봇을 담당하던 클라이언트가 제 만화 그리는 걸 알고, 공식 블로그에 ‘또봇 아빠 다이어리’라는 웹툰을 연재하게 된 일이었어요. 육아 이야기와 장난감, 가족 간의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낸 경험이었는데, 웹툰 작가로 계약을 맺고 진행했을 만큼 제게 의미 있는 작업이었죠.

지금은 책이나 웹툰을 연재하고 있진 않지만 여전히 만화는 제게 중요한 일부예요.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무언가에 몰입할 때 늘 만화가 곁에 있거든요. 그리고 여전히 언젠가 만화를 통해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눌 날이 오기를 꿈꾸고 있어요.


  • 00:00 인트로
  • 00:28 ‘한 줄 카피’의 시작
  • 03:08 시를 닮은 카피
  • 04:32 철학이 기준이 될 때, 광고는 단단해졌다
  • 08:09 손으로 나르던 광고
  • 09:47 앞으로의 마케팅
  • 10:30 나를 그린 도구, 만화
  • 12:30 소박한 꿈
  • 13:07 쿠키영상 –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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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 235

    정규영 작가님의 삶의 여정과 광고쟁이 글쟁이로서의 생각 잘 들었습니다. 한시절을 같은 광고인으로 뵈냈던 한 사람으로서 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아날로그적익 감성이 때론 그립네요. 그 감성이 작가님의 한줄카피를 읽으면서도 느껴져 무척 좋았습니다. 글보다는 영상에 눈이 가는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좋은 글은 더 오래 마음에 새겨지는 듯 합니다. 앞으로 나올 정작가님의 글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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