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와 테무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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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개구리와 큰입배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국내 토종 동물이 아니라, 식용 목적으로 해외에서 들여온 외래종이다.

둘째, 크기가 크고 먹성이 좋으며 천적이 없기에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황소개구리(좌)와 큰입배스(우)

특히 이 동물들은 커다란 몸집으로 같은 종은 물론 천적까지도 먹어치워 버리고, 엄청난 번식력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간다. 그로 인한 피해는 막대해서 해당 외래종만 전문적으로 잡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소비시장에도 거대한 외래종(?)이 출현을 했다. 바로 중국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알리익스프레스>와 중국 핀둬둬에서 운영하는 <테무>이다.

중국 제품 판로의 전초기지 「알리익스프레스」

중국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알리익스프레스>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는 중국의 인터넷 상거래 신화를 만들어낸 알리바바그룹에서 운영하는 B2C판내 플랫폼이다. <알리>는 본사는 중국에 있으나, 사업 전개는 해외를 타겟으로 만들어진 플랫폼이다.

<알리>가 위협적인 이유는 상상할 수 없는 초저가로 제품을 판매한다는 점이다. 낮은 단가의 원자재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알리>는 중국에서 만들어낸 제품의 판로를 개척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할 수 있는「테무」

중국 타오바오가 운영하는 <테무>

<테무>는 중국 핀둬둬 산하의 온라인 플랫폼이다. 모기업인 핀둬둬의 특징을 알아야 <테무>의 특징을 알 수 있다. 핀둬둬는 2015년 설립되었으나, 공동구매를 무기로 빠르게 성장하여 중국내에서 3위 안에 들었다. 그 결과 2018년에는 미국 나스닥에도 성공적으로 상장하였다.

이러한 핀둬둬의 운영방식을 그대로 옮겨와서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공략하고 있는 플랫폼이 바로 <테무>이다. <테무(Temu)>의 뜻이 ‘여럿이 함께,가격은 낮게(Team Up, Price Down)’라는 점을 볼때 핀둬둬와 매우 유사하다. <테무>는 중간 유통 과정을 생략함으로서 초저가 상품 전략을 전개하여, 진출하는 나라마다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영향력은 <테무>의 슬로건인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기’에서 짐작케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적은 돈으로 억만장자처럼 마음껏 쇼핑을 할 수 있다.

<알리>와 <테무>의 국내 파급력은?

<알리>와 <테무>의 역습에 시장의 관심이 커져 가고 있다. 황소개구리와 큰입배스가 생태계를 교란시키면서 긴장을 시키듯이 최근 소비 시장은 두 플랫폼의 움직임과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두 플랫폼 중 <알리>의 공격적인 행보는 인상적이다. 작년 12월 기준 <알리>는 쿠팡, 11번가에 이어서 쇼핑앱 3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최근 집계를 보면, 11번가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작년 12월말 기준 월간 활성화 이용자수(MAU)가 713만명에서 3개월도 안되서 818만명으로 급증했다. 최근의 고물과와 경기 악화 속에서 가격 메리트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알리>의 적극적인 시장 공략은 작년부터 시작되었다.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내세우면서 TV CF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서 <알리>는 향후 3년간 한국 시장에 1조 5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통해서 노리는 부분은 명확하다.

첫째, 물류센터 강화를 통하여 배송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올해 안에 구축을 목표로 하는 통합물류센터는 축구장의 25개 크기이다. 이를 통해 재고 예측을 바탕으로 한 중국내 제품 발주 및 한국 파트너 제품의 입고로 배송 기간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둘째, 마케팅 강화를 통한 시장 지배력 확보이다. 최근 진행한 신선제품 초특가 행사는 큰 화제를 모으며 서버가 마비될 정도였다. 계란 60개, 바나나 4송이를 상상할 수도 없는 가격인 단돈 1000원에 판매를 하자 고객들이 몰려든 것이었다. 단기 행사에 1000억원을 투입함으로서 국내 소비자를 ‘초저가 홀릭’에 빠지게 만들었다.

셋째, 제품에 대한 시장 신뢰성 강화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중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 더군다나 <알리>제품이 배송을 받아보니, 돌덩이만 있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서 제품 신뢰성 강화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한국특화 상품관인 ‘K-베뉴’를 내세워서 국내 판매자를 대거 유입시키고 있다. 수수료 면제라는 무기로 최근 삼성전자(공식 판매사), CJ 등의 입점은 물론 대형 유통 채널도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알리>가 국내 쇼핑앱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테무>의 성장세는 놀라울 따름이다. <테무>는 현재 쇼핑앱 월간 활성화 이용자수 기준 4위(581만명)이다. 더군다나 <테무>서비스가 국내에서 정식적으로 시작한 게 작년 7월이라는 점을 볼 때 전무후무한 성장세다.

이러한 기록은 앱 다운로드 순위만 봐도 납득이 된다. 정식 출시 이후 줄곧 국내 앱 다운로드 순위 1위를 <테무>가 유지해 오고 있다. 그리고 <테무>의 놀라운 성장세는 비단 국내에서만이 아니다. 23년도 미국 앱스토어 최다 다운로드 1위가 바로 <테무>라는 점이다. 현재 <테무>의 전세계적인 거센 움직임은 소비 시장에 큰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앞으로의 시장에 대한 향방은?

