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치트키 2탄 : 이직, 어디로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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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 빨”이 중요한 것은 동서양이나 세대를 막론하고 마찬가지겠지만, 명예를 중시하고 어느 집단에 속하는지에 따라 사회적 평가가 달라지는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 (전문직 제외. 하긴 같은 의사라도 빅 3 병원의 의사와 잘 모르는 병원의 페이닥터는 다르게 여겨지겠지만 그래도 일반 직장인들과는 다른 티어로 여기는 것이 우리 사회의 오래된 인식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나라의 대학들도 “랭킹”을 중요하게 여기고 (전공에 따라 ‘명문’ 대학이 달라지지만 우리나라에선 대학 이름의 랭킹이 중요하다), 해마다 “대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은 직장 랭킹”이 기사화되며 늘 관심이 집중된다. 돈 내고 다니는 대학과는 달리 돈을 받는 직장이기 때문에 연봉을 얼마나 받는지가 이 “사회적 랭킹”의 가장 중요한 척도 중 하나이겠지만 이 외에도 네임 밸류 (다르게 말하면 레떼루 또는 유명세), 안정성 그리고 얼마나 들어가기 어려운지 (소위 인재가 몰린다고 소문난 곳들?) 도 중요하다. 10여 년 전부터는 구글 등 빅테크가 주도한 “컬처”도 구직자들 사이에선 중요 척도 중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직을 적극 고려하는 입장에선, 이렇게 “남들이 좋다는 – 사회적으로 좋다고 인정받은” 곳을 타깃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할까? 글로벌 빅테크들? 예전의 FAANG (facebook, amazon, apple, netlifx, google) 이 지금은 MAMAA (meta, apple, microsoft, amazon, alphabet (google)) 이 대세라고 하는데 이런 곳들을 목표로 해야 할까? 아니면 우리나라의 몇 년 전 핫했던 네카라쿠배당토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나 지금 핫한 몰두센 (몰로코, 두나무, 센드버드)를 노리는 것이 더 유리할까? 내가 하는 업무는 이런 테크들에 해당이 안 되니 정통의 대기업들 (부모님 프리패스)을 노려야 할까? 등 고민이 많을 것이다. 

나는 FAANG도, MAMAA도, 네카라쿠배당토도, 몰두센도 존재하지 않던 피씨통신 시절부터 이직을 해 온지라 이런 ‘커리어 트렌드’에 대한 정보는 알음알음 줍줍 또는 조중동 신문 월요일자 9단 21 사이즈의 채용 광고에만 의존했지만, 28년간 이직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들을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겐 공유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1/ 처음 사회에, 직장에 발을 디딘 경우 
회사나 동료, 상사들이 웬만한 폭탄이 아니라면 최소 3년 넉넉하게는 5년 정도는 그곳에서 일을 배우며 커리어 프로페셔널로서 본인의 강점, 약점과 커리어 패쓰를 그려 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 물론, 기본적이고 당연한 존중조차 주어지지 않는 곳이라면 빛의 속도로 손절하셔야 한다. 

 

2/ 3-5년 차 이하 주니어라면
A. 롤 모델

옮기고자 하는 곳에 (평소 가고 싶었던 곳일 수도 있고 마침내 직무에 맞는 채용 공고가 났을 수도 있다) 내가 닮고 싶은 롤모델이 있거나 또는 근무했던 적이 있는 회사인지를 파악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아직 커리어의 초기 단계에서 나만의 “독보성”을 찾고 있을 때일 텐데 이때 북극성처럼 쳐다보며 갈 수 있는 롤모델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한국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고, 내가 모르는 사람이어도 괜찮다. 그냥 그 사람이 커리어에서 밟아 온 족적을 같은 조직에서 따라가고 싶은 것만으로도, 당신에게는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동기 부여의 자양분이 될 것이며 길을 안내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B. 지금 회사에서 배운 것을 레버리지 할 수 있는 곳인지

대학 4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긴 마라톤을 해야 하는 커리어 여정에서, 첫 번째 직장에서 어떤 일을 배우고 해 내며 나의 기술과 역량, 그릇을 만들었는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알을 깨고 나온 새끼 오리처럼, 가장 처음 배운 업무 방식과 태도는 업무 DNA에 각인이 된다. (그래서 정말 첫 직장이 정말 아니다 싶을 땐 빨리 탈출해야 한다.) 3-5년 정도 업무를 하고 나면 크고 작은 실수도 했을 것이고 이를 스스로 또는 팀으로 해결해 보기도 했을 것이다. 이렇게 박힌 “인”을 좀 더 레버리지 해서 더 큰 프로젝트, 더 큰 업무 범위 또는 더 깊거나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는 포지션인지 그리고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회가 그 조직에서도 중요한 역할인지 잘 헤아려 보는 것이 중요하다.   

