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다

무신사 플랫폼의 오프라인 진출 가속화
2023-11-21

모바일의 확대와 함께 급성장한 온라인 쇼핑은 이제 우리의 일상과는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자연스러운 일상의 변화가 이루어진 것은 불과 10여년에 불과하다. 

온라인 쇼핑이 성장해 감에 따라서 기존 유통 채널을 차지하고 있던 오프라인 채널은 위기감을 인지하게 된다. 2010년 초반 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 강자에게 온라인 시장은 단지 견제해야 할 대상이었다. 오프라인의 성공 방정식과 같이 사이트 개설을 한 후에 브랜드를 입점 시키기만 하면 된다고 여겼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말이다. 자신들이 독식하고 있던 오프라인 시장과 별개로 존재하는 시장으로 온라인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자세로는 두 채널은 절대 섞을 수 없다.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기름처럼 말이다.

그 결과 현재 오프라인의 강자인 롯데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 역시도 자체적인 플랫폼으로는 시장 장악력의 한계를 깨닫고, G마켓을 수 조원 들여서 인수하였다. 

이와 같이 오프라인의 성공 방정식으로 온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연결을 지으려하면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그 해답은 태생이 온라인에서 시작한 플레이어들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쇼핑 경험은 ‘물과 기름’이 아니라, ‘물 속에 잉크가 녹듯이’ 접근해야 한다.

맑은 물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려 보자. 그러면 단 한방울의 잉크는 물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질서의 상태에서 무질서한 상태로 흘러간다. 이를 「엔트로피의 법칙」이라고 한다. 물과 기름처럼 각각의 층을 짓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결국에는 하나의 존재가 된다. 

즉 고객 관점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쇼핑을 이제는 궂이 분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고객의 구매 여정이라는 동일선상의 <쇼핑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들어 온라인 플랫폼의 행보가 매우 인상적이다. W컨셉은 신세계 인수 이후 백화점 중심으로 매장을 확장하고 있고, 명품 온라인 플랫폼도 오프라인 공간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오프라인 확장을 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단연코 <무신사(musinsa)>이다. 복합 공간인 무신사 테라스, 무신사 스탠다드 스토어 및 29CM 스토어를 빠르게 확대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무신사의 근간이 무신사 플랫폼의 오프라인 공간을 오픈하였다.

무신사 스토어, 경계를 지우다.

무신사 홍대매장 모습(@유통쟁이)

무신사 플랫폼은 최근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는 잘파세대(나이대로 볼때 10~20대)의 대표적 온라인 쇼핑 놀이터이다. 이러한 무신사는 최근 1~2년 사이에 여타의 플랫폼 대비 공격적으로 다양한 방식의 오프라인 채널을 확장해 오고 있다. 그리고 짧은 기간이지만 오프라인 구축의 경험을 쌓으면서 진화해 감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새롭게 오픈한 <무신사 홍대>이다.

1) 경험으로 지우다.

온라인 플랫폼 중에서 오프라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카테고리는 단연코 의류 분야이다. 다양한 패션 카테고리 중에서 시장 규모가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제품 체험에 대한 니즈도 가장 크다. 고객은 온라인에서 채워줄 수 없는 제품의 재질 및 착용감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그래서 일본의 대형 쇼핑몰인 조조는 ‘조조슈트’를 개발해서 고객의 착용감에 대한 욕구를 해결하려고까지 하였다. 

하지만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는 쇼핑의 경험을 ‘쫄쫄이 슈트(조조슈트)’가 대체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의류 카테고리 중심으로 오프라인으로의 진출이 가장 적극적이다. 그러나 공간에 대한 제약이 없는 온라인의 수많은 제품을 한정적인 오프라인에서 모두 구현할 수는 없다. 오프라인 전개를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하에서의 선택이 필요하다. 

무신사 홍대 내부 모습(@무신사)

무신사 역시도 온라인상에 전개하는 8000여개의 브랜드 제품을 모두 전개할 수 없기에, 이 중에서 150~200개의 브랜드만을 선별해서 전개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무신사 홍대>매장의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 

첫째, 온라인 경험과 이어져야 한다. 무신사 온라인 플랫폼에서 전개하면서 오프라인과의 연결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신진 브랜드여야 한다.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오프라인 매징이 없어야 한다.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가 아니라, 오직 무신사 스토어에서만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무신사 온라인 플랫폼에서 매출이 좋더라도, 위 세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무신사 스토어에 입점할 수 있다. 

홍성태 교수가 주장하는 차별화의 3요소는 ‘the fitst(최초이거나), the best(최고이거나), the only(유일하거나)’이다. 무신사 홍대에서 전개하는 브랜드가 최조의 브랜드 제품이거나 최고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고객 경험 입장에서 ‘오직 여기서만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이러한 차별화 요소가 명확할 수록 고객은 그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서 방문해야 할 이유가 확실해 진다.