쿠팡의 장악력은 유지될 것이다.

국내 온라인 시장의 선두는 <쿠팡>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중국 플랫폼들의 역습에도 <쿠팡>은 견고하게 버텨냈다. 23년 매출은 전년보다 약 20% 증가한 32조원을 기록하였으며, 창사 이래 연간 첫 흑자(당기순이익 6070억원)를 기록했다.

<쿠팡>이 23년을 기점으로 큰 전환을 맞이한 데에는 지금까지 쌓아온 투자가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1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물류센터 구축 및 배송서비스 개선을 위해서 6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전국에 100개 이상의 통합 물류센터를 구축함으로서, 전국을 ‘쿠세권’으로 갖추게 되었다. 그래서 소비자의 인식에는 ‘빠른 배송 = 쿠팡’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알리>가 올해 안에 물류 센터를 구축한다고 하여도 커버할 수 있는 지역 및 제품 수량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쿠팡>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고객 락인 전략을 뚫기는 쉽지 않다. 쿠팡 와우 멤버십은 말 그대로 ‘와우’하다. 최근에는 쿠팡이츠 무료 배달 혜택까지 추가하면서 로켓배송, 로켓프레시, 새벽배송 및 OTT서비스에 고객 서비스를 강화해 가고 있다. 그 결과 2022년말 기준 쿠팡와우 멤버십 가입자수는 1100만명을 기록하였기에 현재는 전국민의 30%는 해당 멤버십을 가입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에 ‘초저가’의 물량 공세만으로는 <쿠팡>의 철옹성을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쿠팡>은 배송 서비스를 위해서 위탁판매 제품보다 직매입 제품의 비중이 높다. 해외 직구를 통해서 구매한 제품이 주로 위탁으로 판매되고 있기에, 큰 위협은 되지 않을 것이다. 중국 플랫폼의 초저가 공세가 매섭기는 하지만, 지금의 서비스 강화와 제품군 다변화로 <쿠팡>은 국내 온라인 시장 장악력은 유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아마존> 실적이 고무적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테무>가 미국내 앱스토어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으나, <아마존>은 성장했다. 23년 실적 발표 결과, Amazon.com 실적은 전년대비 14% 증가한 17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도매업/제조업에게는 큰 위기가 오고 있다.

국내에는 도매 제품을 취급하는 B2B전문몰이 있다. 대표적으로 도매꾹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도매 전문몰의 공산품은 대부분 중국산 제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현재 온라인 상에서 거래하는 위탁업체들은 알리바바 그룹 산하의 1688.com이라는 도매 플랫폼에서 대량으로 매입을 해서 국내에서 도매로 판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저렴한 가격으로 갖고 와서, 국내에 판매시 마진을 붙여서 수익을 발생하는 구조이다.

그런데 현재 대표적인 중국의 도매몰인 1688.com이 국내에 직접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중간 마진을 얻어오던 중간 도매업 사업자에게는 큰 위기가 초래할 수 있다. 1688.com이 아니라 하여도,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현재 도매몰의 제품과 동일한 것도 많다보니 국내 도매 사업자의 자리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국내 제조업도 큰 비상이다. 중국 플랫폼의 초저가 공세에 가격 경쟁력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례로 ‘차랑용 거치대’를 들어 보겠다.

제품의 성능 및 특허 기술 등을 감안시 단순 비교를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구매를 할 경우에는 디테일한 부분을 보지 않는다. 더군다나 쉽게 구매하는 저관여 상품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중국산 거치대(1,723원) vs 국산 거치대(14,800원)

<테무>에서 판매중인 중국산 차량용 거치대와 국내 생산한 차량용 거치대를 비교해 보았다. 중국산의 경우 판매가 기준 1,723원에 무료배송이고, 국산 제품의 경우에는 14,800원에 배송비가 붙게 된다. 그래서 두 제품의 단순 가격 비교만으로는 국산 제품대비 10%의 비용으로 구매를 할 수 있다. 모든 제품이 이 정도의 가격 차이를 보이지는 않지만, 국산 제조업의 생존이 위험에 봉착한 게 사실이다.


황소개구리나 배스와 같은 외래종은 인력을 투입해서 잡아서 조절할 수는 있다. 하지만 두 거대한 중국 플랫폼의 역습을 막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리고 두 플랫폼의 파격적인 공세와 성장세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성이겠으나, 국내 경쟁사 입장에서는 큰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중국 플랫폼이 비록 지금과 같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진행되는 물량 공세가 계속 이어질 수는 없다. 국내 판매사 유치를 위해서 진행되는 수수료 면제 혜택도 안정화 단계에서는 사라질 가능성도 높다.

결국 중국 플랫폼의 역습으로 국내 소비 시장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기에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현재의 전략만을 고수할 게 아니라, 연관 다각화를 통한 생존 가능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처럼 말이다.

👉 브런치 주소(유통쟁이 김우찬) : https://brunch.co.kr/@mook555#info

김우찬
글쓴이

김우찬

유통업에서 18년간 머무르며 '공간, 브랜딩, 그 안의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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