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에게 갓생을 권했는가

절실함이 디폴트인 사회, 한국
2024-02-26

<신경 쓰기의 기술> (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의 저자인 마크 맨슨 (Mark Manson)이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도시”인 서울을 여행하고 올린 유튜브 내용이 지금 한국에서 여러모로 핫하다.

유교의 장점인 가족과 커뮤니티 안에서의 안정감을 찾는 문화는 사라지고, 가족과 커뮤니티의 명예 (즉, 얼굴에 먹칠)를 가장 중시하고 사회가 정한 절대 기준에 순응 (conformity) 하지 않으면 배척당하는 단점만 남아 있는 한국.

자본주의의 장점인 자기표현과 개인의 특성과 개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문화는 배척하고, 대신 물질 만능 주의, 돈 있는 사람 = 성공한 사람이라는 자본주의의 가장 피곤한 단면을 잘 흡수하여 냉전 시대 이후 전쟁이 일어난 나라 중, 아니 전 세계에서 전후 회복 속도에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도록 빠르게 성장한 나라, 대한민국.

그리고 이런 ‘다 같이 잘살자’ ‘열심히 하자’가 k 성공 드라마의 열쇠라고 생각하고 대한민국 최고 국뽕에 빠져 있는 우리. 사실 우린 조금은 이런 자아도취에 빠져도 된다. 그 어느 나라보다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 인프라적으로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발전한 나라는 없으니 말이다.

마크 맨슨조차도 전 세계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는 나라라고 (하지만 가장 우울하기도 한 극단의 면을 갖고 있는) 분석했으니.

2-3년 전쯤부터 ‘갓생’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god + 생인데, 사람이 아니라 신의 수준에 이를 정도로 분초를 쪼개어 하루를 꽉 채워 보내면서 성공을 이뤄내는 삶을 갓생이라고 한단다. 미라클 모닝, 점심시간 자기 계발, 걸으면서 앱테크 겸 운동, 주말에는 자기 계발을 위한 스터디 또는 노후 마련을 위한 투잡. 이 정도는 갓생 만랩에는 명함도 못 내미는 것이 지금 한국의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직장인들 뿐 아니라, 유치원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무언가를 해야 한다” “시간을 허비하면 안 된다”는 강박에 빠져 뭔가를 배우고 (영어, 운동, 요리부터 우쿨렐레까지) 도전하고 (유튜버 되기, 무인점포 창업하기, 주식투자로 제2의 월급 만들기 등) 그런 내 삶을 다른 사람에게 평가받는 2024년의 한국인들. 그리고 그 트렌드에 동참하지 않으면 뒤처진 사람처럼 느껴지는 묘한 불안감.

그래서인지 운동하러 짐에 가면 모두들 비슷한 복장과 운동 장비를 착용하고, 산책길을 가면 비슷한 산책용 운동화를 신고, 성수동에 가면 프라이탁 가방에 노스페이스 숏패딩을 입은 많은 사람들은 이런 것으로라도 불안감을 상쇄하려는지 모른다.

다들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그리고 나보다 가족, 내가 속한 집단을 더 우선시하며 살아왔기에 문화와 경제에서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일 거다.

그런데 말이다. 이 정도로 전 세계인들이 한국을 사랑한다면, 한국 음식이 어딜 가나 인기이고 케이팝은 이미 메이저 장르가 되었고 한국이 연령 불구 가장 여행 가고 싶은 나라 수위에 오를 정도가 되었다면, 여기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일상은 예전보다 조금은 행복하고 여유로워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왜 여전히 자살률 (특히 청년층과 노년층)은 OECD 국가 중 세계 1위를 수년째 차지하고 있고,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탈조선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케이팝과 케이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의 블라인드 글들은 우울하기 짝이 없을까.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의 블라인드 댓글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도 모르게 갓생 살기를 종용받아 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성공에 대한 절실함’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들을 사회적 약자나 패배자로 만드는 사회. 그리고 실제로 조금이라도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자기 자리를 보전하고 살 안전장치가 부족한 사회이기 때문 아닐까.

이제는 너무 절실하게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내가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열심히 살지 않을 때의 “나”는 어떤 사람인지도 돌아봐 줘야 하지 않을까.

Savvy의 브런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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