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치트키

이직은 필수일까?
2024-03-05

MZ 세대들은 퇴사 축하 파티도 한다고 하지만, 이직이 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한 때는, 신입사원으로 한 조직에 입사해서 대리, 과장, 차장, 부장을 거쳐 직장인의 꿈이라는 임원이 되는 것이 ‘정석’이던 시절이 있었다. 직장인의 별인 임원이 되려면 “당연하게도” 성골 출신이어야 했으니, XX 맨 XX기로 불리는, 그러니까 모모 그룹 공채로 입사해서 그 그룹의 창업자 일대기를 두뇌에 장착하고 그 그룹의 사가 (교가 같은 회사 주제가?)를 가슴에 장착한 사람들을 뜻한다. 대개는 주 XX으로 불리는 그 그룹의 지주회사 또는 그 그룹의 모태가 된 계열사에서 기획, 영업, 개발 업무 등을 담당하면서 쭉쭉 서로 끌어 주고 당겨 주며 성장하는 그런 그림.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며 XX 맨들의 단합을 다지는 동안, XX 맨에 끼지 못하는 XX 우먼이나 다른 회사에서 이직해 온 굴러온 돌들은 성골 출신이 아니기에 그 조직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세팅은 마치 전생처럼,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가끔 등장할 뿐이다. 유튜브나 구글에 “이직”을 검색해 봐도 관련 콘텐츠는 흘러넘치고, 블라인드나 커피챗에서는 이직 정보 (이직하고자 하는 회사에 대한 정보 또는 이직을 언제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 등)’을 구하는 사람들로 넘쳐 난다.

비단 이직의 주제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흘러넘치는 정보의 바다 한가운데서 길을 잃은 직장인들이 많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실질적 고민에 대한 답을 동영상 하나로 파악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커뮤니티에선 지금 내가 가진 고민에 대한 답을 해 줄 만한 사람을 찾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나는 1995년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1996년부터 “회사”에서 “마케팅”을 맡은 후 지금까지 마케팅 업을 28년째 하고 있다. 세어 보니 지금 직장이 9번째 회사이다. 사실 이직할 때마다 대단한 전략이나 목표 의식을 갖고 이직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직을 하다 보니, 그리고 운이 좋아 능력 있는 동료들이 포진한 글로벌 회사로 계속 이직을 하다 보니, 아, 내가 이직 고려할 때 이런 부분도 그때 생각해 봤다면 좋았겠다 싶은 부분들이 있었다.

부족하나마 “이직의 치트키” 시리즈에서 이직 시 고려할 점, 이직을 언제 어떤 목적을 갖고 하면 좋은지 등에 대해 나누어 보려고 한다.

1. 이직, 꼭 필요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업종, 하는 업마다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예전엔 정해진 그 길만 가겠거니 했던 전문직들도 요즘은 다양하게 업을 레버리지 하는 것 같다. 예전엔 사법고시를 통해 판검사로 임용되면 퇴임하거나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쭉 판검사를 하는 것이 보통이었겠지만, 요즘은 판검사에서 유수의 로펌 변호사로 이직하는 젊은 분들도 많고, 또 판검사에서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의 사내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말이다.

내가 일해 온 마케팅, 그리고 마케팅과 가장 함께 많이 일하는 영업직의 경우 요즘은 이직은 전체 커리어 라이프 중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고민해 봐야 할 – 부딪혀 봐야 할 – 도전이라고 생각된다. 무조건 이직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향하는 커리어의 마지막 골라인에 도착하기 위한 기회들이 지금 내가 속한 회사 또는 조직에서 많이 주어지는지 아니면 외부에서 더 많이 주어지는지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 (사실 요즘은 어디 한 집단에 소속된다고 해서 퇴직 시까지 보장이 되는 이른바 철밥통 직업 자체의 공급도 수요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하니, 어떤 직종이든 커리어 발전의 마일스톤을 찍어 놓고 피봇팅 pivoting 이 필요한 시점인지 객관적으로 고민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도 이직이 정말 필요한지부터 생각을 부러뜨리고 싶다면, 실제에서 써 볼 수 있는 방법을 아래와 같이 추천한다.

1. 현재 조직에서 넥스트 스텝과 (다음 단계)와 넥스트 넥스트 스텝 (다다음 단계)로의 길이 뚜렷이 보이는가?

  • 내가 하는 지금 업무는 적성에도 맞고 재미있지만, 더 이상 더 큰 업무 스콥이 주어지기 어려운 조직적 구조인지 파악해 보자: 주로 조직 내에서 전문가 역할을 맡은 포지션은, 그 포지션 자체의 한계 때문에 관리자로 올라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만약 내가 지금 하는 업무를 계속 발전시켜서 성장하고 싶으나 회사 구조상 더 큰 롤이 주어지기 어렵다면, 그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으로의 이직을 검토하는 것도 방법이다.
  •  내가 지금 하는 업무를 즐기고는 있지만, 더 큰 자리로의 승진에 강력한 경쟁자가 있는지 파악해 보자. : 이 경우는 정말 객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인간은 자신에 대한 평가가 후하기 때문이다. 상사가 믿을만한 사람이라면, 또는 승진에 대한 키를 쥐고 있는 다른 의사 결정자들이 있다면, 솔직하게 피드백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피드백을 구하기 전에 그 사람과 나의 유대 관계와 신뢰 관계가 잘 세워져 있는지도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2. 현재 조직에 나의 성장을 적극 지원해 주고 도와주는 멘토나 코치가 있는가? 

  • KPI가 뚜렷하고 성과 리뷰 시스템이 아무리 공정한 회사라고 해도, 성장 (=관리자로의 승진)에는 그 업무 성과를 “어떻게” 내었는지에 대해서도 회사의 많은 의사 결정자들이 반드시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어떻게”라는 것이 다분히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에 (업무 방식,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성격, 그리고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까지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성장 또는 승진 여부가 이 “어떻게”에서 판가름이 날 때가 많다. 승진 고려 대상자들은 성과는 달성하는 것이 디폴트이기 때문에 더 큰 롤을 맡길 수 있는 잠재력을 회사 입장에선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나를 적극 지원해 줄, 일종의 보증을 서 줄 (이 사람은 내가 보증하는데 분명 크게 성장할 인물이야!) 사람이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자 자리에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아쉽게도 일만 하느라 이런 유대관계를 만들어 놓지 못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든지 아니면 헤드 헌터 메일을 스팸 함에서 잘 뒤져 봐야 한다.

3. 내가 하는 업무 분야, 그리고 관련 분야의 트렌드가 급속도로 바뀌고 있는가?

  • 주로 마케팅, 테크, 영업, 개발 업무들이 이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업일 것이다. 내가 일하는 산업의 트렌드는 초 단위로 바뀌고 있는데 나는 몇 년째 고인 물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면, 얼른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야 한다. 이때가 사실은 현재 회사에서 가장 꿀 빨 때이기 때문에 그 편안함을 벗어던지기 어려울 경우가 많다. 정말 각 잡고 잘 생각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경험과 지식을 계속 사용하기만 하고 채워 넣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지: 직장인에게 지식과 경험이란, 연료와 같아서 꼭 완충이 필요하다. 계속 쏟아 붓고만 있었다면 새로운 지식과 경험으로 재충전을 해야 하는데 그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지금 조직에서 찾기가 어렵다면 그때가 이직이 필요할 때이다.

이렇게 내가 지금 이직이 필요한 상황인지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들을 내가 알고 있는, 경험해 본 선에서 적어 보았다. (추후 더 생각이 나면 업데이트 예정)

다음에는 이직을 어디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강구해 보는 방법에 대해 공유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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