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수집(7) 디자이너가 술에 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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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히젠 주류판매 신문광고 (1985)

<お詫び>
デザイナーが酔っぱらって
広告が作れませんでした。

<사과문>
디자이너가 술에 취해서
광고를 못 만들었습니다.

1985년 4월 1일에 사가현의 지역언론인 ‘사가신문’에 실제로 게재된 광고입니다. 주류 회사의 성격을 살린 사과문 형식의 재치있는 만우절 광고가 큰 웃음을 줍니다.

만우절 광고라고 실없는 우스갯소리를 한 게 아닙니다. 디자이너가 취해서 광고를 못 만들만큼 맛있는 술. 광고주의 정체성을 유머러스하게 전달하는 수준 높은 광고가 됐습니다.  2019년 사가광고센터가 설립 50주년을 맞아 개최한 전시에 이 광고가 등장했고, 이것이 SNS등을 통해 퍼져 34년만에 다시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래는 실제 게재된 사과문 광고 입니다.

2. Earth Music & Ecology 포스터 (2021)

偶然は, 偶然に起きない。

우연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는다.

우연과 필연은 어디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가까이서 봤을 때 우연 같던 일이, 조금 물러나서 보면 필연이 되기도 하죠. 세상에 진정한 우연이란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하는 카피입니다.

3. TOPPAN 신문광고 (2014)

世界の食料の約1/3は、
ただ捨てられるために作られている。

전 세계 식량의 약 1/3은
그저 버려지기 위해 만들어진다. 

‘1/3은 버려진다’와 ‘1/3은 버려지기 위해 만들어진다’는 참 다릅니다. 표현을 조금 바꾸니 더 아깝고 더 허탈한 느낌이 들죠. 크게 멋부리지 않고 관점을 살짝 바꿔 메시지에 힘을 줬습니다.

4. 서일본전례 포스터 (2012)

別れが人を強くするなら、
一生弱くていいと思った。

이별이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면
평생 약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처음 이 카피만 읽었을 때는 연인과 헤어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광고주를 확인해보고, 그 이별이 죽음으로 인한 영원한 헤어짐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평생 약해도 좋으니 이별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애절하게 와 닿습니다.  

광고 이미지를 나중에 TCC 카피연감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애틋한 문구와 달리 꽃으로 해골의 모습을 형상한 비주얼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카피는 좋은데, 비주얼과 조화되지 않는 광고로 몇 손가락 안에 꼽는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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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영
글쓴이

정규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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