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에서의 가장 큰 후회

2024-04-14

레쥬메 나우 (resume now)라는 미국의 취업 사이트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렇게 시작하니까 마치 신문 기사 작성하는 저널리스트 같은 느낌쓰) 직장인들의 3분의 2가 직장 생활 또는 커리어에 후회가 있다고 대답했다 한다. (내용 전문

연봉 올려 달라고 말이라도 해볼걸 – 60%, 워라밸 사이에서 제대로 우선순위 정할 걸 – 59%, 이직 좀 할걸 – 58%, 커리어 좀 바꿔 볼걸 – 40% 순으로 커리어 후회를 하고 있다. (합이 100%가 넘는 걸 보면 복수 응답인 것 같다.) 미국 직장인들 대상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잡 코리아에서 이직 관련 2023년에 실행한 조사를 보면, 이직을 생각했던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57%가 이직 포기를 후회한 적 있다고 답했다. 

레쥬메 나우 조사 결과 중 인상 깊은 부분은 “연봉 올려 달라고 해볼걸” 그리고 “이직 또는 전직을 해볼 걸” 하는 후회를 많이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장점과 성과를 잘 어필한다고 (적어도 동양인들 보다는) 생각되는 미국인들, “이봐 보스, 나 올해 이런 이런 성과를 올렸으니 연봉 이만큼 올려줘!” 이렇게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 (아 아니면 혹시 연봉 올려 달란 요청을 매달 했어야 했는데 못했다고 후회하는 그런.. 걸까?) 

동서를 막론하고 매일 얼굴 보는 사이에 (그리고 보스도 나와 같은 머슴 신분인 걸 아는 사이에) 돈 얘기하는 것은 불편한 일인가 보다. 

하지만, 직장이란 결국 나의 시간과 노력이라는 재원을 공급하고 그에 따른 대가로 돈을 지급받는 것이니, 서로 간에 그 대가에 대한 생각에 차이가 있다면 성숙한 방식으로 의견을 잘 조율해 보는 것이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다만, 연봉 인상을 요청하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올려 주지 않을 수 없는 카드를 가능한 많이 준비해야 할 것이고 만약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이유 (가령 회사 전체의 재정난 등?)로 연봉 인상이 안된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감정적이 되지 않도록 (그래봐야 나만 손해이니) 신경 쓰는 편이 좋다. 그래도 연봉 인상이 안된 것이 맘에 걸린다면 월급쟁이 최대의 장점 – 이직을 바로 준비하면 되고. 

한 직장에 너무 오래 머물렀나 하는 후회, 너무 한 우물만 팠나 하는 후회가 그다음을 잇는데, 이 후회는 정말 위아 더 월드 급으로 전 세계 직장인들이 같이 고민하고 또 후회하는 부분 아닐까. 

특히 “한 직장에 너무 오래 머물렀나” 하는 후회를 많이 한다는 것은 정말 20세기 직장 생활과 판이하게 달라진 부분이다. 한 직장에 오래 다니면서 승진하고, 조직에 충성심을 보여 주고, 뼈를 묻고, 또 오래 다님으로써만 얻어지는 “나와바리력” (회사의 흥망성쇠를 꿰고 있음에서 오는 통찰력)까지 덤으로 상승하면서 회사가 곧 나이고 내가 곧 회사인 물아일체, 아니 사아일체가 되는 것이 과거의 (어쩌면 보수적인 국내 기업이나 공기업은 아직도 그런 부분이 어느 정도 남아 있을지도? – 제가 잘 몰라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니 반박 시 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렇게 한 회사에 오래 다니면 다닐수록 나의 사랑은 커져만 가는데 그녀는 내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고 자꾸만 잘생긴 신입생들에게 눈을 돌리는 그런 슬픈 관계가 대부분인 것 같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우리 회사가 덩치도 커지고 외국에도 진출하고 또 다른 회사에서 나와는 다른 체급으로 놀다 온 사람들도 늘어나면서 그녀(여기서 회사는 직장인의 사랑 그녀) 도 여러 사람들을 볼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그녀가 내가 최고인 줄 알았지만 이젠 그녀도 나보다 어리고, 영어도 잘하고, 머리도 좋고, 인간 관계도 좋은 사람들이 얼마든지 그녀의 사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계속 그녀의 사랑을 갈구하며, 신입생 그 자식보단 내가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아니면 이런 나의 노련함을 좋아하는 다른 사랑을 찾아 시장에 나서는 것 중 하나일 것이다. 

소개팅 앱을 깔든 (링크드 인?), 주변에 사람 소개를 부탁하든 (써치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서 직접 사랑을 구하든 (원하는 회사 직접 지원?), 나는 솔로 출연 신청을 하든 (셀프 브랜딩으로 내 가치를 키워서 잡 마켓에서 눈에 띄기?). 예전과 다른 전략과 전술이 없으면, 지금의 그녀는 언제든 나를 떠날 수 있고 그때 나에게 남는 건 “한 회사에 오래 다니시다니 굉장히 성실하시군요” 하는 평판과 이직 잦은 사람들은 2-3년에 한 번씩 받을 퇴직 연금 IRP를 한방에 큰 금액으로 받는다는 정도일 듯하다. 

회사와 직장인의 관계는 어찌 보면 정말 연인관계와 비슷하다.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늙어 떠나든,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어 버려지든, 내가 자발적으로 떠나든, 내가 없어도 그 회사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계속 잘 돌아간다는 것이다. (물론 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건 “내가 떠나서”가 아니라, 그냥 그 회사가 – 그녀가 – 잘못된 결정과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나와 상관없이.) 

아 그런데 쓰고 보니 이것도 비슷하구나. 헤어진 뒤엔 각자의 삶을 따로 잘 살아간다는 것. 

게다가 회사는 연인보다 더 냉정해서 내가 없어진 바로 그 순간부터도 잘 돌아간다. 

그래서 미국에서조차 커리어에서의 가장 큰 후회 중 하나로 ‘한 직장에 너무 오래 머무른 것’을 꼽지 않았을까. 

적어도 프로의 생리만 작용하는 취업 시장에서 순애보는 불필요한 가치인 것 같다. 

 

이상 오늘의 허접한 생각 끝. 

우리, 지고지순한 순애보는 영화로 만족하기로 해요

 

SAVVY의 브런치 스토리: https://brunch.co.kr/@sunahba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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