2) 연결로 지우다.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매를 구분짓는 것은 무의미하다. 고객 입장에서는 쇼핑 과정에서 편리하고 의미있는 수단으로 선택하는 과정일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의 조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다. 특히나 하드웨어적으로 변경이 어려운 오프라인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기에 상이한 두 채널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자칫 한쪽으로 기술이라는 허울에 빠져서 고객 관점이라는 본질을 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한 조조슈트의 사례와 같이, 유니클로의 서브 브랜드인 ‘GU스토어’가 몇년 전에 국내에 진출했었다. 넓은 매장에 위치한 기둥별로 디지털 패널이 부착되어 있었다. 기둥 한면을 가득 채우는 패널에 제품을 갖고 가면 RFID기술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 정보를 제공했다. 막대한 초기 비용과 유지비가 들어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고객은 그 패널을 사용하지 않았다. 패널의 테두리에 있는 한뼘 남짓의 거울에 자신을 비춰볼 뿐이었다. 고객 관점을 잃어버린 기술은 존재 자체가 유명무실해 지게 된다. 결국 GU스토어는 국내에서 매장을 철수해 버렸다.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고객 관점에서 연결하는 접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무신사 홍대>는 지금까지의 오프라인 경험을 바탕으로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의 흔적이 엿보였다.

온라인의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연결짓다(@유통쟁이)

우선 무의미한 디지털 패널이 아니라 고객이 손에 들고 있는 디지털 기기를 연결 수단으로 활용한다. 보편화되고 익숙한 QR코드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온라인 플랫폼과 연결이 되도록 한다. 하지만 단순히 연결함 짓는 것이 아니다.

첫째, 무신사 회원에게 적용되는 온라인 가격으로 현장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회원등급별 차등 혜택도 동일하게 오프라인에서 제공을 한다. 온라인에서 쌓아 온 적립금도 연동이 가능하다. 둘째, 구매 이력을 연결한다. 오프라인에서 구매한 이력도 온라인 구매 정보와 연동하여 개인별 제품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셋째, 온라인 행사와 기획전을 연계 진행함으로서 온라인의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이어간다.

브랜드의 경험을 연결짓다.(@유통쟁이)

다음으로 온오프라인의 조화에 대한 발전의 모습이 돋보이는 부분은 입점한 브랜드에 대한 디테일함이다. 무신사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각 브랜드별로 브랜드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도 각각의 행거별 혹은 조닝별로 브랜드만의 공간에 조성이 되어 있다. 경계없는(Boundless) 매장의 컨셉은 많은 수많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도입하고 있다. 브랜드간 일정 조닝은 있으나 그 사이에 경계벽 등을 두지 않는다. 고객 입장에서 선호하는 스타일을 편하게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온오프라인 채널의 연결을 지어주는 과정이었다. 각 행거 상단에 있는 브랜드명 옆의 QR코드를 통하여 온라인상의 브랜드관으로 들어갈 수 있다. 비록 오프라인 공간상에서는 주로 행거 2~3개 정도가 브랜드별의 조닝이 된다. 더군다나 경계가 없기에 큰 구분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를 작은 QR코드를 통해서 온라인과 연결을 짓게 되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온라인상에는 브랜드별로의 조닝이 명확하기 대문이다. 즉 무신사 홍대는 각각의 브랜드가 모여있는 공간이자, 온라인상의 연결고리가 되는 브랜드별의 쇼룸인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적극적인 오프라인 진출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자연스럽다기 보다는 생존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첫째, 시장 규모의 한계상 오프라인은 필수이다. 온라인 시장 규모의 성장세 크지만, 오프라인 시장의 규모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전세계적으로 온라인 시장은 전체 소매업의 20%에 불과하며, 막강한 아마존은 미국 시장에서 10%초반의 점유율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오프라인만의 가치가 존재하는 한 절대 오프라인 시장이 사라질 수는 없다. 둘째,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 둔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8월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23년 상반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09.2조원으로서 전년대비 7.2%성장세를 이어갔다.그러나 전년 동기간 성장률은 12.2%였기에, 이를 감안하면 성장세 둔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 플랫폼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앞으로도 더욱 공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이때 중요한 점은 결국 고객 관점에서의 <쇼핑 경험>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고객에게 어떻게 해야 편리한 쇼핑 과정을 제공하며, 어떠한 가치를 제공할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다. 그때야말로 진정한 경계가 사라진 세상에서 생존을 이어나갈 수 있는 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다.

👉 브런치 주소(유통쟁이 김우찬) : https://brunch.co.kr/@mook555#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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