 

 

 

3/ 5년 차 이상의 경력직이라면  
A. 피플 매니저가 아닌 경우

지금까지의 경력이 어떤 업무인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특별한 자격증이나 스킬이 필요한 전문가 role (예를 들면 개발자?)가 아니라면, 5년 차쯤 되었을 때 부사수 한 명 정도는 둘 수 있는 기회를 노려 보는 것도 좋다. 늦어도 10년 차 전에 나의 커리어 여정을 피플 매니저로서 그려 갈 것인지, individual contributor로 그려갈 것인지 (이 경우에는 연차가 더해질수록 대체 불가능한 기술적 역량을 쌓아야 하는 것은 디폴트이다)를 고민해야 할 때가 오는데 (애써 회피해도 온다.) 5년 차 정도에 한 명 정도의 부사수와 함께 일하며 두 명 이상의 팀을 이끄는 팀장 레벨 피플 매니저로서 가능성이 있는지를 파악해 보는 데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연차에 일하게 되는 부사수는 신입일 경우가 많을 텐데, 아직 내 기억과 DNA에 남아 있는 신입 때의 시행착오들을 베이스로 코칭하면서 자신도 돌아보게 되고 조직의 리더들을 한층 더 이해하게 되는 인사이트도 가질 수 있다.

 

B. 피플 매니저인 경우

5년 차 이하라도 부사수를 두고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때 이직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면, 우선 그 부사수와 일하면서 본인이 두 명 이상의 팀을 이끄는 팀장급 피플 매니저로서 밝은 미래가 보이는지 객관적으로 분석해 본다. 현재 회사의 상사나 동료들에게, 그리고 누구보다도 나의 부사수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구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피플 매니저의 길이 내 길이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역량을 내가 현재 갖고 있는지 분석해 보고, 그 역량을 이직을 통해서 키울 수 있는지 아니면 현재 조직에서도 가능한지 냉정하게 판단해 볼 것을 추천한다. 

 

공통

피플 매니저이건, 아니건, 이직하고자 하는 곳이 앞으로의 내 커리어 라이프에 “독보성”을 키워 줄 교두보가 될지 냉정하게 판단해 보아야 한다. 당장 연봉 1-200만 원 더 오르고, “지금” 잘 나가는 회사도 좋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멀기에, 5년 차에 옮기고자 하는 회사와 직무가 내 “독보성”을 키울 환경이 갖춰져 있는 곳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 “환경” 에는 회사의 컬처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컬처는, 사람들이 만든다. 더 뾰족하게 말하면, 그 컬처를 몸소 실행으로 보여 주는 리더들이 있는 곳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때 블라인드, 잡 플래닛 등을 많이 참조하게 되는데 이런 곳은 아무래도 편향된 의견이 많을 수 있으니 인맥을 통해 현재 근무하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커피챗 앱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4/ 10년 차 이상 관리자라면   
A. 현재 팀의 모럴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곳인지

관리자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개인 비용 정산 말고는) 이때부터는 리더십의 승부인데, 요즘의 리더십이란 메시아적, 카리스마적, 잭 웰치적 리더십보다는 구성원들을 동기부여하며 특히 위기일 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면서도 결단을 내리고 가야 할 길을 뚜렷이 보여 주는 리더십이 더욱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이런 리더십에는, 뜻을 같이 하고 함께 조직의 그림을 그려 갈 팀원들의 모럴과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혼자서 다 바꿀 수 있을 거야. 나는 그만한 역량과 경험, 자신감과 의지가 있으니까”는 오만이다.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나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 기대가 명확한 지: 10년 차 이상이면 대부분의 경우 중간관리자일 경우가 많다. 임원과 팀원들 사이에 있는 중간관리자 말이다. 이 중간 관리자에게 주어진 권한과 책임, 그리고 기대가 채용 과정에서 명확하게 부러뜨려지지 않는다면, 팀원들은 팀원들대로, 임원들은 임원들 대로 내 자리에서 해야 하는 일에 대해 각자의 기대치 그림을 서로 다른 버전으로 그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힙합을 잘하는 관리자인데, 팀원들은 임윤찬 같은 클래식 대가를, 임원들은 임영웅 같은 트롯 영웅을 기대하고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10년+ 경력에서 이런 경험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오늘은 “이직할 곳”을 어떻게 고려해야 할지에 대해 썰을 풀어 보았다.  

다음 편에서는 이직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나눠 보도록 하겠다. 

SAVVY의 브런치 스토리: https://brunch.co.kr/@sunahba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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